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아열대식물 재배지, 제주·전남 북상 중…열대식물 활용법을 찾아서
전남 애플망고, 제주 보검선인장 특산품 될 미래 지금 열대·아열대식물 연구하는 이유죠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기후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생태계 지도가 기후변화로 달라지고 있습니다. 대구 특산물로 유명한 온대과일 사과는 최근 강원도에서 많이 나며, 열대과일인 애플망고·올리브는 전남에서도 생산되죠. 미래에는 온대식물이 아닌 열대·아열대식물이 한반도에서 자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열대·아열대식물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또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활용하고 관리해야 할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경기도 포천시에 있는 국립수목원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를 방문해 그 궁금증을 풀어봤습니다.
독일 기후학자 블라디미르 쾨펜의 기후 구분에 따르면 열대기후는 가장 추운 달(최한월)의 평균 기온이 18도 이상인 적도 부근을 말합니다. 열대기후는 강수량과 우기·건기 유무 따라 열대우림기후·열대몬순기후·사바나기후 등으로 나뉘죠. 열대식물 대부분은 우기·건기 없이 1년 내내 기온이 높고,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며 연평균 강수량 2000~2500mm로 습도가 높은 열대우림기후에서 서식해요.
이곳에서 자라는 열대식물은 항상 푸르고 잎이 넓은 상록활엽수가 많죠. 이산화탄소 흡수·산소 배출로 지구온난화를 완화한다고 해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브라질 아마존강 유역 열대우림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열대우림기후처럼 비가 많이 오지만, 건기가 존재하는 열대몬순기후는 베트남·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나타나며, 이곳에도 열대우림이 있죠. 아프리카 중부 등 건기가 긴 사바나기후 지역에서는 나무보다 풀이 많이 자라 넓은 열대초원이 펼쳐져 있죠.
일부 열대식물은 아열대기후에서도 서식합니다. 국립수목원 전시교육연구과 안태현 산림주무관은 “예를 들어 공기정화 식물인 틸란드시아나 열대과일 바나나는 열대·아열대기후 모두 자생할 수 있어요. 열대·아열대기후 모두 자생 가능한 식물들이 있어 아열대식물도 열대식물에 속합니다. 다만 어떤 기후에서 주로 자생하는지 구분하기 쉽게 열대·아열대식물로 나누죠”라고 했어요. 쾨펜의 기후 구분에는 열대·건조·온대·냉대·한대만 있고 아열대기후는 없는데요. 보통 위도 25~35도 사이, 열대기후 주변을 아열대기후라고 하죠. 미국 지리학자 글렌 G 트레와다는 1년 중 최소 8개월 이상 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인 곳으로 분류했는데, 이 기준이면 제주도(2022년 기준 3~11월 평균 기온 10도 이상)도 아열대기후에 속합니다.
아열대기후는 위치·기온·강수량·광량 등에 따라 환경이 다양해요. 강수량에 따라 아열대사막기후·아열대스텝기후·지중해성기후로 나뉘죠. “아열대사막기후는 건조하고 뜨거운 날씨에 연평균 강수량 250mm 미만이다 보니 줄기에 물을 저장하는 선인장·알로에 등 다육식물이 자라죠. 아카시아가 자라는 아열대스텝기후는 ‘초원 기후’라고도 하며, 연평균 강수량 250~500mm로 아열대사막기후보다 습한 게 특징이죠. 로즈마리·올리브 등이 자생하는 지중해성기후는 여름엔 기온이 높고 건기가 지속되며, 겨울에는 다소 따뜻한 우기가 돼요.”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를 가다
국립수목원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이하 센터)는 열대·아열대식물의 중요성과 자원 가치를 일반인들에게 알리고자 2008년부터 열대·아열대식물을 수집·보존·연구하고 있어요. 열대식물전시원에는 약 800여 종의 열대우림식물, 아열대식물전시원에는 약 1600종의 아열대식물이 있죠. 센터 관리를 맡은 안 주무관이 김시현·목윤서·오지효 학생기자에게 간략히 설명했어요. “전시원은 식물들이 살 수 있는 적정 온도·습도에 맞춰 운영합니다. 열대식물전시원은 연중 온도 25~28도, 습도 또한 열대우림과 같은 80~90%로 유지하죠. 아열대식물전시원은 연중 온도 16도(겨울)~33도(여름)로 유지하며, 온도가 높은 여름철에는 창문을 열어 실내 공기 흐름을 조정해요. 온도·창문 환기는 자동 환경제어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외부 환경에 따라 수동으로도 제어할 수 있죠.”
