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런웨이 된 잠수교...산울림 '아니 벌써' 울려퍼졌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서울 한강 잠수교에서 국내 첫 패션쇼를 열었다.
지난 29일 오후 8시, 루이비통은 서울 한강 잠수교의 푸른 조명 아래서 ‘2023 프리폴(pre-fall·간절기) 컬렉션’ 패션쇼를 열었다. 약 24시간 동안 잠수교 교통이 통제된 가운데, 795m 다리가 통째로 쇼의 무대가 됐다.
돌풍이 부는 한강 잠수교 한가운데서 펼쳐진 야외 패션쇼는 산울림의 ‘아니 벌써’가 울려 퍼지며 시작됐다. 쇼의 오프닝은 모델 정호연이, 마지막은 모델 최소라가 장식했다. 정호연은 소매 부분의 곡선 라인이 돋보이는 푸른색 스포츠 재킷과 가죽 재킷, 둔탁한 부츠를 신고 등장했다. 쇼의 후반부로 갈수록 국악과 현대음악이 섞인 배경 음악이 고조됐고, 무대를 걷는 모델들과 밤의 잠수교 배경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했다.
이번 루이비통 패션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이 참여했다. 한강과 배경 음악 등 한국적 요소와 어두운 잠수교 아래의 푸른 조명, 낙하 분수 등이 어우러져 비현실적 느낌이 두드러지는 장면이 연출된 배경이다. 루이비통은 쇼를 앞두고 “한강은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상징적 공간이자 서울의 정서가 담긴 곳”이라며 장소 선정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루이비통 패션쇼에는 피에트로 베카리 루이비통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국내외 패션 관계자들, 100여 명의 패션 관련 전공 학생들이 참여했다. 브랜드의 앰배서더(홍보대사)인 배우 배두나, 뉴진스의 멤버 혜인 등 유명인들도 함께했다.
니콜라 제스키에르 루이비통 여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도 쇼의 말미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쇼에서 제스키에르는 스포티한 분위기의 바이커 재킷, 바람막이, 가죽 스커트, 붉은색 점프슈트, 둔탁한 가죽 부츠 등을 통해 여행과 움직임에 대한 해석을 선보였다. 루이비통은 트렁크 제작으로 시작한 브랜드로, 여행 예술의 확대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삼고 있다. 또한 사이보그를 연상시키는 쉴드 선글라스와 광택 소재의 의상들은 서울의 미래적인 이미지를 상기시키기도 했다.
이번 루이비통 패션쇼는 2023-2024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한국관광공사와 전략적 업무협약(MOU)를 맺고 진행됐다. 쇼는 루이비통 소셜미디어(SNS) 채널과 서울 곳곳에 설치된 발광다이오(LED)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됐다. 루이비통은 이번 패션쇼를 기점으로 서울의 아름다움과 한강의 특별함을 세계에 알리는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루이비통의 모회사이자 세계 최대 명품 기업으로 꼽히는 LVMH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시가총액 5000억 달러(약 670조5000억원)를 돌파했다. 유럽 기업으로는 사상 처음이다. 코로나19가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중국 등 아시아의 명품 시장 회복이 가시화되면서다.
1991년 국내 첫 매장을 낸 루이비통은 지난해 국내에서 역대 최고 매출을 올렸다. 루이비통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루이비통 국내 매출은 1조6923억원으로, 전년 1조4680억원 대비 15%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4177억원으로 38%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24.6%에 달한다.
국내 명품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글로벌 브랜드의 한국 행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서 열린 디올 패션쇼를 시작으로, 이번 루이비통, 다음 달 16일에는 경복궁 근정전에서 구찌의 패션쇼가 열릴 예정이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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