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對中 수출통제 본격화… 中, 멀어지는 ‘반도체 굴기’ 꿈
일본, 이르면 이번주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계획을 발표
中 “모든 조치를 취해 우리의 합법적 권익을 수호할 것”
세계 최고 수준의 핵심 반도체 장비 업체를 보유한 네덜란드가 자국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통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최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뿐 아니라 한 세대 전 모델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까지도 중국으로 수출하는 것을 통제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1월말 일본과 함께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에 동참하기로 한 네덜란드가 행동에 나서면서 중국 ‘반도체산업의 굴기’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리셰 스레이네마허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부 장관은 8일(현지시간) 의회에 서한을 보내 “기술 발전과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는 국가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특정 반도체 제조장비에 대한 기존 수출통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기업들은 해당 기술을 수출하기 전 라이선스(허가)를 신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 규제는 올 여름 이전에 도입할 계획이며 국가차원의 통제목록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특정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기업은 앞으로 정부 허가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스레이네마허 장관은 제재 대상으로 중국이나 ASML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서한을 통해 “DUV 노광장비를 포함해 고사양 시스템이 제재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덜란드가 DUV 노광장비 수출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중신궈지(中芯國際·SMIC)가 지난해 EUV 장비가 아닌 DUV 장비를 이용해 7㎚ 반도체 칩 생산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당황한 미국은 지난해부터 네덜란드에 DUV 장비의 대중 수출통제를 요구해왔다.
네덜란드 정부는 앞서 2019년부터 ASML의 장비 중 최첨단인 EUV 노광장비의 대중 수출을 금지했다. EUV 노광장비는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의 최첨단 반도체 칩에 미세한 회로를 새겨 넣는 장비다. 회로를 얇게 그릴 수록 반도체 생산성이 높아지고 성능이 좋아지는 만큼 반도체 미세공정에 꼭 필요하다.
DUV 노광장비는 ASML이 독점 생산하는 EUV 노광장비의 구형 모델이다. 첨단은 아니지만 자동차나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반도체를 만드는 데 쓰인다.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2019년 ASML의 EUV 중국 판매를 금지했으나 DUV 장비 수출은 허용해 왔다.
이런 가운데 일본도 이르면 이번 주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일본 도쿄일렉트론은 반도체 주요 장비 시장에서 세계 1위 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 4위인 미국 램리서치 등과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DUV 노광장비를 만드는 니콘도 제재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네덜란드에 이어 일본까지 행동에 나서면 중국은 최첨단 반도체는 물론 산업 전반에서 쓰이는 반도체 생산에도 큰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가 DUV 장비에 대한 수출통제에 들어가면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타격이 예상된다. 로이터는 ASML의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두 중국 내에 상당한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 장쑤성 우시 공장에서 DUV 장비로 10㎚ 중후반~20㎚ 초반급 D램을 생산하는 SK하이닉스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공장을 둔 국내 업체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네덜란드가 국내 기업의 중국 공장에는 예외를 적용하도록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네덜란드가 정상적인 무역을 제한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네덜란드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으로 시장원칙을 견지하고 개별 국가(‘미국’)를 따라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하지 않는 것”이라며 “중국은 모든 조치를 취해 우리의 합법적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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