윤서 학생기자가 “열대·아열대식물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라고 질문했어요. “지구온난화로 현재 제주도 등 우리나라 남쪽은 아열대기후가 되고 있어요. 아마 학생기자단 여러분이 성인이 되면 한반도 내 기후지도는 지금과 많이 다르겠죠. 그래서 센터에서는 열대·아열대식물이 우리나라에 많이 자생하게 되면 어떻게 관리하고 키워야 하는지 연구합니다. 식물마다 이력카드를 만들어 성장 기록을 하고, 토양·공기질과 라이스·깍지벌레·응애 등 병해충까지 조사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분석합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12.9도로 1990~2020년 평균인 12.5도보다 0.4도 높았어요. 기상청 기후변화시나리오는 화석 연료 사용·도시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 확대 시 2050년에는 연평균 기온이 14.2도가 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전 지구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많아지면서 온난화가 지속 중이죠.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은 생물종 멸종·생태계 교란·전염병 증가 등이 있죠. 지구 기온이 3도 상승하면 전 세계 생물종의 20~50%가 멸종할 수 있다고 해요. 아무리 더운 곳에 사는 열대식물이라고 해도 이상 기온으로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2013년 12월 31일 유엔총회에서는 야생 생태계에 대한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이 채택된 날인 3월 3일을 세계 야생 동식물의 날로 선언했어요. 센터에서도 CITES 열대·아열대식물을 연구하며, 전시원에는 978여 종의 CITES 등록식물이 식재돼 있죠. “아열대식물전시원에 있는 틸란드시아와 미라벨리스 벨빗치아가 대표적이에요. 특히 미라벨리스 벨빗치아는 아프리카 나미비아 사막 보호종인데 자생지에서 멸종됐어요. 두 장의 커다란 잎이 띠 모양으로 3~3.5m 정도 자라고, 이 잎이 문어 다리를 닮았다고 해서 ‘큰 문어’라는 별명이 있죠. 싹을 틔우긴 어렵지만, 한번 뿌리를 내리면 수천 년까지 삽니다.”
학생기자단은 안 주무관과 함께 전시원을 둘러보며 열대식물들을 알아보기로 했어요. 국립수목원 최찬영 숲해설가가 도우미로 나섰죠. “아열대식물전시원에서는 덥지만 강수량이 적어 건조한 지중해와 사막에서 사는 건조식물들을 만날 수 있어요. 수분을 줄기에 저장해 통통한 다육식물과 수분이 날아가지 않기 위해 잎이 좁거나 가시로 된 식물 등이죠.”(최) 학생기자들을 제일 먼저 반긴 건 ‘아카시아’였어요. 높이 12m 정도 자라는 아카시아는 호주·남아프리카 지역에 많이 분포하며 가지에 약 5~9cm 정도의 가시가 많이 나 있는 게 특징이죠. “동요 ‘과수원길’에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라는 가사가 있죠? 