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러 우크라戰서 저지른 범죄 재판한다…연루자 체포영장 청구

아동 대규모 납치·민간 시설 공격 주요혐의
푸틴, 전쟁범죄 피의자 특정됐을 가능성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고를로프카의 한 아파트 지하실에 마련된 방공호. ⓒ타스/연합뉴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저지른 전쟁범죄 처벌을 위해 강제수사 절차에 돌입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처음으로 러시아인에게 체포영장도 발부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13일(현지시간) ICC가단기간 내에 체포영장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림 칸 검사장이 이끄는 ICC 검사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저지른 범죄 혐의 2건에 대한 수사를 개시해 연루된 인물들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칸 검사는 지난해 2월 전쟁 개전 후부터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전쟁 범죄, 반 인도적범죄, 집단학살 가능성 등을 조사해왔다.

ICC는 '아동 대규모 납치'와 '민간 기반 시설 공격'을 주요 혐의로 꼽았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개전 뒤 인도주의적 구조를 가장해 우크라이나 어린이와 청소년을 러시아로 데려가 러시아 가정에게 입양시켰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침공 직후부터 인도주의적 구조를 가장해 우크라이나에서 아동을 대거 납치하고 '재교육 캠프'를 거쳐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나 자국 본토로 강제 입양 보냈다. 아동 상당수는 고아원, 위탁 가정 등에서 납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예일대와 국무부 전쟁범죄 증거확보 프로그램 '분쟁관측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아동 최소 6000명이 러시아 캠프 43곳에 수용돼 있다. 확인되지 않은 아동을 포함하면 실제 송출된 아동 숫자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ICC 관계자는 집단학살(제노사이드)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유엔의 '집단학살(제노사이드)죄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에 따르면 '집단 내의 아동을 강제적으로 타 집단으로 이동시키는 것도 포함된다.

아울러 ICC는 러시아가 지난해 10월부터 우크라이나 내 수도, 가스, 발전소 등 군사 시설로 볼 수 없는 민간 시설도 고의로 공격한 점도 전쟁범죄 행위로 판단했다.

ICC가 특정한 전쟁범죄 피의자가 누구인지, 몇 명인지 등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NYT는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염두에 둿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ICC는 전쟁범죄, 침략 범죄, 반인도 범죄, 제노사이드 등 중대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며 해당 범죄 혐의가 입증된다면 국가원수의 면책특권도 인정되지 않는다.

한편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는 ICC도, ICC의 관할권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2016년 ICC에서 탈퇴했고 ICC 비가입국 시민은 ICC의 사법 처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NYT는 러시아의 '협조' 없이는 실질적인 처벌이 불가능하다며 전범 혐의자가 특정돼도 신병을 넘겨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