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은 트였긴 한데…”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첫날, 기대감 뒤 복잡한 셈법
“평택은 지금도 미분양이 널려있는데다, 분양 예정인 단지도 줄줄이 대기 중이었어요. 공공택지인 고덕신도시는 별 영향이 없겠지만, 그 외 나머지 전 지역은 그래도 숨통이 좀 트였죠.”
경기도 평택 고덕신도시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A씨는 지난 7일 시행된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효과를 이렇게 전망했다. 지난 4일 주택법 시행령 개정으로 7일부터 공공택지 또는 규제지역 및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 전매제한이 3년, 서울 전역이 포함되는 과밀억제권역 1년, 그외 지역은 6개월로 단축했다.
일선 부동산 중개업소는 전매제한 완화로 분양권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그 효과는 수도권, 그중에서도 입지·가격 경쟁력이 있는 단지들에 집중될 것이라고 봤다.
A씨는 “지난달에도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분양 아파트는 두자리수 경쟁률이 몰렸지만, 시세와 비슷한 민간분양 물량은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라도 0%대 경쟁률을 면치 못했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가격 경쟁력”이라고 했다.
서울에서 당장 분양권 매도가 가능한 단지는 총 13곳이다. 그중에서 입주일이 가장 빠른 단지는 내달 입주하는 청량리역한양수자인 그라시엘이다.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2019년 분양 당시 9억원 중후반으로, 현재는 6~7억의 프리미엄이 붙어 14~15억 원에 분양권 시세가 형성됐다.
동대문구 용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 7일 “시행 첫날이다보니 매수인들의 문의 전화가 몇통 오긴 했다”면서도 “입주가 얼마 안남았다보니 팔겠다는 연락은 많지 않다. 시세를 더 지켜보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전매제한 기간 완화는 개정안 공포·시행 이전에 공급된 주택에 대해서도 소급적용된다. 정부의 ‘1·3대책’으로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서울 강동구의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도 전매제한 기간이 8년에서 1년으로 줄었다. 다만 분양권 거래는 당첨자 발표일로부터 1년 후인 오는 12월부터 가능하다.
강동구 둔촌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거래는 연말부터 가능하지만, 언론 보도를 보고 오늘부터 가능하다고 착각한 이들의 문의 전화가 몇 통 오긴 했다”고 했다. ‘실거주 의무 규정’을 폐지하는 주택법 개정안도 아직 국회 통과 전이라 현재로선 2년의 실거주를 해야 분양권을 팔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매제한 완화로 그동안 얼어붙어있던 분양권 시장이 다시 열린 것이라는데는 대체로 동의했다. 다만 이것이 시장 활성화로까지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우선 높은 양도세가 부담이다. 현재 분양권 양도소득세율은 취득 후 1년 내에 팔 경우 시세차익의 70%, 1년이 지나 처분하면 60%다. 여기에 지방세 10%가 가산되면 사실상 77%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매수자들의 관심은 확실히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단기 양도세 중과세율이 여전히 높아 거래가 활발하게 이어지긴 어려워보인다”고 했다.
전메제한 효과는 일부 수도권에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체 미분양 아파트의 80% 이상은 지방에 몰려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분양가상한제 해제 이전에 최초 분양가를 책정한 서울·수도권 단지들은 가격 경쟁력이 있는만큼 거래가 양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이러한 분위기가 지방으로까지 낙수효과로 이어지려면 결국 최초 분양가보다 얼마나 높게 거래되는지를 봐야한다. 격차가 크지 않다면 주택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는 뜻”이라고 했다.
함영진 직방빅데이터랩장은 “전매제한이 제일 긴 지역이 3년이라면 대부분 입주하면 팔수 있게 돼 환금성이 개선될 것”이라며 “분양권 시장이 활발했던 평년 수준까지는 회복하지 못하더라도 최저치인 지난해보다는 거래량이 늘 것”이라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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