여기서 아카시아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아까시나무’를 말해요. 아까시나무와 아카시아를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아까시나무의 학명은 ‘pseudoacacia’로, 여기서 ‘pseudo’는 ‘가짜’를 뜻해요. 말 그대로 ‘가짜 아카시아’라는 거죠. 아까시나무의 잎이 아카시아 잎과 닮아서 이런 학명이 붙었죠. 아카시아는 노란 꽃이 피지만, 아까시나무는 흰 꽃이 펴요.”(최)
근처에 있는 ‘유칼립투스’를 가리킨 최 해설가가 “유칼립투스의 잎을 먹는 동물은 무엇일까요? 힌트는 호주”라고 말했어요. 학생기자들이 동시에 “코알라!”라고 했죠. “정말 똑똑하네요. 선물로 유칼립투스 오일을 손에 뿌려 드릴게요. 유칼립투스 줄기와 잎에서 추출한 오일은 정신을 맑게 해주며, 아로마 테라피에 많이 쓰이죠.”(최) 학생기자들이 오일 향을 맡아보고 “머리가 시원해지는 거 같아요” “상쾌해요”라며 감탄했어요. 지중해 연안에서 서식하는 ‘로즈마리’ 냄새도 맡아봤죠. “주로 차(茶)로 즐기는 로즈마리는 집중력 향상·두통 완화에 효과적이에요. 로즈마리는 잎 뒷면에서 오일이 나오는데요. 그래서 잎 뒷면을 쓰다듬으면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요.”(안)
선인장과 다육식물도 만났죠. 최 해설가가 그중 ‘오푼티아 피쿠스-인디카(보검선인장)’를 소개했어요. “이 선인장은 줄기가 손바닥을 닮아서 ‘손바닥 선인장’이라고 불려요. 주로 멕시코에 살며, 다 크면 4~5m 정도가 되죠. 열매는 약재로 쓰기도 하고, 테킬라라는 술의 원료로도 사용해요. 우리나라 제주도 월령리에도 자생지가 있어요”(최)
윤서 학생기자가 “멕시코와 우리나라의 기후가 다른데 어떻게 이 선인장이 자라나요?”라고 질문했어요. “종자가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와 제주도에서 자라기 시작했어요. 영하 2도 아래에선 살지 못하는 이 선인장이 제주도에서 자생할 수 있었던 건 ‘환경 적응성’ 때문이죠. 사람과 마찬가지로 식물도 환경에 따라 진화하는데요. 처음엔 많은 선인장이 죽고, 살아남은 선인장들이 번식한 것이죠. 이외에도 제주도에서 금자란·콩짜개란 등 열대에 많이 분포된 난초과 식물들이 상록활엽수에 붙어 자생해요. 센터에 있는 식물들도 환경 적응을 해줍니다. 센터 근처에 있는 비닐온실에 우리나라 토양으로 식물을 심고, 1~2년 정도 환경 적응을 한 다음 잘 자라는 식물을 전시원에 옮겨 심죠. 전시원에서 상태가 나빠지면, 다시 온실에 심고 새 토양을 갈아주는 걸 반복해요.”(안)
익숙한 식물이 학생기자들 눈에 들어왔어요. 바로 ‘알로에’였죠. “남아프리카에서 많이 자라는 알로에는 길고 뾰족한 잎 양쪽 가장자리에 가시가 있어요. 잎 절단면에서 나오는 점액으로 음료수·화장품 등을 만들죠.”(최) 자세히 보던 지효 학생기자가 “알로에도 꽃이 있네요”라며 가리켰어요. “알로에 가운데에서 꽃대가 자라고, 황색·주황색 꽃이 펴요. 이 꽃은 아직 완전히 피지 않아 초록색이죠. 이 꽃으로 알로에 시럽을 만드는 걸 알고 있나요? 알로에 꽃 끝부분을 빨아보세요. 단맛이 강하게 느껴질 거예요.” 안 주무관이 설명하며 꽃을 따서 하나씩 나눠주자 학생기자들이 맛을 보곤 “정말 달아요” “맛있는데요?”라고 했죠.
