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유방암 5년 지나면 완치? “5명 중 1명은 5년 뒤 재발”

민태원 2023. 4. 2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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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치료와 주의사항
수술 후 5년 지나 19.7%가 재발
유방암 아형에 따라 재발률 달라
호르몬수용체 양성, 재발 위험 높아
건강 관리·정기 검사 철저히 해야
고위험군, 항호르몬제 10년 복용을

유방암은 치료 성적이 좋아 진단 후 5년간 별 문제 없으면 완치로 인식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론 환자 5명 가운데 1명꼴로 5년이 지나 재발을 경험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게티이미지

47세 유모씨는 2010년 한쪽 유방에 2.1㎝의 암을 발견했다. 유전자 발현에 따른 유방암 아형은 호르몬(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수용체만 있는 '루미널A'. 암세포가 천천히 자라는 특성으로 예후가 좋은 유형이었다. 암 제거 수술과 4회의 항암치료 후 암세포의 먹이가 되는 호르몬을 차단하는 항호르몬제를 5년간 복용했다. 건강보험 지원(본인 부담 5%)으로 치료 기간 5년을 무사히 넘겨 완치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1년이 지난 2021년 3월 수술 부위에 혹 같은 게 만져졌고 조직검사 결과 암 재발 진단을 받았다. 흔히 암 치료 후 5년간 경과를 지켜보며 재발이 없으면 완치로 여긴다. 5년이면 건강보험 암 산정 특례 지원도 끝나 치료비 혜택이 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암 관리에 소홀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암은 5년 이후에도 재발과 전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장기간 관리가 요구된다.

특히 유방암의 경우 재발 환자 5명 가운데 1명이 5년이 지나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유방암은 여러 아형이 존재하기 때문에 환자별 상황을 고려해 재발을 막기 위한 체계적 전략과 실천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24일 중앙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유방암은 전국 단위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9년 이후 가장 최근인 2020년까지 계속 증가세를 유지 중이다. 2013년 이후 매년 2만명 이상 새로 발생했다(2020년 신규 발생자 2만4923명). 치료 성적과 예후가 좋아 5년 생존율(2016~2020년)은 93.8%로 갑상샘암, 전립선암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10년 생존율도 89%에 달한다.

유방암 진단 후 치료 중이거나 2020년 말까지 생존하고 있는 사람은 27만8953명으로 갑상샘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그렇다고 유방암을 순한 암으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 5년 후에도 완치로 간주하지 말고 꾸준한 건강 관리와 정기 검사를 소홀히 해선 안 되는 근거가 제시됐다.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센터 정승필 교수팀이 대한외과학회지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을 보면 재발을 경험한 유방암 환자의 약 20%는 5년이 지난 ‘후기 재발’에 해당했다.

유방암은 호르몬 수용체와 HER2(상피세포증식인자 수용체2) 표적 단백질의 유무에 따라 치료 방법의 선택과 반응이 다를 뿐 아니라 암 발병 기전, 위험인자, 암 진행 속도, 잘 전이되는 장기도 각각 차이 난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 HER2 음성이면서 암세포 증식지수(Ki-67)가 낮은 유형(루미널A형)의 경우 항암치료는 잘 되지 않지만, 호르몬 억제 치료 효과와 예후가 좋은 편이다.

호르몬 수용체와 HER2가 다 존재하고 Ki-67이 높은 유형(루미널B형)은 암세포 증식 속도가 빨라도 항암치료가 잘 듣는 편이나 루미널A형 보다 예후는 나쁘다. 호르몬 수용체는 없고 HER2만 있는 경우(HER2 양성형)는 항암치료를 해도 재발이 잘 되고 예후가 좋지 않지만, HER2 표적 치료제(허셉틴) 도입으로 치료 성적이 현저히 좋아졌다. 두 호르몬 수용체와 HER2 모두 없는 유형(삼중 음성형)은 재발률이 높고 예후 또한 나쁘다. 그나마 최근 면역항암제의 활발한 연구로 항암 치료 성적이 예전보다 향상되고 있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70~80%가 호르몬 수용체 양성에 해당한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 환자 중 HER2가 음성인 루미널A형이 65~70%, 호르몬 수용체와 HER2 모두 양성인 루미널B형이 10~15%, HER2만 양성인 유형이 5%, 삼중 음성 유형이 10~15%를 차지한다.

그런데 정 교수팀이 유방암 수술을 받은 2730명을 이런 아형에 따른 재발 시기와 생존율을 조사했더니 전체의 12.3%(335명)가 재발했고 그들 중 19.7%(66명)가 5년 이후 재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후기 재발 환자의 78.6%(에스트로겐 수용체 유무 알 수 없는 5명 뺀 61명 중 48명)가 호르몬 수용체 양성인 유형(루미널A와 B형)이었다. 후기 재발 환자 중 HER2만 양성인 유형은 8.8%, 삼중 음성 유형은 8.7%로 비율이 매우 낮았다.

정 교수는 “5년 이전 초기 재발은 삼중 음성, HER2 양성 유방암이 많고 후기 재발은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이 흔한데, 특히 루미널 B형이 A형보다 후기 재발률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이번에 새로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후기 재발의 경우 다른 아형에 비해 생존율이 낮기 때문에 더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자신의 유방암 유형을 정확히 파악하고 5년 후 재발 확률이 높은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면 정기검진과 생활습관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

정 교수는 “암 진단 후 5년이면 산정 특례가 만료돼 많은 환자가 완치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데, 유방암의 경우 고위험 유형이라면 항호르몬제를 5년 이후 10년까지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10년 이후 사용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항호르몬제 부작용도 있는 만큼, 의사와 상의해 복용 연장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유방암 재발을 막기 위해선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 비만이나 음주, 호르몬 대체요법 및 경구 피임약 사용을 줄이고 꾸준한 운동이 권장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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