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日매출 2000만원 ‘전포식육’...K푸드 해외 진출 공식 바꿨다 [그래도 오프라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3. 3. 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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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이상 줄 서야 한다고요?”

맛집으로 떠오른 한 고깃집 얘기다. 동그란 테이블에 앉아 직원이 고기를 구워주는, 이른바 최근 유행하는 국내 맛집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간판도 메뉴판도 한글 일색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장소다. 한국이 아니다. 홍콩, 그것도 침사추이, 센트럴같은 중심가가 아니라 완차이, 타이콕추이 같은 한국인 입장에서 생소한 상권에 있다.

그런데 매출 추이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8월 1호점을 열었고 6개월 만인 올해 2월 2호점이 첫선을 보였는데 두 가게 모두 하루 매출액이 각각 평균 1000만원 이상이란다. 최고 매출은 최근 2000만원도 넘겼다. 가게당 월 매출은 각각 한국 돈으로 2억원 이상 나올 정도로 성업 중이다.

최근 홍콩을 다녀온 관광객 상당수가 현지인 사이에 대박난 한국 식당이라며 소셜미디어(SNS)에 자주 올리고 있다. 전포식육 얘기다. 부산 전포동 할 때 바로 그 전포다. 부산 출신으로 전포카페거리 상인회장을 지낸 문정호 대표가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혈혈단신 홍콩으로 건너가 사업 준비 후 지난해 오픈했다.

전포식육 창업자 문정호 대표 (전포식육 제공)
문 대표가 홍콩에서 보내준 영상, 사진 등을 보면 그냥 한국 고깃집을 그대로 홍콩에 옮겨놓은 분위기다. 소주, 맥주 등도 한국 브랜드를 그대로 가져다 팔고 돼지고기도 한돈이 주력이다. 다음은 문정호 대표와 일문일답.

Q. 주로 부산에서 자영업에 잔뼈가 굵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홍콩이 웬말인가.

그러게 말이다.(웃음) 코로나19가 안 왔다면 계속 부산에서 사업했을 것이다. 부산 서면 일대 다양한 한식 버전으로 약 10여개 직영점, 전포동 카페거리에 대형 베이커리, 카페 등을 계속 확장하면서 많을 때는 24개 점포, 280여명의 직원을 고용했다. 그런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계속 폐업을 해야 했고 직원수도 60여명대로 쪼그라들었다. 살 길을 찾아야 했다. 코로나19 때 그동안 대형매장 위주 사업에서 벗어나 가볍게 분식 사업으로 재기를 노릴 때였다. 전포방앗간이라고 즉석떡볶이집을 차렸는데 감염병 시절이지만 입소문이 나서 소셜미디어(SNS)에서 꽤 유명해졌다. 치즈폭포 떡볶이라는 메뉴 때문이었는데 말 그대로 폭포처럼 치즈를 떨어뜨리는 방식의 메뉴라 인기가 좀 있었다. 마침 홍콩에 살고 있던 조카가 이 아이템을 홍콩에 가져오면 대박 날 거라며 홍콩 진출을 권하면서 그 시장을 들여다보게 됐다.

Q. 그런데 왜 고깃집을 열었나.

떡볶이로는 해외까지 가서 경제성, 즉 ‘규모의 경제’가 안 나왔다. 그래서 30년 요식업 경험자 입장에서 어떤 아이템이 잘 맞을지 시장조사를 해봤다. 조카 말대로 식당이 정말 경쟁력 있는지 알아보려고 우선 통계부터 챙겨봤다. 한국의 자영업 비중을 알아봤더니 대략 25% 정도됐다(OECD 2019년 기준 한국 24.6%). 그런데 홍콩은 절반 이하였다. 가능성이 충분히 있겠다 싶었다. 한식당 숫자도 알아봤는데 대략 500여개 정도 됐다. 이중 코로나19 때 300여개가 문을 닫았다고 들었다. 이런 타이밍에 한국 현지에서 온 식당이 문을 연다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또 현지 한식당 조사를 해보니 여타 한식당은 일단 메뉴를 너무 많이 구비하고 있었다. 홍콩 사람 입장에서 현지 한식당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대부분 저런 식이라면 진짜 한식당, 특히 한국인의 소울 푸드인 삼겹살집을 제대로 보여줘서 불식시키고 싶었다.