아열대식물전시원을 나가기 전 최 해설가가 가장 좋아하는 꽃 중 하나라며 ‘플루메리아’를 소개했어요. “중남미 출신인 플루메리아는 4~9m 크기로 자라며, 항상 좋은 향이 나는 꽃이 달려있어요. 하와이에서는 화환을 만드는 데 많이 쓰죠. 플루메리아 꽃말이 ‘당신을 만나서 행운입니다’예요. 제가 학생기자 여러분을 만난 게 행운이라는 걸 말하고 싶네요.”(최)
바로 옆에 있는 열대식물전시원에 들어가자 입구부터 습한 공기가 피부로 느껴지고, 잎이 큰 열대식물들이 많아 정글에 온 느낌도 들었어요. 지효 학생기자가 “아열대식물과 다르게 열대식물들의 잎이 큰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라고 했죠. “열대지역은 기온이 높고, 비도 많이 와 식물들이 광합성을 하기에 적합해요. 그래서 열대식물들은 대개 잎이 둥글고 넓은 활엽수예요. 잎의 면적이 크면 광합성 효율이 높아 생존에 유리하죠.”(안)
열대식물전시원에서 처음 만난 식물은 사슴뿔 모양으로 된 잎이 특징인 ‘박쥐란’입니다. “박쥐란은 호주에서 주로 자라는데요. 사슴뿔 모양 잎이 특이해 관상용으로 많이 이용되죠.”(최) 새 발톱처럼 생긴 꽃이 핀 ‘제이드바인’도 눈에 띄었어요. 필리핀 열대우림에서 자생하는 제이드바인은 3m까지 자라죠. 하늘색·녹색이 오묘하게 섞인 제이드바인을 본 학생기자들은 “정말 예뻐요”라며 감탄했어요. “박쥐가 수분하는 이색 식물로 유명하고, 꽃말은 ‘나를 잊지 말아요’입니다.”(최)
옆으로 이동하니 오세아니아·하와이에서 자생하는 ‘아칼리파’가 학생기자들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칼리파는 3m가 넘게 자라는데요. 나무에 붉은 털이 수북하면서 기다란 모양의 꽃이 피어요. 이 꽃이 고양이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아칼리파를 ‘고양이 꼬리 나무’라고 부르기도 해요. 꽃을 한 번 만져보면 정말 부드러울 거예요. 다만 아칼리파 잎과 줄기 안에는 독성분의 흰색 진액이 있어요. 피부에 닿으면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눈에 들어가면 염증이 생기죠.”(최)
아칼리파처럼 열대지역에서 자라는 나무에는 특징이 있습니다. 나이테가 없다는 거죠. “나이테는 계절의 온도차로 성장 속도에 차이가 생겨 세포 분열로 인해 생성되는데, 열대지역은 1년 내내 여름만 이어져서 나무가 쉴 틈 없이 계속 자라죠. 그래서 세포 크기나 모양이 거의 같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1년 동안 자란 것인지 구분할 수 없어요. 다만 아열대지역에는 우기와 건기가 있어 자라는 속도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아카시아 등에는 나이테가 발견됩니다. 열대지역 나무들은 너무 빨리 자라고, 온실 크기(15.4m)까지 클 수 있어 1년에 한 번씩 강제로 가지치기, ‘강전정’을 해요.”(안)
“여러분, ‘하와이무궁화’라고 들어봤나요?” 최 해설가가 한 식물을 가리키며 말하자 학생기자들이 고개를 저었어요. “영어권에서 하와이무궁화라고도 부르는 이 식물의 학명은 히비스커스예요. 차로 많이 마시죠. 이름과 다르게 하와이가 아닌 중국 남부 지역에서 주로 자생합니다.”(최) 예쁜 하와이무궁화를 보던 학생기자들이 열대식물전시원 가운데 공중에 걸려 있는 ‘틸란드시아’에 시선을 빼앗겼습니다. “아열대식물전시원에서 본 것 같아요”라고 시현 학생기자가 말했죠. “맞아요. 틸란드시아는 열대에서도, 아열대에서도 살 수 있는 공중부양 식물이에요. 땅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잎을 통해 먼지와 먼지 사이 영양분을 빨아먹으며 자라요. 잎에 난 솜털은 미세먼지를 흡수해 실내 공기정화 식물로 유명하죠. 어딘가에 걸어놓고 키우며 2~3일에 한 번씩 2~3시간 동안 물에 담갔다가 빼서, 가볍게 털고 원래 자리에 걸어두면 됩니다.”(최)
윤서 학생기자가 “열대·아열대식물은 바나나·파파야·망고 등 과일로 많이 접했는데 음식 말고도 다양한 기능이 있는 줄 몰랐어요”라고 말했어요. “열대·아열대식물 중 일부는 실내 환경 오염물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 공기정화 식물로 불리는데요. 광합성, 토양 내 미생물과의 상호작용 등을 통해 벤젠·포름알데히드와 같은 공기 중 독성물질을 제거할 수 있으며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유해물질 제거에도 도움이 돼요.”(안)
열대·아열대식물 잘 관리하려면
전시원을 둘러본 후 분갈이·분경(미니 가드닝)·전정(가지치기) 작업을 해보며 실내에서 식물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배워봤어요. 안 주무관과 함께 전시교육연구과 이혜숙 연구원이 소중 학생기자단의 분갈이 체험을 도와줬죠. 분갈이는 식물을 크기에 맞는 화분에 옮기고 새로운 토양을 만들어 심는 걸 말해요. 봄은 휴면기 이후 식물의 성장이 시작돼 분갈이에 가장 적당한 시기죠. 분갈이 대상은 동남아시아 열대우림에서 자라는 ‘알로카시아’. 다 자라면 2m 정도 되며, 넓은 잎끝에 물방울이 모여 떨어지는 특징이 있어 천연 가습기 역할을 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실내 인테리어용으로 많이 쓰여요.
