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뭇매' 와중 떠오르는 '이재명 쿠팡물류센터 화재' [기자수첩-정치]

정도원 2023. 4.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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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당 의원이 중국 인민해방군을 가리키며 "우리로 치면 자위대"라고 말한 것 같다는 보도가 나갔다고 상상해보자.

''우리'가 일본이냐. 역시 토착왜구'라며 온갖 시민단체들이 들끓고, 몇날며칠 동안 뉴스로 '도배'가 될 것이다.

최근 국민의힘 소속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산불 와중에 골프연습장에 들렀다는 보도로 뭇매를 맞는 것을 보며, 과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였던 시절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를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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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화재 와중에 '떡볶이 먹방'
녹화하고서도 문제없이 대선후보
金, '0단계 산불' 중 연습장으로 뭇매
'논란'에 대한 잣대에 좌우 격차 있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한 칼럼니스트와 함께 유튜브를 촬영하고 있는 모습. 이 대표는 관내인 경기 이천의 쿠팡물류센터에서 큰 화재가 났는데도, 같은 시각 경남에서 '떡볶이 먹방' 유튜브를 녹화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뉴시스

보수정당 의원이 중국 인민해방군을 가리키며 "우리로 치면 자위대"라고 말한 것 같다는 보도가 나갔다고 상상해보자. ''우리'가 일본이냐. 역시 토착왜구'라며 온갖 시민단체들이 들끓고, 몇날며칠 동안 뉴스로 '도배'가 될 것이다. 사실관계를 따져보기도 전에 제명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라디오에 출연해 일본 경찰을 가리켜 "우리로 치면 공안(公安)"이라고 말했는데도 세상은 고요하기만 하다.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없다.


최근 국민의힘 소속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산불 와중에 골프연습장에 들렀다는 보도로 뭇매를 맞는 것을 보며, 과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였던 시절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를 떠올리게 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현직 경기도지사였던 지난 2021년 6월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 와중에 한 칼럼니스트와 경상남도에서 '떡볶이 먹방' 유튜브를 녹화했다. 당일 새벽 5시 35분 발생한 화재가 하루종일 진화가 안된데다, 정오 무렵에는 소방서 구조대장이 실종되기까지 한 상황이었다.


해당 화재는 엿새만에야 진화할 수 있었다. 실종된 구조대장은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인명 피해까지 수반한 큰 화재가 새벽에 일어나 계속되는데도, 이 대표는 관외에서 '떡볶이 먹방' 유튜브 녹화를 진행했던 것이다.


반면 김 지사는 지난달 31일에 홍천에 산불이 있는 와중에 퇴근 직전 오후 5시 30분부터 관내 춘천의 골프연습장에 20분간 들렀다고 한다. 산불은 단계에 따라 관할이 나뉜다. 1~2단계 산불은 시장·군수가, 3단계 이상의 산불은 도지사가 관할한다.


당시 홍천 산불은 몇 단계였을까. '0단계'다. 해당 산불은 오후 6시 1분 완전 진화됐다. 이후에 저녁식사를 하러 간 게 문제라고 하지만, 이미 산불은 진화됐기 때문에 저녁식사 때는 산불 와중도 아니었다.


지난달 18일에도 산불이 있었는데 골프연습장에 갔다는 보도도 나왔다. 골프연습장은 주말인 그날 오전 7시에 다녀갔고, 산불은 평창에서 오후에 났다. 산불이 오후에 발생할 것을 새벽에 미리 예견했어야 하나. 이 보도가 최초 보도로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수정되는 사이, '지난달 18일 산불' 관련 내용은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사안의 경중을 따지면 김 지사가 이 대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데도, 되레 김 지사가 반드시 죽어야할 여적죄(與敵罪)라도 지은 것마냥 더 큰 공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지사는 그간 우리의 자유민주주의·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둘러싼 전선(戰線)의 최전방에 서왔다. "우리로 치면 공안" 발언에 대한 뜨듯미지근한 반응처럼, '논란'과 '설화'에 대한 잣대에 정치인의 좌우 성향에 따른 격차라도 있는 것일까.


이재명 대표는 쿠팡물류센터 화재 와중의 '떡볶이 먹방' 유튜브 촬영 사실이 폭로됐는데도, 문제없이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반면 김진태 지사는 '지난달 18일 산불'이라는, 이후에는 사라져버린 추가 보도가 나왔다는 이유로 당무감사가 지시됐다고 한다.


선출직 최고위원들의 설화로 흔들리는 리더십을 다잡기 위해 당 소속 광역단체장에게 화살을 돌리려는 의도는 설마 아닐 것이라 믿는다. 사안의 경중과 '보도'의 전후 사정에 대한 냉정한 파악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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