Q. 대안은 뭐였나?

그냥 한국을 그대로 들어서 거기에 갖다 놓는 거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예전에는 해외 진출하는 회사에 이런 얘기하면 안 통했다. 현지화가 더 중요하다 했다. 그런데 난 생각이 달랐다. 이제는 통할 때가 됐다고 확신했다. 홍콩을 오가면서 현지 사람들과 얘기를 많이 나눠봤는데 특히 젊은 친구 혹은 중산층에서는 한국을 대부분 가봤더라. 그러면서 하는 말들이 ‘홍콩에도 진짜 한국에서 먹는 방법, 맛, 서비스 등이 똑같은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얘기에 확신이 섰다.

홍콩에 한국 식당을 그대로 옮겨온 듯하게 콘셉트를 잡은 전포식육. (홍콩 = 전포식육 제공)

Q. 실제 어떻게 했나.

진짜 간판부터 한글로 다 쓰고 집기며 불판도 한국에서 다 공수했다. 앉는 의자도 보면 딱 한국 실비집 스타일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 사람까지 데려갔다. 무려 13명이나. 이 친구들이 진짜 현지인들 앞에서 한국어, 영어 섞어가면서 고기를 구워주는 방식을 썼다. 한국 고급 고깃집에서 하는 방식대로 말이다.

전포식육은 한국어 간판에 집기며 불판도 한국에서 다 공수, 한국을 옮겨다놓은 듯한 전략을 썼다. (홍콩 = 전포식육 제공)
Q. 한국 직원들이 쉽게 가겠다고 하던가.

코로나 때 많은 직원들을 가슴 아프게 떠나보내야 했다. 하지만 이들과 관계가 좋았다. 그래서 홍콩 새 사업할 때 이들에게 일일이 연락해서 진용을 갖췄다. 20대 후반이 대부분인데 ‘젊은 시절, 해외에서 K푸드를 널리 알려보자, 또 돈도 벌자’고 설득했다. 숙소 두 곳을 얻고 합숙생활을 하면서 지금의 전포식육을 만들었고 얼마 안돼 제대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Q. 지난해 8월에 문 열었다는데 처음부터 잘 됐나.

아니다. 처음에는 다들 신기해하긴 했지만 불쑥 식당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주변 현지인들도 기웃거리기만 했다. 게다가 초기에 시행착오도 겪었다. 식당 내 주류 판매는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오픈했을 당시 허가가 바로 나오지 않아 고기만 팔아야 했다.

Q. 삼겹살 하면 소주인데 그게 안 되면 한식당이라 하기 힘들텐데. 그래서 어떻게 했나?

좀더 사정을 알아보니 개인이 가져온 술은 거기서 먹는 건 가능했다. 그래서 일단 현지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밖에서 소주나 맥주 사와서 드시라고 알렸다. 그랬더니 한두명씩 오기 시작했다. 그러려고 한 건 아니지만, 일명 ‘콜키지 프리’ 전략이 먹혔다. 점차 사람들이 늘어나니까 현지인들도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국식으로 안내하고 한국식으로 구워줬는데 ‘그동안 구워주는 서비스를 받아본 적 없었는데 너무 좋다’며 열광했다. 그게 입소문을 타더니 9월말부터인가? 지금처럼 이제 저녁시간이면 1시간 웨이팅이 기본이다. 원하는 시간에 예약하려면 이제 2달 이상 기다리는 맛집이 됐다.

1시간 이상 기다려야할 정도가 된 전포식육 (홍콩 = 전포식육 제공)
Q. K푸드가 진짜 먹힌다니 반갑다. 그래도 사업이니 이익도 내야할텐데.