분갈이 준비물은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원예상토, 배수·통풍에 도움이 되는 난석(울퉁불퉁한 돌멩이)과 마사토(마사), 영양분도 주고 수분 유지도 해주는 바크(잘게 부순 나무껍질), 화분 배수망, 손삽, 대야, 새 화분입니다. 새 화분은 식물의 크기에 맞게 준비하면 돼요. 원예상토는 흙이 뭉치는 걸 막아주며 가볍고 모래 알갱이 같은 펄라이트(인공토양)와 바크 가루가 섞인 소독된 흙이죠. 모두 시중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죠. “먼저 화분 배수 구멍을 화분 배수망으로 막아 원예상토와 난석이 빠지는 걸 방지해요. 그 위에 난석을 화분의 3분의 1 정도 깔아주는데요. 큰 난석을 먼저 깔고 그 위에 작은 난석을 덮어줍니다. 그래야 배수가 더 빠르게 되거든요.”(이)
그다음 원예상토와 바크를 2대 1 비율로 대야에 넣고, 물을 부어 손삽으로 잘 섞어줍니다. 원예상토와 바크 양은 화분 크기에 맞게 조절하며, 물은 식물이 자라는 환경에 맞는 온도로 원예상토와 바크가 촉촉해질 정도만 부어요. 다 섞었으면 알로카시아를 원래 화분에서 뽑아 적당히 흙을 털어줍니다. “뽑아 보니 뿌리가 화분 안을 다 감쌀 정도로 자랐죠? 이럴 때 분갈이를 해야 해요. 화분이 작아서 뿌리가 많이 뭉치면 영양분 공급도 제대로 되지 않고, 배수도 잘 안 되며, 배수 구멍으로 뿌리가 나오기도 해요.”(안)
알로카시아를 새 화분에 집어넣고, 원예상토·바크 섞은 토양을 화분 위 2~3cm 정도만 남기고 덮어줍니다. “뿌리가 고정될 수 있도록 꾹꾹 눌러주면서 토양을 덮어주세요.”(이) 그 위에 토양이 보이지 않을 정도만 마사를 깔아줍니다. 화강암이 잘게 부서져 모래처럼 된 마사는 물을 줄 때 흙이 떠오르거나 유실될 수 있는 걸 방지해요. “열대식물은 습도가 높은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물을 많이 머금고 있어야 해서 마사를 잘 사용하지 않아요. 아열대식물은 건조식물이 많아 배수에 도움이 되는 마사와 영양분 있는 원예상토를 1대 1 또는 2대 1 비율로 분갈이해요. 중요한 건 마사를 잘 씻어야 한다는 거죠. 마사를 씻지 않고 물을 주면 마사 찌꺼기들이 쌓여 배수가 안 되고 식물은 썩게 됩니다.”(안)
다 한 뒤엔 이력카드(분갈이 날짜·식물 이름)를 써서 달아줘요. 물을 주기 전에 잎이나 줄기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야 상처를 입지 않고, 영양분도 잘 흡수할 수 있죠. “알로카시아 같은 열대식물은 하루에 한 번씩 배수 구멍에서 물이 흘러나올 정도로 흠뻑 물을 줘야 해요. 반면 아열대식물, 특히 건조 지역에서 자라는 선인장·다육식물은 몸체에 수분 보유 기능이 있어 증발이 빨리 되는 여름에는 일주일에 한 번, 겨울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줘야 비대해지지 않아요. 아열대식물은 화분에 물이 고여 있으면 썩을 수 있으니, 물이 배수 구멍으로 빠져나가면 그만 줘요.”(이) 시현 학생기자가 “식물마다 분갈이 재료가 다르나요?”라고 질문했어요. “같은 기후대 식물이라도 생육환경과 크기 등에 따라 맞는 토양 등이 다 달라요. 그래서 농장·원예농원·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재료를 구매할 때 어떤 식물에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 물어보는 게 좋아요.”(이)
분갈이가 식물 성장으로 인한 화분·토양 교체라면, ‘분경’은 예쁜 화분을 만들기 위한 작업입니다. 전시교육연구과 박성미·임지우 연구원이 소중 학생기자단의 분경 작업을 도와줬어요. 여러 모양의 작은 다육식물 스타펠리아·크라슐라·하월시아(하월티아)와 화분들이 준비물입니다. 시현 학생기자는 동그랗고 높이가 있는 화분과 하월시아 1개·스타펠리아 2개, 윤서 학생기자는 동그랗고 높이가 낮은 화분과 하월시아·스타펠리아·크라슐라 1개씩, 지효 학생기자는 네모난 화분과 하월시아·스타펠리아 1개씩 골랐죠.
