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날엔]영화 대외비, 해운대 조진웅은 실화일까
1992년 제14대 총선, 부산 해운대 배경
민자당 해운대 승리, 무소속 출마후보는 없어
편집자주 -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이 해운대의 아들 전해웅이가….”
영화 ‘대외비’는 1992년 제14대 총선 당시 부산 해운대구에서 벌어진 일을 배경으로 한다. 지역 정치인 조진웅(전해웅 역)이 부산에서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정당의 공천을 사실상 받았다가 빼앗기는 과정. 이를 만회하고자 거대한 음모에 스스로 휘말리는 게 영화의 뼈대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9일 현재 대외비는 누적관객수 57만여 명으로 3월 박스오피스 1위다. 권력을 놓고 벌이는 검은 거래의 실체, 정치인과 조폭 그리고 언론의 뒷거래 등 대중의 관심을 끌 요소가 녹아 있는 영화다.
흥미로운 점은 1992년 제14대 총선, 그것도 부산 해운대구라는 특정 지역의 출마 후보를 둘러싼 에피소드가 영화 스토리의 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전해웅을 연기한 배우 조진웅. 정말로 조진웅이 영화에서 언급한 것처럼 해운대의 아들, 그는 14대 총선에 출마했을까.
영화에서도 배경 설명으로 나오지만 1992년은 특별한 해다.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같은 해 치러졌다. 그때까지 국민 투표를 통한 정권 교체가 한 번도 없었던 대한민국 정치. 당시 권력은 총선 승리를 토대로 12월 대선까지 승리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총선 승리는 그래서 더 중요했다. 삼당야합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민주자유당(민자당)을 창당한 것도 1992년 대선을 위한 큰 그림이었다. 실제로 1992년 3월24일 제14대 총선이 열렸다.
부산도 당연히 총선의 열기가 뜨거웠다.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해운대에서도 새로운 국회의원을 뽑기 위한 경쟁이 벌어졌다. 당시 부산에서는 ‘민자당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이 형성될 정도로 집권 여당인 민자당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해운대의 아들이라는 전해웅이 공천을 받고자 하는 정당은 민자당일 가능성이 높다.
제14대 총선 부산 해운대구에서는 4명의 후보가 나왔다. 민자당에서는 김운환 후보, 민주당 최달웅 후보, 통일국민당 이병희 후보, 민중당 이동환 후보 등 4명이다. 영화에서는 기호 1번 정당 후보 공천을 받으려 했던 전해웅이 석연치 않은 공천 탈락으로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하지만 현실의 14대 총선 해운대구 선거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단 한 명도 없다. 그렇다면 해운대구 선거에서 당선자는 누구일까.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그 가정은 현실이었을까.
현실도 그러했다. 민자당 김운환 후보는 해운대구에서 6만1013표, 득표율 51.74%로 당선됐다. 2위인 민주당 최달웅 후보가 28.21%를 얻은 것을 고려할 때 일방적인 승부였다. 영화에서는 전해웅이 무소속 돌풍을 일으키면서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는 등 이변을 연출하는 듯 보였지만, 현실의 해운대구 선거에서는 민자당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정치인 김운환은 3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정치인 김영삼이 이끄는 통일민주당 전국구(현재의 비례대표)로 출마해 첫 금배지를 달았다. 1992년 제14대 총선은 민자당 후보로 부산 해운대구에 출마해 첫 지역구 국회의원이자 재선 의원이 됐다.
1996년 제15대 총선에도 신한국당 후보로 부산 해운대·기장군갑에 출마해 49.15% 득표율로 3선에 성공했다. 1990년대 해운대의 맹주로 커왔던 정치인 김운환은 1997년 대선을 거치면서 정치 풍랑을 경험했다.
정치인 이인제의 국민신당에 참여했던 김운환은 대선 이후 진행된 합당 과정에서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이 됐다. 그렇게 정치인 김운환은 집권 여당(새정치국민회의) 부산광역시지부장 자리를 맡게 됐다.
집권 여당의 주요 자리를 차지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정치 생활을 순탄치 않았다. 2000년 제16대 총선에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부산 해운대·기장군갑 지역구에 출마했지만 21.45%라는 저조한 득표율로 낙선하며 여의도 정치 무대에서 조용히 사라져갔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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