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식당에 강아지 출입 허용 예정… 털날림 괜찮을까? [멍멍냥냥]

이해림 기자 2023. 4.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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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털은 알레르기를 직접 유발하지 않으며, 털에 묻은 동물의 각질과 땀이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자주 환기하면 공기 중 알레르기 물질의 농도가 옅어져 알레르기 반응도 줄어든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OO근교 강아지랑 갈만한 곳’

주말을 맞이해 반려견과 나들이가고 싶은 반려인들. 그들은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곳을 찾느라 바쁘다. ‘사람 친구’와 갈 수 있는 곳 대부분이 ‘동물 친구’와 함께면 출입 불가여서다. KB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반려인이 온라인 홈페이지 등 비대면 채널에서 가장 얻고 싶어하는 정보는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장소(카페·숙박시설 등)’였다. 수요가 충분한 만큼 반려동물 동반 업소는 앞으로도 늘어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시대 흐름에 발맞춰 식품위생법 개정 계획을 밝혔다. 기존 식품위생법에 의하면, 카페나 음식점에 따라온 반려동물은 식사 공간과 분리된 별도 공간에 머물러야 했다. 이를 고쳐 반려동물과 반려인이 ‘한 곳’에서 음식을 먹도록 허용하는 게 개정의 골자다. 식약처 관계자는 “우선 일부 업체에 한해 규제를 철폐하는 ‘샌드박스’를 적용해보고, 안전성이 확인되면 오는 2025년 12월부터 합법화 수순을 밟을 것”이라 말했다.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동물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반려동물의 몸에서 날린 털이 음식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려동물 동반 음식점은 ‘피할 수 없는 시대 흐름’일까, ‘식품 위생에 대한 도전’일까?

◇같은 공간에 있기만 해도 ‘알레르기 반응’ 나타날 수 있어

동물 알레르기는 동물의 땀, 각질 등에 신체가 노출됐을 때 생기는 알레르기 반응을 통칭한다. 증상은 사람마다 다양하다. 천식 환자라면 기침 형태로, 비염 환자라면 코가 막히거나 콧물이 흐르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원래 있던 알레르기가 동물의 땀, 각질 등으로 말미암아 심해지는 셈이다. 이에 치료할 때도 증상마다 다른 약물을 사용한다. 비염 증상이 나타나면 비염약을, 천식 증상이 생기면 천식약을 처방하는 식이다. 면역 치료를 하면 알레르기가 있던 사람에게서 알레르기를 완화할 수 있지만, 면역 치료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사용 약제가 국내에 잘 수입되고 있지 않다.

동물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동물과 직접 닿지 않아도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건너편 테이블에 반려동물을 데리고 온 손님이 앉는 게 한 예다.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호흡기·알레르기 전문) 이경훈 교수는 “공기 중에 흩날리는 동물의 비듬·땀 등을 코로 흡입하면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다”며 “동물이 오래 머무르다 갔다면, 당장은 동물이 없어도 공기 중에 남은 땀과 비듬 때문에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음식에 들어가면 찜찜할 뿐… 동물 털이 몸에 해롭진 않아 

강아지든 고양이든 동물은 털이 많이 빠진다. 빠진 털이 공기 중에 날리다 음식에 들어갈까 우려하는 사람이 많지만, 의외로 털은 죄가 없다. 항간엔 동물 털도 알레르기를 유발한다고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털 자체보단 털에 묻은 각질과 땀이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경훈 교수는 “오로지 동물 털 때문에 알레르기가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고, 동물 털을 먹어서 탈이 나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음식에 들어간 동물 털이 찝찝할 순 있어도, 실수로 먹었대서 건강상의 이상이 생기는 건 아니란 것이다.

몸에 해롭지 않대도 사람의 것이든 동물의 것이든 털은 이물질이다. 반려동물 동반 식당·카페가 제공하는 식품에 동물 털이 들어갈 것을 우려해,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나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식품접객업소 반려동물 출입 관련 운영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식당에 반려동물이 들어오더라도 ▲조리장 ▲식재료 보관창고 등 식품취급시설엔 출입할 수 없다. 업장 종사자는 반려동물과 접촉하지 않는 게 원칙이며, 부득이 접촉할 시 일회용 위생 장갑을 착용하거나 접촉 전후로 손을 씻게 돼 있다. 음식을 제공·진열하는 경우 반려동물의 털이 혼입되지 않도록 덮개를 설치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관련 업계 종사자 “철저한 위생관리로 털 날림 잡을 수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선 어떻게 지켜지고 있을까. 브런치 카페 프랜차이즈 ‘달꽃다방’은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받은 업체 중 하나다. 작년 12월 20일, 달꽃다방은 운영 중인 매장 한 곳을 ‘반려동물 동반출입 음식점’으로 허가받았다. 허가 기간은 총 2년. 달꽃다방 연수민 대표는 “동물 털이 음식에 혼입되지 않게 하려 주방과 (손님이 머무는) 홀 사이에 초미세방충망을 설치했다”며 “추후 초미세방충망을 둔 곳에 아예 가벽을 세워 음식에 털이 들어가는 것을 원천 차단할 것”이라 말했다. 동물 털이 날린다는 민원이 들어온 적은 없지만, 반려동물 출입을 허용하는 이상 언제든 민원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연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위생 업체에서 제공하는 식품안전 솔루션을 통해 매월 위생점검을 시행하는 등 각별히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연바람으로 자주 환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경훈 교수는 “방문하는 동물 수가 누적될수록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공기 중에 축적된다”며 “환기를 자주 하고 공기청정기를 틀면 공기 중 알레르기 항원의 농도가 옅어진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에도 ‘2시간에 1회 창문을 열어 환기하거나 공기청정기를 상시 가동’하라고 나와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동물과 한 공간에서 음식을 먹을 것인지, 손님이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동물 출입이 가능한 업소인 줄 모르고 이용하다, 주인과 함께 들어오는 반려동물을 보고 당황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단 뜻이다. 이경훈 교수는 “동물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약으로 증상을 조절하면 반려동물 동반 음식점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며 “단, 당사자가 알레르기 발생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도록, 음식점 입구에 표지판을 다는 등 충분한 고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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