“알로카시아 분갈이 할 때는 무거운 토양이 화분 배수망을 움직이지 않게 해줬는데요. 이번에는 사용하는 토양의 양이 적어서 화분 배수망을 고정할 분재철사가 필요해요. 분재철사를 사용할 만큼 잘라 화분 배수망에 U자로 끼우고, 배수 구멍에 집어넣어요. 배수 구멍 밖으로 튀어나온 분재철사를 구부리고 꼬아서 화분 바닥에 밀착시켜 움직이지 않게 해요.”(임) 배수층도 만듭니다. 화분 밑바닥이 안 보일 정도만 마사를 덮어요. 작은 아열대식물로 하는 분경 작업에 큰 난석을 쓰면 토양을 넣을 공간이 적기 때문에 입자 크기가 작은 마사를 쓰는 게 효과적이죠. 분갈이 할 때 사용했던 물을 뿌린 토양을 써도 되는데요. 여기에 마사를 섞어주면 토양과 마사 사이에 작은 틈이 생겨 배수가 더 원활하게 되죠.
뿌리가 다치지 않게 원래 화분에서 식물을 뽑아내고 흙을 털어낸 학생기자단이 식물들을 어떻게 배치할지 결정한 후 토양을 덮고 심어봤습니다. 작은 화분에 2개 이상의 식물을 심어야 해서 고정하는 게 어려웠죠. “식물을 넣은 다음 토양을 덮어도 되지만, 저는 먼저 화분에 토양을 다 채운 다음 구멍을 내서 식물을 심어요. 이렇게 하면 식물을 원하는 위치에 하나씩 잘 고정할 수 있죠.” 박 연구원의 팁에 학생기자단의 작업 속도가 빨라졌어요. 다 심은 후 마사와 여러 색깔의 장식용 돌(색돌·화산석·라바)을 취향대로 올려 꾸며주면 됩니다. 식물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고 가볍게 물을 준 뒤 이력카드(분경 날짜·식물 이름)를 꽂으면 완성.
