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감사" 이석기 후배, 국회 간다…'쥴리 의혹' 안해욱 3등

김준희 2023. 4. 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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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된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두 팔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진보당 8년 만에 국회 입성…"민주당 무공천 영향"


더불어민주당 후보 없이 6파전으로 치러진 4·5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진보당 강성희(50) 후보가 당선됐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민주당이 무공천한 게 가장 큰 영향을 줬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국민의힘 등 보수 정당에 반감이 깊은 데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도 작용했다고 한다.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출신인 강 당선인은 39.07%(1만7382표)를 득표해 32.11%(1만4288표)를 얻은 무소속 임정엽 후보를 눌렀다. 이로써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통합진보당이 해산한 뒤 8년 만에 후신인 진보당이 국회에 1석을 확보하게 됐다.

강 당선인은 민주노동당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한 뒤 통합진보당 시절인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완주군의원 후보로 출마한 적도 있다. 그는 한국외대 글로벌(용인) 캠퍼스 언어인지학과를 졸업해 같은 대학 중국어통번역학과 82학번인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 후배이기도 하다. 경기동부연합 수장인 이 전 의원은 2015년 1월 대법원에서 내란선동 등 혐의로 징역 9년의 유죄를 확정받았다.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임정엽 후보가 지난 4일 전주시 서신동 한 교차로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무소속 후보도 '파란색 점퍼' 입어


민주당은 이상직 전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하자 "재선거 원인을 제공했다"며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이에 민주당 성향 후보들이 난립해 표가 나뉜 것도 진보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무소속 후보 대부분은 "여당과 정부를 심판하겠다"며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점퍼를 입었다. 강 당선인 점퍼도 하늘색이었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것도 이례적이다. 민주당은 2021년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에도 원인을 제공했지만, 후보를 냈다가 패배했다.

강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12일 출마 선언할 때만 해도 지역 정치권에서 무명에 가까웠다. 완주군수를 두 번 지낸 임정엽 후보 낙승을 점치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강 당선인은 중앙당 차원에서 지원하면서 선거 후반 여론 조사에서 연거푸 1위에 올랐다.

진보당은 선거구 곳곳을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현수막으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전국에서 모인 진보당 당원들이 월셋집 원룸을 얻어 경로당을 돌며 노인 손톱·발톱을 깎아주고 어깨를 주물러주는 등 '주민 밀착형 생활 정치'를 편 것도 점수를 딴 요인으로 꼽힌다.

6일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된 진보당 강성희 후보 선거 사무소 건물 외벽에 걸린 현수막. '고맙습니다 민주당'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고맙습니다 민주당' 현수막…"소수 정당 한계" 지적도


강 당선인은 선거사무소 건물 외벽엔 '고맙습니다 민주당'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걸었다. 일각에선 "'거대 양당 정치 탈피'를 외친 진보당이 민주당에 기대는 건 자기모순이자 소수 정당 한계를 인정한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에 대한 반감도 여전하다.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직장인 남성 A씨(40대)는 "전북에선 이재명 대표를 욕하면 돌 맞는 분위기"라며 "검찰이 윤 대통령 정적을 죽이기 위해 이 대표를 무리하게 기소했다고 보는 여론이 선거 결과에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쥴리 의혹'을 제기한 무소속 안해욱 후보는 전북에 연고가 없는데도 10.14%로 3위를 기록했다. 전북도의장을 지낸 무소속 김호서 후보(9.15%)보다 앞섰다.

4·5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안해욱 후보가 지난달 23일 전북 전주시 용머리로에서 출근길 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XXX야' 안해욱 '사이다 발언'도 인기"


전업주부 B씨(50대)는 "안 후보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거침없이 욕하는 모습을 보고 속이 후련했다"며 "'사이다 발언'으로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안 후보는 지난달 29일 전주MBC 후보자 토론회에서 "나는 '용산대' 앞에서도, 관저 앞에 가서도 항상 이렇게 외친다. 윤석열 XXX야"라고 발언,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영등포경찰서에 고발당했다.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는 김기현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전주를 수차례 찾아 지지를 호소했는데도 5위(8%)에 그쳤다. 무소속 김광종 후보(1.5%)를 빼면 사실상 꼴찌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선 출마를 번복한 정운천 의원(전북도당 위원장)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선 "'호남에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고 믿는 민주당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에 실망해 진보당 후보를 택했다는 의미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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