처음에는 고전했다. 그런데 점차 웨이팅하면서 경영 상황이 좋아졌다. 이제는 점당 하루 매출 1000만원을 넘길 때가 많고 최고 2000만원 정도 찍힐 때도 있다. 이익률은 월 기준 20% 이상이다(1호점 45평 19개 테이블, 2호점 50평 21개 테이블 기준).

Q. 홍콩은 부동산 가격이 엄청 높다고 들었다. 게다가 한국인 직원을 대거 기용했고, 홍콩이지만 ‘한돈’ 고기도 팔던데 그러면 비용이 많이 들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이익률이 나오나.

예전에는 홍콩 부동산이 아주 비싸다 느꼈을 테지만 이제 한국도 만만찮다. 그래서 현지 가서도 한국과 임대료 면에서 별 다르다고 체감이 안 됐다. 또 홍콩이 의외로 사업하기 좋은 면도 많다. 일단 설거지 등 주방 지원 인력을 구하기가 용이하다. 또 이들 인건비는 한국보다 최저시급이 낮아서 그만큼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게다가 고기 외에 다른 식재료, 예를 들면 상추, 양파 이런 건 매우 저렴하다. 한국은 상추 파동, 양파 파동 등 농산물 가격 변동성이 높은데 여기는 중국 대륙에서 수급이 되는지 연중 가격 변동이 심하지 않아서 원가 관리를 하기 용이한 편이다. 또 된장, 고추장, 다대기, 소스 등은 직접 여기서 만들어 제공하니 원가율을 더 낮출 수 있었다. 이런 때는 요식업 경험이 큰 힘이 됐다.

전포식육은 메뉴를 철저히 한국식을 고집해 차별화했다. (홍콩 = 전포식육 제공)
Q. 요식업으로 해외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한국보다 GDP 수준이 높은 곳, 그러면서 자영업자 비율이 낮은 곳, 한식당이 몰려있지 않지만 중산층이 많이 사는 상권을 적극 공략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해외 중산층이 많은 곳에서 사업해보니 ‘식사 시간이 90분’이라고 안내하면 철저히 준수하는 식으로 손님 매너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덕에 회전율이 빨라지니 더 많은 매출이 발생했다. 무엇보다 고민할 시간에 그 나라에 직접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상권도 연구하고 관련 규제도 따져보고 하다 보면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Q. 앞으로 계획은.

일단 ‘전포’라는 브랜드 아래 포차 스타일의 주점, 돌솥비빔밥 등의 메뉴를 파는 한식당 등 특색있는 메뉴를 전문화한 식당을 더 내어 보려고 한다. 이미 시장조사를 하고 있다. 하반기면 3~4개 정도 더 ‘전포’ 시리즈 매장이 나올 수 있을 듯 하다.

홍콩 고객은 ‘식사시간 90분 룰’을 제시하면 철저히 지키는 편이라 회전율을 더 높일 수 있었다는 전언이다. (홍콩 = 전포식육 제공)
Q. 이런 노하우면 다른 나라로도 갈 수 있을 거 같은데.

예전에는 전국구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70여개 매장을 관리해봤다. 그런데 가맹점주 관리가 너무 어려웠다. 그냥 한 국가, 지역에서 내가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의 직영점을 관리하는 방식이 더 낫다고 본다. 마침 홍콩이 딱 사이즈가 좋다. 일단 이곳 시장에 더 많은 점포를 내려 한다. 다만 다른 국가에 좋은 파트너가 온다면 ‘전포’ 시리즈든 한국에 있는 한식 브랜드를 마스터프랜차이즈 권리를 사가는 형태로는 내어줄 수 있다.

Q. K푸드 인기 계속될까.

한국 연예인,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들 덕분에 K푸드가 흉내만 내는 한식당이 아니라 진짜 한식당이 해외로 나갈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외국인도 K콘텐츠를 보고 진짜 한식, 한국인이 주변 식당에서 먹는 메뉴를 먹고싶어 한다.

K푸드 미래? 나처럼 외국부터 나와보라. 기회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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