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건넸다가 빚만 9천” 작전 세력이 써먹은 수법

김용현 2023. 4. 3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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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를 야기한 것으로 지목된 주가조작 의심 세력들이 금융당국과 검찰의 조사가 시작되자 그간 자신들이 관리하던 투자자 명의 휴대전화를 주인들에게 되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H사는 A씨 같은 투자자들에게 확보한 수백대의 휴대전화로 '통정거래'(매수자와 매도자가 가격을 정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식)를 해온 것으로 금융 당국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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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휴대폰 반환… 수사 대비 정황
“공기계로 내 명의 개통, 대출도 받아”
검찰·금융당국 합동수사팀 가동
게티 이미지 뱅크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를 야기한 것으로 지목된 주가조작 의심 세력들이 금융당국과 검찰의 조사가 시작되자 그간 자신들이 관리하던 투자자 명의 휴대전화를 주인들에게 되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대비를 해 온 정황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태 투자 피해자라고 밝힌 A씨는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25일 투자를 권유했던 병원 측에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휴대전화를 가져가라’고 해서 받아 왔다”고 말했다. A씨는 서울 강남의 B재활의학과병원을 통해 현재 주가조작 세력으로 의심받는 H투자컨설팅업체에 투자했다. 그는 “이 업체가 내 휴대전화의 증권 애플리케이션으로 거래했던 종목이 삼천리 대성홀딩스 선광 세방 다우데이타 하림지주 서울가스였다. 모두 최근 급락한 종목들”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2년 전 거래처였던 B병원 관계자로부터 ‘좋은 투자처가 있다’며 투자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처음엔 투자를 마다했지만, B병원 원장부터 직원까지 모두 돈을 벌었다는 소식에 지난해 말쯤 뒤늦게 뛰어들었다. A씨와 H사 간 연결고리는 이 병원 팀장이었다. 그는 투자 선제 조건으로 A씨 명의의 휴대전화를 요구했다. 공기계가 없다고 하자 그가 직접 공기계를 가져왔다. A씨는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앱을 설치하고 계좌를 개설해 그 팀장에게 건넸다. 지난 25일 돌려받기 전까지 그는 한 번도 휴대전화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H사는 서울 곳곳에 여러 개의 사무실을 운영했다. B병원도 거점 중 하나였다는 게 A씨 주장이다. 검찰은 지난 24일 금융위원회 요청에 따라 주가조작 가담 의심자 10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는데, 여기에 B병원 원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H사는 A씨 같은 투자자들에게 확보한 수백대의 휴대전화로 ‘통정거래’(매수자와 매도자가 가격을 정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식)를 해온 것으로 금융 당국은 보고 있다. 정상 거래로 위장하기 위해 투자자들의 집 근처에서만 작업했다고 한다.

이들은 A씨 몰래 신용거래융자까지 받았다. A씨는 “처음 투자한 금액은 4000만원이었는데, 나중에 보니 대출 내역이 있었다”며 “(일당이) ‘레버리지’라며 이렇게 해야 정산이 가능하다고 하더라. 지금은 9000만원 빚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 후 텔레그램을 통해 전달 받은 첫 달 수익내역은 50만원 정도였다. 그런데 그렇게 보여주기만 했고, 지금까지 손에 들어온 수익금은 없다”면서 “아이들과 아내 볼 면목이 없어서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있다. 죽고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금융위 자본시장조사과, 금융감독원 수사·조사 인력이 참여하는 합동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들어간 상태다. H사의 서울 강남 사무실과 관계자 명의 업체,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조만간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본격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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