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도 나섰습니다, 피해자를 제대로 기억할 기회입니다

최정규 2023. 4. 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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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무책임으로 8년 소송 패소한 학폭 피해 유족... 후퇴가 아닌 일보 전진을 위해 필요한 것

[최정규 기자]

법을 잘 아는 변호사는 주원이를 두번 죽인 것이며 자식 잃은 어미의 가슴을 도끼로 찍고 벼랑을 밀었습니다.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올라 온 학폭피해자 고 박주원님의 유족 이기철님의 글이 심금을 울리고 있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정해진 기일에 출석하지 않아 재판이 패소로 끝났음에도 이 사실을 5개월 동안이나 당사자에게 숨기고 있었다는변호사의 기이한 행동에 모든 국민들은 분노를 뿜어내고 있다.
 
"주원이가 투신했을 때는 그렇게도 안오던 방송사, 언론사들이 내가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어서만 이제사 득달같이 오냐고..."(4월 7일 유족 이기철님 페이스북 발췌)

박주원 학생 학폭의 진상도 규명되어야
 
 2010년 9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천안함 최종 보고서 관련 긴급토론회에서 권경애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유족의 한탄처럼 학폭 피해자 주원이의 투신에 무관심했던 언론도 너 나 할 것 없이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무명의 변호사가 아니라 이른바 '조국흑서'로 알려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공동 저자 권경애 변호사라 세간의 관심이 더 집중되고 있다. 세상이 이토록 관심을 쏟고 있지만 유족은 8일 새벽 페이스북에 <어제보다 후퇴한 하루>라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은 심경을 토로했다. 
 
언론이면 언론, 방송이면 방송 곳곳에서 소설들을 쓰고 있는 중
권변은 자산도 없고 빈털털이라는데
온갖 방송에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와서 해결방안은 손해배상소송을 하면 된다고 떠들고 있더라.
손해배상소송이란게 있는걸 누가 모르나
그거 해봐야 줘야 할 사람이 안주면
다 빼돌려놓으면 그만인 그거
빈털털이를 상대로 또 몇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지난한 소송을 나더러 하라니…… 저런 말을 할수가 있는 전문가 머리들은 참!

유족이 한탄하는 '어제보다 후퇴한 하루'가 아닌 어제보다 한 발자국이라도 전진하는 하루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변호사의 기이한 행적을 추적하는 것도 언론의 역할이겠지만, 2015년 왜 주원이가 학폭에 못 이겨 투신하게 된 것인지에 대해 다시 조명되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제보를 받기 시작했다. 유족은 "그때는 미성년이었으나 이제는 어엿한 성년이니 말해달라"면서 "제 딸이 당한 모든 폭력을 제보해주길 엎드려서 빈다"고 호소하고 있다. 감춰졌던 진실이 이제라도 밝혀지는데 언론은 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제보를 받는다고 알렸다.
ⓒ SBS
 
서울시교육청은 이미 지난달 23일 유족들의 소송 패소에 따른 소송비용확정신청을 했다가 여론의 싸늘한 반응에 '소송비용 회수 포기' 여부를 심의하기 위한 소송심의회를 열어 적극적·전향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주원이의 학폭 피해를 밝혀내야 할 조사위원회를 꾸려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에 대한 조사와 징계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피해유족이 입은 피해가 신속하게 회복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피해유족의 동의가 있다면 '제3자 변제'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피해자의 동의가 있는 '제3자 변제'는 가능하다). 

대한변협이 피해유족에게 일정한 금원(권경애 변호사가 지급을 약속했다고 알려진 9,000만원은 즉각적으로, 이후 손해배상소송에서 인정된 금액은 순차적으로)을 먼저 지급한 후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이 그 방안이다. 

징계권한을 가진 변호사협회가 유족에게 미리 변제하고 구상권을 행사한다면 권경애 변호사의 성실한 지급이 담보될 수 있으며, 유족들은 지긋지긋한 소송절차와 강제집행절차의 늪에서 더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피해자를 제대로 기억하는 법

유족은 8일 새벽 페이스북에 <피해자를 소모시키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글에 자신의 두려움을 호소했다.
 
< 피해자를 소모시키는 방법 >
1. 가해자를 부각 시킨다.
2. 관련기관은 가해자를 얼른 처벌한다고 발표하다.
3. 대중은 가해자를 욕하고 정의로움을 과시한다.
4. 시간은 흐르고 피해자는 한 줌 재로 날아간다.
5. 대중들은 언제 그래냐는 듯 일상을 살아간다.
다시 이렇게 되는 건가
두렵다
너무너무

언론은 권경애 변호사의 과거 행적들을 들추고 있고, 변호사 징계권을 가진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 징계를 위한 조사위를 꾸린다며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관련 기사의 댓글에는 권경애 변호사를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결국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을 살아갈 것이다. 유족의 두려움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피해자를 소모시키지 않고 피해자를 제대로 기억하는 법을 배우면 좋겠다. 유족들의 두려움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이 사건을 통해 피해자를 제대로 기억하는 법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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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최정규 기자(변호사)는 공익법률지원센터 파이팅챈스의 구성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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