상견례 자리, 우리만 서먹서먹한 것일까

김종섭 2023. 5. 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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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상견례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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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 기자]

 
 상견례가 끝나고 예비 안사돈의 제의로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 김종섭
 
한국 방문은 휴가라는 큰 틀이 존재하고 있었지만 큰아들의 상견례라는 또 하나의 감추어진 방문의 목적이 있었다. 사실, 상견례는 내게는 아득히 먼 이야기로만 생각하고 사전 지식이나 내용을 특별히 염두에 담아 놓지 않았었다

양가의 상견례에 앞서 예비 며느리를 처음 보는 상견례부터 시작했다. 아내는 초면이 아니다. 작년 아들과의 여행 중 토론토 인근 지역에서 예비 며느리와 안사돈이 될 분을 만났었다.

살다 보면 숱한 대소사가 준비되어 있다. 물론 대사는 한정적이지만 소사는 삶의 과정의 연속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대사 중에서도 부모가 제일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이 자식의 혼인을 위한 준비 과정이 아닐까 싶다.

예비 며느리와 만남을 갖는 자리에서 양가 부모 상견례 복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자 개성 있고 부담 없는 편한 복장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예비 며느리에게 미리 주문했다. 물론 아내와 나는 캐리어에 정장을 일단 준비를 해 왔다. 격식을 중요시하는 자리인 만큼 복장에 최대한 예의를 실어야 함이 기정사실이긴 하지만 양가 편한 복장에 무게를 실을 것 같다는 은근한 기대감도 있었다. 예비 며느리와 아들은 우리와 같은 생각으로 자유스러운 복장이 좋겠다고 한치 망설임도 없이 동의를 해왔다.

아들은 상견례장으로 출발하기로 한 예정시간보다 늦게 집에 도착했다. 서둘러 아들의 차를 타고 상견례가 준비되어 있는 분당으로 출발하였다. 서울에서 분당을 택한 이유는 사돈 될 분이 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는데 예비 신랑 측에서 좀더 걸음을 보태었다. 

내비게이션 교통정보는 약속 시간 오 분 전 도착이라고 알려 왔지만, 왠지 여유 없는 시간에 마음만 바쁘고 초조함이 느껴졌다. 다행히 별다른 교통 체증 없이 원만한 도로의 진행 흐름을 타고 예정시간보다 십분 빠르게 약속 장소에 무난히 도착할 수가 있었다. 다행히 약속 장소에는 사돈 될 내외분이 도착 전이었다. 긴장을 덜기 위해 화장실로 가는 길에 상견례장 입구에서 예비 며느리와 사돈 될 내외분과 마주쳤다. 얼떨결에 첫인사를 나누기는 했지만, 긴장감은 여전하다. 

상견례를 하는 식당에는 상견례라는 상품이 별도로 준비되어 있었다. 자리에 앉기 전에 식당 직원이 신랑 신부의 혼례 모습을 담은 조각품을 테이블 상단 위에 올려놓는다. 상견례라는 의식 때문일까, 식당 안 분위기가 고요할 정도로 조용하다. 어쩌면, 조용하다는 표현보다는 어색함이 맞을지도 모른다. 난생처음 이렇게 어색해 보기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반갑습니다." 너털웃음으로 감정 표현을 대신했다. 숨기고 있던 감정을 노출시켜야 편할 것 같아 "왠지 좀 어색하지요?"라는 어색한 말과 함께 말문을 다시 열었다. 사실, 자리가 매우 어색해 누가 앉아 있어도 같은 느낌일 것이다.

아들과 예비 며느리는 자라온 환경 중에 닮은 것이 있다. 둘 다 캐나다에서 고교와 대학을 졸업했다. 그리고 둘은 성인에 되어 한국에서 다시 만났다. 물론 합창 시절 캐나다에서는 안면만 알고 있을 뿐, 특별히 감정을 가지고 만났던 사이는 아니었다. 다만, 커뮤니티를 통한 한국인 유학생이라는 것이 인연의 시초였다. 

아내도, 사돈이 될 안사돈도 비슷한 시기에 오랜 기러기 생활을 경험한 공통점이 있었다. 또 가족 모두가 독실한 가톨릭 신자라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돌출되면서 이 두 가지 공통된 내용만을 가지고도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예약된 두 시간의 상견례 예식을 맞추고 안사돈의 제의에 따라 양가 전체사진을 찍었다.
 
 상견례가 끝나고 예비 며느리와 사진 촬영
ⓒ 김종섭
 
상견례가 끝나고 식당에서 제공되는 휴게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예비 며느리와 함께 사진을 남겨 놓았다. 물론 사돈댁에서도 사위가 될 아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는 것으로서 상견례가 즐거운 시간과 함께 의미 있게  끝났다. 

결혼은 구체적인 날짜 없이 내년이라는 연도만 잡아 놓았다. 예식에 관련한 모든 것을 신랑 신부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양가 부모는 합의를 보았다. 결혼 날짜와 장소가 확정되면 양가 부모는 초대받아 가는 형식으로  예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행히 양가 부모는 물론 예비 신랑 신부도 낭비벽이 있는 예식을 선호하지 않았다.

아내가 아들에게 주문한다. "아들! 내년에는 가을쯤이면 좋겠다." 아내는 아들의 결혼식과 함께 오랜만에  한국의 가을을 느끼고 싶은 생각이 컸던 모양이다 아내의 말처럼 내년 가을에 결혼식이라면 앞으로 1년 반의 시간을 오늘부터 카운트 다운해야 할 것 같다. 아마도 한국 방문보다는 아들의 결혼식과 더불어 한국 가을을 느낀다는 또 하나의 설렘으로 기다려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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