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기우제 해야 되나’…주암댐 저수율 20% 14년 만에 붕괴

장선욱 2023. 3. 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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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젖줄 말라 제한급수 확대 불가피

광주·전남 최대 광역상수원 주암댐의 저수율 20%가 10여 년 만에 붕괴해 극심한 가뭄에 따른 물 부족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동복댐 저수율도 곧 10%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30년 만의 제한급수 우려가 커졌다.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식수원이 고갈된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거리고 털끝이 쭈뼛쭈뼛 선다”며 “마실 물 걱정을 하고 살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주암댐지사는 주암댐 저수율이 6일 0시 기준 19.7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16일 저수율 30%가 붕괴된 지 80여 일 만이고 2009년 4월 10일 19.8%를 기록한 이후 14년 만의 10%대 저수율이다.

저수량 역시 지난달 28일 1억t 이하로 처음 하락한 데 이어 9000만t 유지도 위협받고 있다.

순천시 주암면에 들어선 주암댐은 광주 5개 자치구 중 3곳과 전남 22개 지자체 가운데 11개 시·군의 식수원이다. 여수국가산단과 광양국가산단에 공업용수도 공급 중이다.

1991년 국내 최초의 유역변경식 다목적댐으로 가동되기 시작해 연간 5억t의 생활·공업용수를 대고 있다.

광주 2개 자치구와 전남 나머지 11개 시·군을 책임지는 화순 동복댐 저수율도 20.62%로 당분간 비 소식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주 10%대 진입이 유력하다. 이대로라면 저수율이 가파르게 떨어져 11일을 전후해 10%대 기록 진입이 불가피하다.

동복댐은 지난해 12월 2일 29.6%로 30% 저수율이 무너진 지 100여 일 만에 다시 20% 붕괴가 다가온 상황이다.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는 건조한 날씨로 가뭄이 이어질 경우 5월이면 호남의 젖줄 주암댐과 주요 상수원인 동복댐 저수율이 제한급수 기준치 7% 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는 제한급수가 30년 만에 코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광주에서는 1992년 12월부터 1993년 6월까지 156일 동안 제한급수가 이뤄진 적이 있다. 저수량을 물 사용량으로 나눈 수돗물 공급 가능일수는 현재 주암댐이 86일, 동복댐이 112일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시민들을 상대로 수도계량기 수압조절 등 물 절약 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적극 호소하고 있으나 지난달 12일 용연정수장의 대규모 누수·단수 사고에 따른 부정적 여론에 밀려 고전 중이다.

수돗물을 월 1만t 이상 사용하는 다량 급수처 30개 기관·기업과 대형 건물 등을 상대로 수돗물 20% 절약 실천을 권장하고 있지만 절수운동 기간이 해를 넘기면서 피로도가 누적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닥이 훤히 드러난 동복댐의 완전 고갈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단과 철강업체가 많은 광양국가산단은 입주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멈춘 채 진행하는 정기 정비보수 일정을 예년보다 빠른 상반기로 앞당기거나 생산일정을 일부 조정하는 등 비상조치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지난해 1월 기준 여수·광양 산단은 하루 평균 75만 8000t의 공업용수를 사용했지만 올해 1월에는 하루평균 사용량이 70만 7000t 수준으로 5만 1000t의 물 소비를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해수 담수화 설비를 활용하거나 물을 정화해 재이용하는 공정을 늘리는 등 다양한 자구책을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한 물 절약은 장기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고심이 크다.

여기에 광주·전남지역 비 소식마저 당분간 예고된 게 전혀 없어 앞서 제한급수에 들어간 전남 섬 지역뿐 아니라 광주 도심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수돗물 제한급수가 초읽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장기간 물 수급 부족에 따라 전남 일선 시·군에서도 각종 농작물 재배·생산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제기되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제한급수 시행과 지역 확대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저수율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데도 뾰족한 대책을 마련할 수 없는 현실이다.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2개 댐의 저수량 감소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반면 봄철이 다가와 기온이 올라가면 물 사용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자원공사 주암댐지사 관계자는 “주암댐은 이미 지난해 8월부터 가뭄 심각 단계로 분류해 용수를 조절하고 있지만, 가뭄 해갈을 위한 근본적 대책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삼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장은 “3월 중 평년 수준의 비라도 내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모든 방법을 고민하겠지만 제한급수를 피하려면 시민들의 물 절약 실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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