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에 세계 금융사 시총 600조 증발…버핏은 선방
최근 유동성 위기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전 세계 금융주들이 지난 이틀 간 곤두박질치면서 시가총액 600조원 이상 증발했다.
14일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틀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 금융주가지수와 MSCI 신흥국 금융주가지수에 포함된 주식의 시가총액 4650억달러(약 609조원)가 쪼그라들었다. 특히 MSCI 세계 금융주가지수 소속 종목 가운데 뉴욕 증시에 상장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가 사흘동안 72.9% 폭락해 하락폭이 가장 컸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장기 신용등급 전체에 대한 하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SVB와 마찬가지로 실리콘밸리의 테크(기술기업)들이 주요 고객인 까닭에 SVB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유럽의 스톡스(STOXX)600 은행 지수는 전날 5.7% 떨어졌고 경영난을 겪고 있는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장중 15% 이상 추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시아 금융주도 이날 급락해 일본 미쓰비시UFJ 파이낸셜그룹 주가는 8.6% 급락했고 한국의 하나금융지주(-3.86%), 호주의 ANZ그룹 홀딩스(-1.5%) 주가도 떨어졌다. 금융주의 폭락은 금융회사들이 SVB 사태로 채권과 다른 상품투자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 데다 미국 당국의 긴급 해결책에도 투자자들이 아직 안심하지 못해 금융주들이 급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말 지역은행 주식을 대규모 내다판 덕분에 손실을 크게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2월 규제당국에 제출한 신고서에서 “지난해 4분기 뉴욕 맨해튼 소재 뉴욕멜론은행(BNY멜론)의 보유주식 가운데 60%를 매도했다”고 보고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2010년부터 이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거의 12년 만에 매도한 시점이 SVB 파산 사태가 있기 몇달 전이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또 2006년부터 보유하던 US뱅코프의 지분도 91% 줄였다고 신고했다. US뱅코프는 미 중북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를 기반으로 한 은행이다. BNY멜론과 US뱅코프의 주가는 13일 기준 각각 6.7%, 10.0% 하락 마감했다. WSJ는 다만 버핏의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대형 금융주의 비중은 여전히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와 피델리티, 블랙록 등이 입은 피해에 비할 바는 못 된다. 로이터는 이날 펀드 정보업체 모닝스타를 인용해 “SVB 파산 후 미국 은행주 시가총액이 1000억 달러 이상 사라졌다”며 “모건스탠리, 피델리티, 블랙록 등이 운영하는 뮤추얼 펀드가 SVB 붕괴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의 뮤추얼펀드는 1억 2000만 달러 규모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중 4.1%를 SVB에 투자했다. 미 뮤추얼펀드 중 두 번째로 많은 금액으로, 이 펀드는 10일 3.3% 하락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390만 달러 규모의 ‘블랙록 퓨처 파이낸셜 앤드 테크 ETF’는 지난해 12월 기준 자산의 1.7%를 SVB에 투자했다. 자산의 4%는 또 다른 파산 은행인 시그니처은행에 투자했다. 해당 펀드는 13일에 3.9% 하락 마감했다.
피델리티는 4700만 달러 규모의 ‘피델리티 디스럽티브 파이낸스 펀드’를 운용 중이다. 피델리티는 SVB와 시그니처에 각각 2.3%, 4.2%를 투자한 상태였다. 이 펀드 역시 SVB이 파산한 10일 4.5%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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