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탈취제 본품보다 비싼 리필액…"친환경 소비자 기만"

안세진 2023. 4. 2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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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애경산업·LG생건 섬유탈취제 리필액 비교
플라스틱 본품보다 비싸거나 가격차이 없어
“소비자기만…친환경 소비 유도할 책임 있어”
사진=안세진 기자

페브리즈 등 섬유탈취제 리필액이 플라스틱 본품보다 비싸 친환경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플라스틱 본품을 구매하고 있다.

쿠키뉴스가 28일 P&G, 애경산업, LG생활건강 등 대기업 섬유탈취제 본품과 리필액 가격을 비교해본 결과, 친환경을 위해 도입된 리필액이 오히려 플라스틱 본품보다 가격이 비싸거나 그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P&G 페브리즈 공식몰에서는 페브리즈 항균플러스 섬유탈취제를 플라스틱 본품(370ml) 4개에 2만2300원, 리필액(320ml) 3개에 1만4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를 100ml당 가격으로 환산해보면 플라스틱 본품 1770원, 리필액 1677원이었다. 리필액이 좀 더 저렴하긴 했지만, 가격차이가 100원도 채 되지 않아 가격 메리트가 없었다.

페브리즈 베스트 제품의 경우엔 리필액이 오히려 더 비쌌다. 본품과 리필액의 100ml당 가격은 각각 1506원, 1531원. 본품을 사는 것이 리필액을 사는 것보다 25원가량 더 저렴했다.

이는 단지 P&G 제품만의 특징이 아니었다. 애경산업의 섬유탈취제 르샤트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본사 직영몰에서 본품(400ml) 2개 1만3800원, 리필액(360ml) 3개 1만77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를 100m당 가격으로 환산할 시 플라스틱 본품 1725원, 리필액 1638원으로 계산됐다. 리필액이 고작 87원 저렴한 수준인 것이다.

LG생활건강의 섬유탈취제 아우라는 리필액 제품을 취급 판매하고 있지 않았다.

페브리즈 공식몰에 판매 중인 베스트 제품의 본품과 리필액을 가격 비교해본 결과 리필액이 오히려 본품보다 비쌌다. P&G 페브리즈 공식몰 캡쳐
르샤트라 본품과 리필액 가격을 비교해본 결과 가격차이가 100원도 채 나지 않았다. 애경본사 직영몰 캡쳐

소비자 김모씨(35)는 “가급적 환경 쓰레기가 덜 나올 수 있도록 소비를 하는 편이다. 섬유탈취제나 세제 등의 경우 별도로 판매하는 리필액이 있어 이를 구매한다”며 “그런데 어느 날 가격비교를 해보니 리필액 가격이 오히려 더 비싸다는 걸 알게 됐다. 당연히 리필액이 더 저렴할 줄 알았는데 의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격이 더 비싸지만 환경을 위해 비싼 제품을 구매해야하는지 고민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은희 소비자학과 교수(인하대학교)는 “소비자들이 리필제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조금 불편해도 환경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다”라며 “본품보다 리필액 가격 오히려 비싸거나 큰 차이가 없다면 이는 소비자의 좋은 마음을 악용하는, 소비자 기만일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기업들은 ESG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를 대상으로 친환경적인 선택을 유도할 책임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기업들은 행사가가 아닌 정상가를 기준으로 가격비교를 해본다면 본품이 리필액보다 저렴하다는 주장이다. P&G 관계자는 “본품은 3개, 리필은 4개로 제품 형태가 아닌 묶음 갯수로 인해 책정된 할인율 차이"라며 "1개당 가격을 비교해보면 본품 가격은 6900원, 리필 제품 가격은 5900원으로 리필 제품의 가격이 더 저렴하다"고 말했다. 이어 "판매가는 P&G가 아닌 리테일러 소관이어서 각 채널별로 가격이 상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정상가격 기준 리필액이 본품보다 280원가량 저렴하다”고 말했다. 행사가 기준 본품과 리필액 가격 차이가 100원도 채 나지 않는 것과 관련해선 “영업방식의 차이로 행사율이 항상 같진 않다. 매월 상황에 따라 변동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아우라 제품은 유통 채널 내 품목 가짓수 관리를 위해 본품만 출시해 판매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P&G는 지난 2017년 글로벌 지속가능성 비전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제품, 포장재를 재활용·재사용 가능 포장재로 100% 전환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애경산업도 지난해부터 친환경 패키지 확대, 플라스틱 사용 저감, 친환경 선물세트 증대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친환경 경영을 해오고 있다. 200대 기업 ESG평가 환경 부문 2위를 차지한 LG생활건강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탄소 배출량 45%를 저감하겠다고 목표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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