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계층 ‘자립’에 목표… 사회가 줄 수 없는 사랑·정·꿈 심는다

임보혁 2023. 4. 20.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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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법인 성민 세우고 20년째 복지사역 순복음노원교회
사회복지법인 성민 이사장인 유재필 순복음노원교회 원로목사가 지난 16일 서울 노원구 교회에서 지난 20년간 순복음노원교회와 성민이 추진해온 사회복지사역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순복음노원교회(이상용 목사)에 출석 중인 20대 초반의 발달장애인 정우영(가명)씨는 지난 2월 한 중견기업에 디자이너로 취업했다. 성민복지관이 문화체육관광부·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등의 후원을 받아 진행한 장애인 일자리 지원 사업 ‘디자인아트-잇다’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예술에 흥미가 있는 발달장애인들의 예술가적 역량을 키워 취업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업 목표였다.

정씨는 전문 디자이너 강사의 교육을 거쳐 취업해 신입 사원 환영 선물을 디자인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런 정씨는 부모와 상의해 최근 첫 월급을 떼어 교회에 헌금했다. 자신처럼 또 다른 누군가도 자립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정씨는 헌금 봉투에 “하나님의 은혜로 첫 열매를 드릴 수 있어 감사합니다. 우영이와 항상 함께해주셔서 선한 길로 인도해 주실 줄 믿습니다”라고 적었다.

‘장애인 자립지원’ 사회복지 선교 열매로

순복음노원교회 장애인선교회 봉사자가 휠체어를 탄 한 성도의 버스 하차를 돕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성민 제공

교회 창립부터 지금까지 35년간 지역 내 사회복지 선교에 매진해 온 순복음노원교회가 최근 맛본 열매 중 하나이자 장애인 자립과 더불어 지원이 선순환하는 대표적인 예다.

순복음노원교회는 창립 초기부터 장애인 복지 지원, ‘사랑의 쌀 나누기’ 및 헌혈 운동, 청소년 장학 사업 등을 펼치며 지역 소외 계층을 품어왔다. 2003년에는 사회복지법인 성민(이사장 유재필 목사)을 세우고 성민복지관, 마들종합사회복지관, 성민재가장기요양센터 등 10개 산하기관을 통해 본격적으로 사회복지선교를 펼쳤다.

‘장애인의 날’을 나흘 앞둔 지난 16일 서울시 노원구 상계2동의 교회에서 열린 ‘사회복지법인 성민 창립 20주년 기념 기관 홍보 박람회’에서는 순복음노원교회와 성민이 함께 펼쳐온 사역의 지난 열매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성민이 장애인이나 홀몸노인, 경제 취약계층 등을 위해 진행한 각종 교육 및 지원 프로그램부터 발달장애인의 그림 작품 지원이나 디자인 제품 개발 등을 통해 사회 활동 참여를 도모한 모습 등을 볼 수 있었다.

사회복지법인 성민의 유수진 상임이사는 “소외계층을 위한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자립을 초점으로 사역을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순복음노원교회와 교인들께서 복지기관 사역에 많은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지원, 협력해주셨기에 가능했다”며 “순복음노원교회 성도분들은 이웃사랑이 몸에 밴 분들이다. 본인들이 봉사에 참여하며 이웃사랑을 펼치고 있다는 걸 잘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협력하고 계신다”고 귀띔했다.

‘성민’으로 소외계층 자립 도모

교회 인근 주민의 편의를 위해 교회 지하 3층에 마련된 장애인 전용 목욕탕. 사회복지법인 성민 제공

이날도 순복음노원교회 곳곳에서는 예배와 사회복지사역이 동시에 진행됐다. 교회 지하 1층에서는 지체 및 지적 장애인 100여명이 참여한 예배가 열렸다. 이들은 수동적으로 예배에 참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성가대원, 봉사자 등으로 직접 나서 예배에 참여했다. 교회의 의료선교회와 외국인선교회, 교경선교회 등이 자리한 7층에서는 무료 의료 진료 및 미용 봉사, 외국인 근로자 및 다문화 가정의 다음세대를 위한 한국어교실, 법률 상담 등이 진행돼 지역 내 취약계층의 필요를 지원하고 있었다. 또 교회 지하 3층에는 장애인 전용 목욕탕이, 교회 인근에서는 발달장애인이 바리스타와 제빵사 등으로 일하며 자립을 도모하는 ‘우리행성’ 카페도 운영 중이다.
교회 의료선교회 관계자들이 ‘사랑의 무료진료’ 봉사에 나선 모습. 사회복지법인 성민 제공


