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에 막힌 근로시간 개편…삐걱이는 노동개혁
이정식 고용부 장관 연일 현장 의견 청취
실효적인 보완방안 마련…제도 개편 완수
여소야대 상황에 법 개정 가능성 미지수
윤석열 정부가 천명한 3대 개혁과제 중 하나인 노동개혁이 시작도 하기 전에 삐걱이는 모습이다. 노동시간 유연화를 위해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주단위가 아닌 월·분기·반기·년으로 확대하면서 최대 근로시간이 주 69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노동계와 청년층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떄문이다.
결국 윤 대통령이 '주 최대 60시간'으로 상한(캡)을 정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여론이 악화된데다 다수당인 야당이 근로기준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협조해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윤 대통령의 지시 이후연일 근로시간 개편 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현장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근로시간 개편안에 따르면 주 단위로 관리되던 연장근로시간을 노사가 합의할 경우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관리할 수 있다. 1주 12시간 단위로 제한되던 연장근로시간을 월 52시간(12시간×4.345주) 등 총량으로 계산해 특정 주에 집중적으로 근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퇴근 후 다음 일하는 날까지 11시간 연속휴식은 보장한다. 남은 13시간에 근로기준법에 따라 4시간마다 30분씩 주어지는 휴게시간 1시간30분을 빼면 하루 최대 근로시간은 11시간30분, 휴일을 제외한 주 6일 최대 근로시간은 69시간이 된다.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주 64시간으로 상한을 잡았다. 분기 단위 이상으로 연장근로 관리 단위가 길어지더라도 산재 과로인정 기준인 4주 평균 64시간은 넘지 못하도록 했다.
고용부는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노사 간 합의를 통해 현장의 특성에 맞게 근로시간을 유연화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른바 '기절 시간표'라는 것까지 올라오면서 청년층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시간표에 따르면 월요일에 출근해 '근무→바로 취침'을 토요일 새벽까지 반복하다가, '기절'한 후 병원에 간다는 내용이다. 일요일에는 집안일을 하고, 휴식 시간은 토요일 오후와 저녁, 일요일 오후뿐이라는 것이다.
노동계도 "11시간 연속휴식을 하고 싶으면 1주 69시간 이상을 일하든가, 그렇지 않으면 1주 64시간까지 일하라는 것"이라며 "산재 과로 인정 기준인 1주 64시간을 꽉 채우라는 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여론이 나빠지자 대통령이 수습에 나섰다.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주당 60시간 이상의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하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며 "주당 근로시간의 상한을 정해놓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노동 약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어렵다"며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이후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22일 이른바 'MZ 노조'라고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 만난데 이어 23일 제조업 현장 청년 근로자, 24일 청년유니온과 간담회를 갖고 의견 청취에 나섰다.
이번 주에는 중소기업근로자, 미조직근로자, 중장년 세대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의견 청취에 나선다. 또한 지방청별로도 의견 청취를 병행한다. 정부는 최대한 실효적인 보완방안을 마련,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완수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설문조사와 집단심층면접(FGI) 등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이번 주에도 근로시간 개편 관련 현장 의견수렴을 계속해 나가겠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소통방법을 통해 차분하고 충분히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의 다각도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로시간 개편이 이뤄질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여론이 악화된데다 다수당인 야당이 근로기준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협조해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근로시간 개편에 대한 의지는 대통령이 후보시절일 때부터 내쳐온 사안"이라며 "정부 입장에서는 노동개혁의 첫 걸음으로 개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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