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최대폭 하락...마포 래미안 30평대 보유세 160만원 줄어든다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2023.3.15/뉴스1

부동산 보유세의 기준이 되는 아파트 공시가격이 올해 전국 기준으로 역대 최대 폭인 18.6% 떨어졌다. 지난해 집값이 급락한 상황에서 정부가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도 작년보다 낮췄기 때문이다. 이로써 아파트 소유자들의 세금도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1일 기준 전국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 1486만 가구의 공시가격 변동률을 22일 공개했다. 이날은 지역 단위 변동률만 발표되고 개별 가구 열람은 23일 0시부터 시작된다.

전국 기준으로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8.61% 하락했다. 이는 2005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조사를 시작한 후 역대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공시가격이 하락한 것은 2009년(4.6%) 2013년(4.1%)에 이어 올해가 3번째다.

올해 공시가격이 이처럼 크게 떨어진 것은 지난해 집값 하락분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은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시세에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곱해서 산출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7.56% 떨어졌고, 실거래가지수는 전국적으로 17% 급락했다. 정부는 지난 정부의 급격한 공시가격 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소유자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작년 71.5%에서 올해 69%로 낮췄다. 2018년부터 작년까지 전국 공시가격 누적 상승률은 63.4%에 달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구(-22.06%), 인천(-24.04%), 대전(-21.54%), 세종(-30.68%), 경기(-22.25%) 등에서 공시가격이 20% 넘게 급락했다. 이들 지역은 세종시를 제외하고는 2021년 집값이 급등한 여파로 작년 공시가격이 큰 폭 올랐었지만 지난해 집값이 급락하면서 주택 소유자들의 조세 저항감이 컸던 곳들이다. 서울 공시가격은 17.3% 떨어졌다. 광주(-8.75%), 제주(-5.59%), 강원(-4.35%) 등 3곳은 공시가격 하락 폭이 한자릿 수에 머물렀다.

공시가격이 낮아짐에 따라 아파트 소유자들이 부담해야 할 세금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2주택자의 종부세 중과(重課)를 없앴고, 종부세율도 기존 0.6~6%에서 0.5~2.7%로 낮췄다. 1주택자 종부세 공제액은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다주택자나 부부 공동명의자에게 적용되는 인별 공제액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아졌다. 이로써 부부 공동명의는 최대 공시가격 18억원까지 종부세가 면제된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사업부 부동산팀장의 모의계산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이 10억9400만원인 마포구 래미안푸르지오 84㎡(이하 전용면적)는 보유세가 작년 412만원에서 올해 253만원으로 38.7% 줄어든다. 성동구 텐즈힐 같은 면적(9억4700만원)도 보유세가 351만원에서 209만원으로 40.5%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은 지난해 40만~70만원대의 종부세를 냈지만 올해는 공시가 하락으로 종부세 대상에서 빠졌다.

공시가격이 20억원을 넘는 고가주택 소유자들도 보유세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서초구 반포자이 84㎡는 보유세가 1386만원에서 883만원으로 36.3% 줄어들고,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 84㎡도 1372만원에서 772만원으로 600만원 정도 줄어든다. 부부 공동 소유의 경우는 이보다 납부 세액이 더 적을 것으로 추산된다. 재건축 대표 단지로 꼽히는 강남구 은마아파트(84㎡·15억4400만원)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82㎡·15억1700만원)는 부부 공동명의시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

올해부터 종부세 중과가 폐지된 2주택자의 보유세는 1주택자보다 훨씬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은마아파트를 한 채씩 가진 2주택자의 보유세는 작년 5358만원에서 올해 1526만원으로 71.5%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개별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23일 0시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 정부는 내달 11일까지 공시가격 관련 의견을 홈페이지와 시·군·구청 민원실을 통해 접수받고, 이를 토대로 4월말쯤 결정 공시가격을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