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 택시요금, 소비자-택시기사의 불만 들어보니

강지원 2023. 4. 2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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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통금' 생긴 소비자... "수입은 비슷한데 손님 없다"는 택시기사

[강지원 기자]

 지난 2월 13일 저녁 서울역 서부역 택시 승강장에서 택시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서울시는 서울시 택시요금을 인상하는 정책을 펼쳤다. 지난 2월, 서울시는 서울 중형택시 기준 기본요금을 기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인상했다. 기본 거리는 2km에서 1.6km로 400m로 줄였다. 거리 요금은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시간 요금은 31초 당 100원에서 30초 당 100원으로 조정했다. 기존 0시부터 4시까지 20%를 붙였던 심야할증을 22시부터 4시까지 2시간을 앞당겨 40%로 인상하였고, 심야 기본요금은 최대 6700으로 올랐다.

지난해만 해도 택시 공급 부족으로 힘겹게 택시를 잡던 시민들이었지만, 2022년 11월 개인택시 3부제를 해제하고 올해 2월 택시요금을 인상하게 되면서 이제는 손님을 태우지 못한 빈 택시들만이 남겨졌다.

개인택시부제란 개인택시들이 그룹을 지어 며칠에 한 번씩 번갈아가면서 해당 그룹의 택시 운행을 쉬도록 하는 제도다. 개인택시부제는 시도별로 3부제, 4부제, 5부제 종류가 다양한데, 개인택시 3부제는 3일에 한 번씩 해당 그룹의 운행을 쉬게 하는 제도다. 서울시는 개인택시 3부제를 해제함으로써 택시의 공급을 늘리려는 정책을 펼친 것이다.

서울시의 목적은 '택시대란 해결'

개인택시 3부제 해제와 택시비 요금 인상은 서울시가 수도권 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택시대란을 해결하고자 제시한 정책이다. 택시기사들은 코로나 19의 여파로 수입이 크게 감소해 택시업계를 떠나거나 잦은 휴업을 택했고, 서울시는 떠난 택시기사들을 돌아오게 할 방법이 수입에 있다고 본 것이다.

서울시 택시정책 과장이었던 서인석 과장은 지난해 9월 YTN과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하면 좀 공급을 늘려서 시민들이 택시를 선택할 기회를 드릴까 생각해서 기본요금은 물가 상승률과 LPG 가스 상승률을 고려해서 정했다"라며 택시 기본요금을 인상한 이유를 설명했었다.

시민들이 심야시간에도 택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택시기사들의 공급을 늘리고자 택시 기본요금을 인상하여 수요자와 공급자를 모두 고려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해결된 택시대란, 그러나 늘어난 불만

결과적으로 택시의 원활한 공급이 가능해져 택시대란을 해결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불만의 목소리는 새로운 곳에서 터져 나왔다.

시민들은 높아진 택시요금 때문에 택시 이용을 꺼리게 됐고, 택시기사들은 기존과 다를 바 없는 수입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학생인 이나현씨는 "예전에는 막차가 끊기면 택시 타고 집에 돌아가면 됐는데, 택시비 요금이 오르고 나서부터는 요금이 너무 비싸니까 친구들이랑 놀다가 핸드폰으로 막차 시간을 확인하게 된다"며 택시요금 인상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성호씨(대학생)는 "친구들이랑 놀다가도 시간이 늦어지면 빨리 대중교통 타고 집에 가야 하니까 요즘에는 일찍 들어가는 것 같다. 택시를 타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웬만해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한다"라고 택시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시가 제공한 서울교통공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1월 셋째 주 기준 서울 심야버스 하루 평균 탑승객 수는 1만3362명, 서울 지하철 하루 평균 탑승객이 47만1850명이었지만, 택시 요금이 인상된 시점 이후인 2023년 2월 셋째 주 기준으로 서울 심야버스 하루 평균 탑승객은 1만6414명, 서울 지하철 하루 평균 탑승객은 50만3121명으로 증가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택시 통금'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는 택시요금 인상으로 대중교통 막차가 끊기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시민들의 안타까운 현상을 잘 드러내고 있다.

택시를 운영하고 있는 홍병조 기사는 "수입은 비슷하다. 그런데 택시비 요금이 오르고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그리고 밤에 할증이 12시부터 2시까지는 40%지 않나. 그래서 그때는 손님이 아예 없다"라고 말했다.

박성만 택시기사도 "택시비가 오르니까 손님들이 많이 줄었다. 사실 수입에는 큰 변화가 없는데, 밤에 돌아다녀도 손님들이 거의 없으니까 밤에는 수입이 거의 없다"라며 심야 택시수요의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서울시가 제시한 정책으로 기존의 택시대란 문제는 해결했지만, 높아진 금액으로 택시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 시민들과 늦은 시간까지 근무를 해도 수입은 여전한 택시기사들의 새로운 문제가 생기게 된 것이다.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어야 할 때, 개선돼야 할 정책

택시요금 인상으로 늘어난 시민들과 택시기사들의 불만을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 현 이재황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대중교통과 같은 대체재의 가격이 올라가지 않는 한, 그리고 소득이나 기호 등이 변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택시 사용량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택시업계의 미래를 예측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아래와 같이 해결책을 제시했다. 

"가격하한제로 가격을 하락하는 것은 불가능이라는 전제 하에 소비자들에게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관련 세금을 낮추어 주거나 전철이나 버스요금 등 대체재의 요금을 올리거나, 영업용 택시를 더 증가하거나 택시 자체의 서비스나 품질의 향상하거나, 우버 택시 등 대체 교통수단을 인정해주는 방법 등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한 번 인상한 택시요금을 다시 내리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더 이상 서울시는 늘어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만 있을 수는 없다. 서울시는 시민들과 택시 기사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해결책을 다시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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