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원응두 (13) 심한 빚 독촉에 유산으로 받은 땅 다 팔고 빈털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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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 끝에 악수를 뒀다.
종묘 사업에도 손을 댔다.
그런 가운데서도 손님들의 외상은 여전했다.
손님 대부분 농민이라 돈은 수확이 끝나야 생기기 때문에 외상으로 물건을 가지고 가서 나중에 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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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의 가책과 외상값 때문에 장사 접고
신문보급소와 서점 열었지만 잘 안 팔려
장고 끝에 악수를 뒀다. 종묘 사업에도 손을 댔다. ‘흥농종묘사’라는 이름으로 농약과 종자를 팔았다. 중문은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곳이어서 사업을 하면 잘될 것 같았다. 제주시에서 농약과 종자들을 가져다가 팔았는데 장사가 제법 잘됐다.
손님들은 새벽부터 가게 문을 두드리면서 물건들을 사러 왔다. 당시 논과 밭의 곡식엔 진딧물과 ‘멸강나방’이라는 해충이 생겨 피해를 주었다. 이때 농협에서는 ‘파라치온’과 ‘마라치온’이라는 극독성 농약을 판매했다. 나도 이 농약들을 팔았다. 그런데 이 농약은 일제 강점기 태평양전쟁 때 인명 살상용으로 사용했던 약품이다. 이것을 농약으로 만들어 판매했다. 그때만 해도 국내에 농약이 별로 개발되지 않아 농민들은 이 농약을 살충제로 사용했다.
농민들은 해 뜨기 전 서늘할 때 약을 뿌려야 하는데 농협은 아침 일찍 문을 열지 않아 대부분 우리 가게를 이용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두 농약을 사용하는 순간 중독이 되는 것이었다. 독성이 강해 기절하기도 하고 심하면 죽는 일까지 벌어졌다. 나는 신앙적 양심의 가책이 오기 시작했다. 우리 가게에서 파는 농약으로 사람들이 다치고 죽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약을 취급해서는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손님들의 외상은 여전했다. 손님 대부분 농민이라 돈은 수확이 끝나야 생기기 때문에 외상으로 물건을 가지고 가서 나중에 갚았다. 외상 수금은 쉽지 않았다. 나는 고민 끝에 장사를 접기로 했다. 그래서 농약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인도하기로 하고 농약 가게를 그만두었다. 여러 가지 장사를 해보았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이것저것 해보았지만 되는 게 별로 없었다.
결국 생각하다가 신문보급소와 서점을 하기로 했다. 중앙일보 신문을 보급했다. 그리고 책은 부산 자갈치 시장에 가서 중고 책을 사다 팔았다. 그런데 신문 대금 역시 수금이 잘되지 않았다. 책 역시 잘 팔리지 않았다. 중문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각각 하나밖에 없었다. 관공서라고는 경찰서 농협 면사무소뿐이었다. 그래서 책 보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옆 마을 서귀읍은 학교도 많고 관공서도 많아 큰 서점이 있었다. 그리고 사무용품 가게도 제법 큰 가게가 있어 잘되는 편이었다. 그래서 결국에는 서점도 접고 장사를 그만뒀다.
빚 독촉이 심했다. 하는 수 없이 또 땅 한 필지를 팔아 청산했다. 장사해서 돈을 벌어 보겠다고 애썼는데, 결국에는 유산으로 받은 땅 두 필지를 다 팔고도 빚을 정리하지 못해 빚더미 위에 올라앉았다. 이젠 빈털터리가 되었다. 하다 하다 나중엔 초등학교 동창이 경영하는 극장에서 매점을 하면서 겨우 입에 풀칠을 해 나갔다. 참으로 허탈하고 허망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서점은 망했지만 망할 때 가지고 나온 그 책들이 우리 자녀들의 지식 세계를 넓혀주는 살아있는 놀이터가 됐기 때문이다.
정리=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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