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싱크탱크 "중국의 韓·호주 경제보복, 미국 밀착만 낳았다"
한국 롯데마트의 중국 철수, 호주 와인·랍스터 관세 폭탄, 캐나다산 카놀라유 수입 금지…. 중국 정부가 정치·외교적인 이유로 '경제 보복'을 가한 사례들이다. 그런데 이런 중국의 전략이 실제로는 큰 효과가 없었을뿐더러 외려 미국을 도와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1일(현지시간)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 보복 전략은 비효율적인 데다, 미국에 맞서려는 중국의 목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CSIS는 2010년부터 중국에 경제 보복을 당한 한국·일본·호주·캐나다·리투아니아·노르웨이·필리핀·몽골 등 8개국을 조사한 결과 "중국의 전략은 심지어 피해국들을 미국에 더 가깝게 만들기도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복을 당한 국가가 미국과 가까워진 대표적인 사례로는 한국이 꼽혔다. 중국은 2016년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배치한다고 하자 강하게 반발하며 자국 내 롯데마트에 영업정지 철퇴를 내리고 한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중단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 등 문화·관광 분야에서도 한국이 입은 타격은 컸다.
그러나 "한국은 동남아시아·인도 등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며 대응했고 중국에 대해 더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으며,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약속한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는 게 CSIS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경제 보복은 비효율적이며, 중국은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고 이 보고서는 짚었다.
일례로 중국은 지난 2020년 호주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을 두고 미국 편에 서서 '중국 책임론'을 들고나오자, 호주 와인·랍스터 등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석탄 수입을 금지했다. 그 결과 호주의 대(對)중국 수출액은 약 40억 달러(약 5조2300억원) 감소했지만, 호주 정부는 인도와 일본, 한국 등에 석탄을 수출하는 등 신규 시장을 개척해 33억 달러(약 4조3100억원)를 벌어들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보복 조치로 인한 손실은 호주 전체 수출액의 0.25%에 불과했다.
2018년 미국의 요청에 따라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晚舟)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구금한 캐나다 역시 중국의 경제 보복을 피하지 못했다. 캐나다는 카놀라유 주요 생산국인데 중국이 카놀라 관련 제품 수입을 막은 것이다. 그러나 캐나다는 아랍에미리트 등을 우회해 중국에 수출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CSIS 연구팀은 중국의 경제 보복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로 "중국 정부가 높은 비용을 들이는 걸 감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중국이 돈을 아끼느라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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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S, "미국이 중국에 보복당한 국가 돕는 기구 만들자"
그런데도 중국은 외교적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제 보복 전략을 계속 쓸 것이라고 CSIS는 내다봤다. 그렇기에 미국이 이에 대응할 범정부 기관인 '경제적 강압 대응위원회'(Committee on Countering Economic Coercion)를 만들어 G7(주요 7개국)과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CSIS는 이 기구를 통해 보복 대상이 된 나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기금을 조성하고, 미국 정부가 피해국 정부의 국채 상환을 보증하자는 등 여러 방안을 제시했다. 중국에 직접 대응하기 보다는, 피해국이 핵심 기술 분야 등에서 중국과 디커플링 할 수 있도록 돕잔 얘기다. 미국이 중국에 경제 보복을 당할 위험이 있는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것도 대응 방안 중 하나로 꼽혔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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