1988년 순복음노원교회 창립 당시 교회가 자리 잡은 곳은 서울시에서 장애인이 가장 많은 자치구 중 하나였다. 그만큼 교회의 사회복지 사역은 자연스러우면서도 마땅히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사회복지법인 성민 이사장 유재필 순복음노원교회 원로목사는 “사회복지 사역에 헌신한 이래 그저 날마다 보람이지만, 사실 부임 초기만 하더라도 장애인 사역이 주된 관심사는 아니었다”면서 “하지만 예배를 드리고자 교회를 찾은 장애인 성도들께서 승강기가 한 대뿐이던 당시 예배당에 드나들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봤다. 어렵게 교회를 찾은 이들이 제대로 은혜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장애인교회를 별도로 설립하며 사역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보다 더 사역을 전문적으로 감당하고자 사회복지법인 성민을 설립했다. 유 목사는 “하나님께서 교회를 세우신 최상의 목적은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 곧 사람 사랑이다”며 “교회의 사회 복지 사역 감당은 매우 중요한데 종교나 계층, 나이의 벽을 뛰어넘고, 기독교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이들까지도 사랑으로 품는 기회로 삼고자 사회복지법인 성민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와 사회가 정책을 통해 사회 소외계층을 지원하긴 하지만, 대체로 물질적인 지원이 위주일 수밖에 없다”며 “그런 상황에서 교회는 소외된 이들에게 사회가 줄 수 없는 사랑과 정을 주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을 심어 주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성령으로 화평과 화목 추구하는 공동체

순복음노원교회와 사회복지법인 성민의 주된 목표 중 하나는 소외 계층의 자립이다. 산하기관인 성민사회복지연구소를 통해 장애인의 자립적인 미래를 계획하는 ‘평생과정설계’ 이론과 실천체계를 구축한 게 대표적이다. 평생과정설계는 장애인의 자립 생활과 권리 옹호를 지향한다. 장애인들이 생애주기별로 직업 주거 결혼 보건의료 교육 여가 등의 영역에 맞춰 자신의 삶을 직접 설계하고 실행, 조정할 수 있도록 도와 장애인 중심의 자립이 이뤄지도록 이끈다.

유 목사는 “스스로 자기 일을 감당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성민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다”며 “사회의 소외된 이들에게 자신감과 성취감을 심어주고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줘 사회의 일원으로서 넉넉히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고 했다.

2021년 유 목사의 뒤를 이어 담임목사로 취임한 이상용 목사도 유 목사의 목회 철학을 본받아 사회복지선교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이상용 순복음노원교회 목사가 지난 16일 교회 정문에서 열린 ‘사회복지법인 성민 창립 20주년 기념 기관 홍보 박람회’를 둘러보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이 목사는 성경이 말하는 사회복지 사역의 의의를 묻는 말에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의 장애와 편견을 넘어선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공동체다”며 “신자인 우리는 단순히 병든 자를 고치는 사건에 한정되지 않고 이스라엘 민족의 삶 전체에 관심을 두고 계셨던 그리스도의 모습을 발견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장애 때문에 교회 생활에서 제한, 배제, 분리, 거부 등의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되며 교회는 오히려 장애인을 귀히 여겨야 한다”며 “장애를 갖고 있다 할지라도 교인들이 교회에서 각자에게 맡겨진 직분을 감당하며 교회를 섬길 수 있도록 격려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순복음노원교회와 성민이 꿈꾸는 바는 뭘까. 유 목사는 “거창할 건 하나도 없다. 그저 소외된 이들의 손을 한 번이라도 더 잡아주고 따스한 가슴으로 껴안아 주며 다가가는 것, 하나님이 주시는 사랑과 꿈, 희망을 심어줄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오순절교회만의 주된 특징 중 하나가 성령님으로 인한 화목과 화평을 추구하는 것 아닌가”라며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그들이 줄 수 없는 사람 냄새가 나는 인간관계, 차별이나 벽이 없는 관계를 세상에 보여줘야 하는 것이 교회이고, 사회복지기관이 할 일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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