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속 물축제 진퇴양난…지자체 고민 깊어

장선욱 2023. 4. 2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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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축제를 열게 해달라고 인디언 기우제라도 지내고 싶은 심정입니다."

역대급 가뭄에 시달려온 광주·전남 지자체들이 '물 축제'를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여름철 관광객 유치를 위해 물 축제를 준비 중인 지자체는 오는 6월 장마 때 평소보다 많은 비가 내려 가뭄이 해갈되기만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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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구 물 축제 포기
전남 장흥 장마 때 해갈 기대


“물 축제를 열게 해달라고 인디언 기우제라도 지내고 싶은 심정입니다.”

역대급 가뭄에 시달려온 광주·전남 지자체들이 ‘물 축제’를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유례없이 장기간 이어진 가뭄 탓에 엄청난 양의 물을 뿌려야 하는 물 축제를 개최하기가 여의치 않아서다.

여름철 관광객 유치를 위해 물 축제를 준비 중인 지자체는 오는 6월 장마 때 평소보다 많은 비가 내려 가뭄이 해갈되기만 바랄 뿐이다.

광주 동구는 “오는 7월 ‘구 시청 나이트 페스티벌’의 주요 행사로 ‘여름 물 축제’를 계획했으나 극심한 가뭄을 고려해 ‘아시아 맥주 축제’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동구는 다가오는 장마철에 많은 비가 내려 가뭄이 해소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으나 “많은 물을 함부로 사용한다”는 비난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자 물 축제를 열지 않는 대신 맥주축제로 급선회한 것이다.

최악의 가뭄으로 제한급수가 우려되는 광주에서는 지난 2월 덕남정수장 누수사고로 5만7000여t의 귀한 수돗물이 흘러넘쳤다.

이로 인해 남구, 광산구 3만8000여 가구와 음식점, 카페, 미용실 등의 단수 피해가 발생하는 등 최근 3개월간 5번의 누수·단수 사고가 반복돼 시민들의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시는 지난 25일 단수사고 보상 차원에서 2월분 수도요금 중 이틀분 1억여원을 최초로 감면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영업피해 등에 대한 별도 보상은 다음 달 초 보상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급할 방침이다.

국내 대표적 물 축제 ‘정남진 장흥 물 축제’를 준비 중인 장흥군은 더 좌고우면하고 있다. 2008년 첫선을 보인 후 여름휴가가 절정을 이루는 ‘7말 8초’에 개최해 톡톡한 관광수익을 올려온 물 축제가 무산되면 정남진장흥토요시장 등 상인들의 매출감소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군은 6월 장마 때 강우량과 가뭄 해갈 정도에 따라 대표 프로그램인 게릴라 부대와 물싸움 교전 퍼레이드, 물풍선을 사용한 물 폭탄 싸움, 육상·수상 이벤트 등 물 축제 개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지만, 기대만큼 비가 오지 않을까봐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사계절 청정수가 흐르는 장흥의 젖줄 장흥댐 물과 탐진강의 청정 수자원을 활용하는 장흥 물 축제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과 2021년만 축제가 열리지 않았을 뿐 해마다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과 외국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군은 축제 이전 충분한 비가 와주기만을 바라면서 하염없는 하늘과 일기예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2020년부터 4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지정축제 선정을 받은 장흥 물 축제는 올해의 경우 7월29일부터 8월6일까지 탐진강 수변공원 등에서 열릴 예정이다.

군은 가뭄이 해갈되지 않으면 물 축제는 식수원을 낭비하지 않는 범위에서 다른 행사를 기획해 꾸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굵은 비가 내려주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며 “물 축제가 열리지 않으면 일년 농사를 망친 농부처럼 처량한 신세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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