마지막으로 ‘전정’도 해봤어요. 학생기자들이 전시교육연구과 안광남 연구원을 따라 3m 높이의 아열대식물인 관음죽 앞으로 이동했죠. “전정은 죽은 가지를 자르는 건데요. 한 해 동안 묵은 가지들을 잘라내면 그곳에 새순이 돋아요. 죽은 가지를 잘라내야 영양분을 빼앗기지 않죠. 우리가 가지 칠 관음죽은 중국 남부에서 주로 서식하며, 1~3m 정도 크기로 자랍니다. 우선 전정가위로 눈앞에 있는 죽은 가지를 잘라볼까요?”(안)
학생기자들이 마르고 회색으로 변한 죽은 가지들을 자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높은 곳엔 손이 닿지 않았어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전정가위로 잘라도 되지만, 위험할 수 있으니 긴 고지가위와 고지톱을 사용합시다. 둘 다 높은 곳에 있는 죽은 가지를 자르는 도구인데, 고지톱은 더 두꺼운 가지를 자를 때 쓰죠. 고지가위는 가위처럼 사용하면 되고, 고지톱은 톱이 있는 곳에 가지가 들어갈 작은 구멍이 있어요. 그곳에 가지를 넣고 손잡이를 당기면 톱으로 잘리죠. 온전한 가지에 상처가 나지 않게 잘 자르는 게 중요해요.”(안)
지효 학생기자가 “평소에도 센터 해설을 듣고, 분갈이·분경·전정 체험을 할 수 있나요?”라고 물었어요. “국립수목원 홈페이지에서 수목원 입장 사전 예약 신청 후 방문하면, 수목원 입구에 있는 해설센터에서 당일 접수 신청을 통해 해설을 들을 수 있어요. 분갈이·분경·전정 체험을 할 수 있는 ‘식물교실’도 국립수목원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을 받는데요.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잠정 중단됐지만, 조만간 재개할 계획이에요.”(안)
소중 학생기자단이 체험한 식물은 모두 실내에서 키울 수 있습니다. 시현 학생기자가 이 식물들을 어떻게 집에서 키울 수 있는지 궁금해하자 안 주무관이 설명해줬어요. “열대·아열대식물은 종류마다 사는 데 적정한 온도·습도·광량 등이 있어요. 그중 온도가 중요한데, 대체로 영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쉽게 죽지 않아요. 우리가 사는 집은 난방을 오래 끊지 않는 이상 영하로 떨어질 일이 거의 없어 실내에서도 키울 수 있죠. 다만 추운 겨울에 베란다 창가에 두면 얼어서 죽을 수 있어요. 봄~가을엔 거실·베란다에 두고, 겨울에는 거실에 옮겨 관리하면 돼요. 또 먼지가 쌓이면 빛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영양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요. 물을 줄 때마다 가볍게 씻어내거나 닦아내면 좋습니다. 키우고 싶은 식물의 특성을 알고 있으면 실내에서 키우는 게 어렵지 않을 거예요.”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국립수목원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 취재를 통해 평소 쉽게 접하지 못했던 열대·아열대식물의 다양한 정보를 알았습니다. 풀루메리아 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최찬영 숲해설가님이 중남미에서 서식하는 플루메리아의 꽃말 ‘당신을 만난 것은 행운입니다’를 알려주셨는데, 또 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꽃이었죠. 분경으로 스타펠리아·하월시아라는 멋진 식물 화분을 꾸미고 집에 가져올 수 있어 기뻤어요. 기후변화로 우리나라에서 열대·아열대식물을 쉽게 볼 수 있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는데요. 이 식물들에 대해 미리 알고 접하면서 어떻게 보존·연구할지 고민할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김시현(서울 풍성중 1) 학생기자
평소에 열대·아열대식물을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취재로 국립수목원 열대식물자원센터에서 많이 보게 돼 기뻤습니다. 저는 이 식물들이 식품·관상용으로만 키우는 줄 알았어요. 알고 보니 공기정화와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에도 효과가 있는 식물들이 있었죠. 최찬영 숲해설가님의 재미있는 해설을 듣고, 안태현 주무관님·연구원님들과 함께 분갈이·분경·전정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소중 친구들도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에서 다양한 열대·아열대식물들에 대해 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목윤서(서울 고덕중 1) 학생기자
평소에 열대식물·과일에 관심이 많아 이번 취재를 기대했습니다. 직접 보니 정말 다양한 열대·아열대식물들이 있었죠. 열대식물인 알로카시아 분갈이도 해봤는데요. 식물 하나 심는데 많은 양의 흙과 물이 들어가고, 힘과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관음죽을 전정할 때 전정가위 소리가 흥겨워 신나게 가위질을 했답니다. 아열대식물인 크라슐라·하월시아로 나만의 화분을 만들었는데, 색이 예뻐서 계속 쳐다보게 되더라고요. 기후변화로 우리나라에 열대식물들이 많이 들어오게 될지 모르는데요. 미리 열대식물에 대해 알고 있으면, 잘 관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지효(경기도 이매중 2) 학생기자
」
글=박경희 기자 park.kyunghe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국립수목원, 동행취재=김시현(서울 풍성중 1)·목윤서(서울 고덕중 1)·오지효(경기도 이매중 2)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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