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이 주는 매력? 은빛 선율 속 배움의 의미 담겨"

남해시대 전병권 2023. 4. 2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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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호흡삼아 노래하는 남해시니어가곡반... 2011년 1월 창립 후 꾸준히 활동

[남해시대 전병권]

 남해시니어가곡반이 지난달 28일 남해군노인복지관 3층 강당에서 가곡 수업에 참여했다.
ⓒ 남해시대
매주 화요일 아침 남해군노인복지관에는 낯익은 노랫소리가 들린다. 분명 어르신들이 부르는 노래인데 트로트가 아니다.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학창시절 한 번은 배웠을 가곡이 울려 퍼지고 있다.

남해군에는 몇몇 합창단이 운영되고 있지만 가곡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노래하는 단체는 없다. 남해시니어가곡반(지도강사 김은성, 회장 김민수)이 남해군에서는 유일하게 우리 가락을 펼치고 있다.

남해시니어가곡반은 남해군청 주민행복과의 지원으로 남해군노인복지관 프로그램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이에 지난달 28일 남해군노인복지관 3층 강당을 찾아 배움의 열기를 느껴봤다.

남해시니어가곡반 발자취

2011년 1월 1일, 남해시니어가곡반이 창립된 날이다. 창립 당시 남해어머니합창단 6학년 5반이라는 다소 좁은 범위의 명칭과 가곡도 불렀지만 합창에 초점을 맞춘 단체였다.

당시에는 가수 강현수씨가 3년 정도 강사로서 지도를 했고, 2014년 10월 5일 진주시에서 열린 전국실버페스티벌에서 '사랑을 위하여'와 '내 나이가 어때서'를 불러 대상을 거머쥐는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이후 매년 같은 대회에서 입상하는 준수한 실력을 보였는데 동요나 가요,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다.

2017년 1월 1일, 남해65합창단으로 명칭을 간소화하고 연습해오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수업과 활동이 중단되는 위기를 맞이했다. 6년간 48회라는 공연 횟수는 꾸준히 활동했음을 반증하는 성과다. 

이어 2021년 11월 25일 총회를 열고 남해65합창단의 정체성을 가곡반으로 돌려 보다 전문적으로 집중하는 데 회원들 뜻을 모았다. 이때부터 김은성 지도강사가 합류했고, 올해 3월 14일 '남해시니어가곡반'이라는 현재의 명칭을 사용하게 됐다. 

남해시니어가곡반은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김민수 회장을 필두로 류기영·김여애 부회장, 이경숙 총무, 김향순 재무, 서상길 감사가 봉사를 위해 나섰다. 현재 회원은 총 32명이다.
 
ⓒ 남해시대
가곡의 매력

합창단을 시작으로 여러 장르를 노래해왔지만 가곡을 노래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민수 회장은 "여러 장르의 노래를 해봤지만 각각의 매력이 있다"며 "그러나 우리말이 주는 아름다움이 마음을 울리고 현재 노인 세대들은 모두 알 수 있는 노래들이 많아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도 쉽다"고 말했다.

이어 "가곡이 시대상을 잘 반영했고 대중문화의 축으로 자리 잡았었는데 지금은 점점 잊혀져가고 있는 게 안타깝다"며 "여러 논의 끝에 가곡이라는 우리 가락을 이어가고 아름다움을 전하면서, 또 남해군에서 유일한 단체로서의 상징성도 있어서 부르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1980년대만 해도 가곡만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TV프로그램이 방영됐고, 대학가곡제가 열릴 정도로 가곡이라는 장르는 인기가 많았으며, 오후 9시 뉴스 직전엔 가곡 뮤직비디오가 약 5분간 편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가요의 대중화와 독일이나 이탈리아의 가곡이나 오페라 등이 성악을 중심으로 교육되고 있기에 대중과는 멀어진 게 사실이다. 

남해시니어가곡반은 단순 가곡이라는 장르의 의미를 되새기고 가곡의 매력을 알리는 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회원들의 생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회원들에 따르면, 노년에 즐길 수 있는 여러 체육 종목도 있고, TV시청, 가벼운 화투 등도 있지만 남해시니어가곡반이라는 장을 통해 사회생활을 이어가고, 무엇보다 배움이라는 인생의 자산과 또 함께 이뤄내는 성취감을 쌓아가 정서적으로도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가 방문한 날 회원 중 최고령인 박홍중(91) 어르신이 첫사랑을 주제로 노래했고, 본격적인 봄을 맞이해 '봄이 오면(김동환 작사·김동진 작곡', '봄처녀(이은상 작사·홍난파 작곡)' 등 봄노래를 배웠다.

남해시니어가곡반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한 만큼 회원들은 배움의 눈망울을 반짝였다.

김은성 지도강사는 "회원들이 합창단을 시작으로 가곡반까지 흘러왔기에 기본적으로 발성을 잘하고 있어 습득이 뛰어나다. 그래서 지도하는 데에도 수월하다"며 회원들을 자랑했다.

그러면서 "과거 합창단 시절 수상경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지금 회원들도 배움의 열정이 뛰어나 무대에도 많이 서고 싶어 하고 경연대회에도 나가고자 하는 의욕이 넘친다"며 "그래도, 가곡반으로 전환하고 코로나19를 지나 사실상 제대로 배우는 건 올해가 처음이기에 한 단계씩 쌓아 올려 대중들 앞에 서는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곡이라는 잊혀져가는 문화를 이어가고 있는 남해시니어가곡반. 남해시니어가곡반의 노래가 남해군을 넘어 전국에서 울려 퍼질 날을 꿈꾸며, 오늘도 호흡을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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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남해시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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