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향수의 '뉴 코코', 휘트니 픽
키이라 나이틀리의 뒤를 이어 샤넬을 대표하는 향수 코코 마드모아젤의 뉴 페이스로 선정된 휘트니 픽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밝힌 소감이다. 휘트니 픽의 행보에 많은 이가 놀랄 수밖에 없던 것은 자신의 여정을 스스로 만들어나갔기 때문이다. 우간다 캄팔라에서 미용사 어머니와 헬리콥터 조종사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그녀는 가족과 함께 열 살까지 우간다의 작은 마을에서 살다가 밴쿠버에서 멀지 않은 한 도시로 이주했다.
〈엘르〉 프랑스 촬영을 위해 파리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녀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 유년시절을 회상했다. “우간다에 살면서 제가 배우가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어요. 완전히 다른 목표를 향해 걷고 있었으니까요. 심리학과 범죄학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거든요. 제가 캐나다로 온 이후 전혀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찾아왔어요. 열두 살쯤이었나, 디즈니에서 오디션을 한다는 소식을 라디오에서 들었어요. 디즈니 팬이었던 저는 어머니를 졸라 오디션에 참가했죠. 그런데 참가자들의 순수한 ‘팬심’은 악용의 대상이 됐어요.” 잠시 출연할 단역을 찾고 있던 홍보대행사가 어린 소녀들과 그들의 부모를 상대로 매달 오디션 참가비 명목의 돈을 요구한 것.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건을 계기로 제 배우 커리어가 시작됐어요.” 휘트니는 그렇게 영화 〈몰리의 게임〉, 넷플릭스 시리즈 〈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 애플 TV+의 〈밤이 되기 전에〉 같은 청소년 드라마에서 작은 단역을 맡기 시작했다. 꾸준히 영화 캐스팅 오디션에 참가했지만 어떤 소식도 받지 못한 채 마냥 학교를 다니던 어느 날, 에이전시로부터 그녀 인생에 전환점이 될 전화를 받았다. ‘곧 촬영이 시작되니 바로 뉴욕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그렇게 출연하게 된 〈가십걸〉 리부트는 2021년 첫선을 보이자마자 선풍적 인기를 끌며 휘트니를 가장 주목받는 신인 배우 반열에 올려놨다.
〈가십걸〉 오리지널 시리즈 팬이라면 10여 년에 걸쳐 새로운 시즌이 나와도 결국 ‘금수저 자제들’의 화려하고 호화스러운 삶이라는 레퍼토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휘트니 픽이 등장한 〈가십걸〉 리부트는 조금 다르다. 두 명의 흑인 여배우가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그 사이에서 휘트니 픽은 ‘조야’라는 인물로 분해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잔인하고도 속물적인 세상을 헤쳐나가는 여자를 연기한다. 〈가십걸〉의 8년 후 이야기를 다루는 리부트 시리즈는 정치적 이슈나 사회적 분위기 등을 감안해 포용성과 다양성을 녹인 플롯으로 각색됐다. 때문에 기존 시리즈보다 ‘정주행’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휘트니 픽의 이름 앞에 ‘패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한 것도 〈가십걸〉 리부트 이후부터다.
2021년 3월, 샤넬 미국 로컬 앰배서더로 선정됐고, 1년 뒤엔 릴리-로즈 뎁, 마거릿 퀄리와 함께 샤넬 22백 캠페인 모델로 등장한 것. 그렇게 또 1년이 지난 2023년 3월, 샤넬 코코 마드모아젤 향수의 모델 자리까지 꿰차며 밀레니얼과 젠지 세대를 대변하는 인물로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했다. 휘트니 픽의 밝은 에너지와 긍정적 가치관, 호기심 많은 성격, 자신감 넘치는 태도는 편견 없이 세상과 맞섰던 코코 샤넬의 젊은 시절을 연상시킨다. 자신의 운명을 향해 앞으로 당당히 나아가는,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스스로 완성해 가는 ‘코코 마드모아젤’ 그 자체의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스무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스타덤에 올랐지만, 결코 자만하지 않는다.
코코 마드모아젤의 모델로 선정된 이후 프랑스 문화에 흠뻑 빠져 있다는 휘트니는 친한 대학 친구와 파리 시내를 활보하며 유명한 빵집을 찾아다니면서 행복을 느낀다고. “시릴 리냑(Cyril Lignac)과 피에르 에르메(Pierre Herme′)에서 파는 케이크가 정말 맛있어요!” 또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류 소설가 프랑수아 사강을 존경해 사강의 첫 번째 작품 〈슬픔이여 안녕〉은 두 번이나 완독했다고 한다.
지난해 사라 제시카 파커와 디즈니+의 〈호커스 포커스 2〉에서 주연으로 활약한 휘트니는 2023년 한 해 동안 세 편의 영화에 출연할 예정이다. 샤넬의 아파트에서 샤넬이라는 하우스의 아카이브와 시대정신을 목격하고 흡수한 휘트니 픽. ‘뉴 코코’로 분한 그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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