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낭독하고 쓰고… ‘공감각의 3박자’로 성경 구절 새기니 뭉클

황수민 2023. 3. 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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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의 ‘더 미션, Go 미션’] 사순절 영성훈련 챌린지
(하) 필사 청취 낭독 ‘3종 성경통독’
국민일보 황수민 인턴기자가 8일 서울 신용산교회에서 성경통독에 열중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신용산교회 공부방 모습으로 잠언 6장 9~11절 말씀이 쓰여 있다.


8일 오전 7시. 사순절 기간 성경통독을 위해 성경책과 노트 한 권, 펜 한 자루를 챙겨 집을 나섰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현대기독교음악(CCM) ‘모든 능력과 권세’를 들었다. ‘십자가 고통당하사 버림받고 외면당하셨네 짓밟힌 장미꽃처럼 나를 위해 죽으셨네 나의 주.’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어떻게 예수님은 자신의 몸이 찢겨나가는 순간에도 우리를 위해 십자가 처형을 감당했을까.

오전 9시 서울 신용산교회(오원석 목사)에 도착했다. 이 교회는 3년 전부터 지역사회에 공부방과 기도실 공간을 개방했다. 교회 3층 공부방은 칸막이가 설치된 12개의 작은 방으로 구성돼 있었다. 조용한 묵상을 위해 제일 구석진 곳을 택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성경통독을 시작했다. 통독은 ‘오디오 성경 듣기’ ‘낭독’ ‘필사’ 세 가지 방법으로 진행했다. 오디오 성경은 먼저 ‘바이블리’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사용해봤다. 성경 구절을 듣고 눈으로 따라 읽을 수 있어 말씀 내용이 쏙쏙 들어왔다. 마태복음 5장 44절 말씀이 마음에 확 와닿았다.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순간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죄 많은 인간을 위해 ‘주여, 이들을 용서하소서’라고 말하는 장면이 떠오르며 예수의 깊은 사랑이 느껴졌다.

또 다른 오디오 성경인 ‘드라마 바이블’ 앱을 통해서도 말씀을 들었다. 웅장한 음향 효과와 예수 역을 맡은 배우 차인표의 목소리가 생동감 있게 다가왔다. 동방박사가 예수를 경배하는 장면, 부활한 예수가 갈릴리에서 제자들과 만나는 모습 등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오후엔 ‘성경 낭독’을 진행했다. 마가복음 10장 45절 말씀이 눈길을 끌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예수가 이 땅에 온 궁극적 이유는 ‘자신’이 아닌 ‘남’을 섬기기 위해서였다. 그가 아픔을 겪는 대목엔 눈시울이 붉어져 마음으로 읽었고, 그가 기적을 행할 땐 큰소리로 낭독을 했다. 이렇게 성경을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읽고 입으로 낭독할 수 있었다.

남은 2시간은 쉬지 않고 ‘성경 필사’를 시도했다. 첫 1시간은 사도행전 6장 1절부터 8장 3절까지 필사할 수 있었다. 60분 동안 78개의 구절을 필사했다. 쉼 없이 손을 움직이니 20분 만에 손목이 아팠다. 30분이 됐을 땐 팔뚝이 저렸고 40분엔 목 뒤가 뻐근했다. 한 시간 후엔 허리가 아팠다. 마냥 필사만 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졌다. 오히려 말씀 묵상 내용 중 중요한 부분을 필사하는 게 더 효과적이었다. ‘오병이어의 기적’ ‘열 처녀의 비유’ ‘달란트 비유’ 등 앞서 묵상했던 내용을 썼다. 성경을 낭독할 때 표시해 뒀던 별표 내용을 필사하니 구체적인 부분까지 기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성경통독은 필사와 청취, 낭독을 함께할 때 시너지 효과가 컸다. 이날 성경통독은 총 8시간에 걸쳐 마태복음 1장부터 사도행전 8장 3절까지 읽었다. 오디오 성경은 예수님을 직접 현장에서 만난 것 같은 감흥을 주었고, 낭독은 말씀 묵상의 무게를 깊이 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묵상 내용을 정리하는 필사는 성경통독의 마무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조병호 성경통독원장은 “성경은 하나의 역사”라며 “많은 신자가 사순절 기간에 신약성경을 읽는다. 그러나 구약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신약을 읽으면 성경을 더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수님의 지상명령은 ‘땅끝까지 예수님의 증인이 되라’는 것”이라며 “성경을 역사 순으로 읽는 훈련을 할 때 예수님 중심의 ‘원 스토리(One story)’를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장은 ‘공동체 성경 읽기’를 강조했다. 그는 “혼자 성경을 읽으면 고립되기 쉽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도구를 활용해 성경을 함께 읽는다면 신앙을 더 깊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글·사진=황수민 인턴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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