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더 떨어집니다"...바닥·반등 무용론 [권영훈의 집중탐구]
[한국경제TV 권영훈 선임기자]
<앵커> 올 들어 거래가 조금씩 늘면서 '집값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합니다. '권영훈의 집중탐구'에서 제대로 따져보겠습니다. 권 기자, 먼저 이번 주 집값 어떻게 됐나요?
<기자> 이번 주(2월 4주) 전국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34% 떨어져 지난해 5월 이후 43주 연속 내림세입니다. 다만 낙폭은 3주 연속 축소됐습니다.
지역별로 세종(-0.55%)이 가장 많이 하락했고, 대구(-0.49%)와 경기(-0.47%), 부산(-0.45%) 순으로 내렸습니다.
이번 주(2월 4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24% 떨어져 40주 연속 내림세입니다. 전국과 마찬가지로 3주 연속 낙폭이 줄었습니다.
금천구(-0.49%)와 동작구(-0.49%)가 가장 많이 하락했고, 서초구(-0.09%)와 송파구(-0.02%)는 보합 수준으로 강남권이 낙폭을 크게 줄인 게 눈에 띕니다.
부동산원은 "선호도 높은 주요단지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진되고 완만한 가격 상승세를 보였지만, 매수·매도 희망가격간 격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급매물 위주의 거래가 진행되는 등 하락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3월 3일 오늘은 전방위 규제완화 조치인 1.3 부동산대책이 나온지 정확히 두달이 된 날입니다. 또, 최근 한국은행이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는데요. 때문에 시장에선 '집값이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권 기자, 실제 매수심리가 살아난 건가요?
<기자> 부동산 매매심리를 나타내는 매매수급지수를 보면 분위기가 바뀐 건 맞습니다.
1월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6.5를 기록했습니다. 기준인 100 이하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로 여전히 침체국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다만 지난해 4월(90.8) 이후 줄곧 내림세였다가 처음 반등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올 들어 거래량도 늘었습니다. 1월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1,417건으로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에 1천건을 돌파했습니다. 2월 역시 이미 신고된 것만 1천건(1,213)을 넘어섰습니다.
시장에선 정부의 연이은 규제완화 조치에 이어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면서 급매물 거래가 좀 더 늘고 일부 호가도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앵커> 이처럼 시장 회복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면서 집값 반등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권 기자,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앵커는 '부화뇌동'이란 사자성어 아시죠? 소신 없이 남이 하는 대로 따라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몇몇 지표나 소수 의견에 따라 뇌동매매(남이 하는대로 물건을 사고팖)하는 경우가 없었으면 합니다.
영끌, 빚투로 집을 샀다가 가격하락으로 힘들어 하는 분들 주변에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지금 집값 바닥, 집값 반등을 논하기에 '시기상조'라고 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과거 외환위기, 금융위기때 집값이 급락했는데 단기간에 반등하지 않았거든요. 장 시간 바닥을 다지고 반등을 하기까지 시차가 존재한다는 얘깁니다.
집값이 지난해 5월 이후 빠지기 시작해 전국 아파트의 경우 16.84%, 서울 아파트는 22.09% 하락했습니다. 역대 최대 하락폭이죠.
그러나 한 전문가는 "집값 거품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며 "지금보다 20% 이상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보시죠.
<인터뷰> 김기원 / 데이터노우즈 대표 "코로나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엄청난 유동성과 초저금리를 만들었고 집값이 폭등하게 됐다. 이 가격은 머릿속에서 지우는 게 맞다. 지금 20~30% 빠지니까 많이 하락한 것으로 보이지만 본질적인 가치 대비해서 주택구매력지수나 소득을 봤을 때 20~30% 거품이 더 빠져야"
매수자들이 원하는 가격대가 오기 전까지 집값 반등은 어렵다는 겁니다.
여기에 수출감소, 물가상승 등 경기침체 우려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요.
특히 한은이 최근 금리를 동결했지만 미국이 언제든 금리를 또 올리면 추가 금리인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집값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전세가율입니다.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인데요.
역사적으로 전셋값이 올라 집값을 밀어 올리는 것을 여러번 경험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전셋값이 크게 하락하면서 2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51.23%)을 보면 역대 최저인 50% 붕괴를 앞두고 있습니다.
사실상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 구입)는 어려운 환경입니다.
<앵커> 시청자들의 관심은 '그래서 언제 반등하느냐', '언제 집을 사야 하느냐'일텐데요. 권 기자, 어떤가요?
<기자> 앵커는 '집값 예측은 신의 영역'이란 말 들어봤나요? 그만큼 집값 전망이 어렵다는 건데요.
전문가들 사이에서 집값 반등시기에 대해 의견이 서로 엇갈립니다.
다만 금리상승이 멈춘다는 것을 전제로 전셋값이 안정되면 집값이 바닥을 다질 것이란 데에는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이르면 올 하반기 전셋값이 안정되면 매매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입니다. 인터뷰 보시죠.
<인터뷰> 윤지해 /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 "주거는 매매와 임대차 사이에서 100을 놓고 봤을 때 어느 쪽으로 가느냐에 따라서 가격에 대한 유인효과가 있다고 설명. 하반기 전셋값은 여전히 안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그 사이에 매매가격이 우선 조정을 받았기 때문에 주거 이전 수요가 나타날 것"
다른 전문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파트 입주물량 즉 주택공급이 줄어들면서 내년 하반기 또는 내후년 상반기 집값이 반등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인터뷰 보시죠.
<인터뷰> 김기원 / 데이터노우즈 대표 "2023년 입주물량이 급감하고, 2024년은 더 줄고, 2025년은 거의 없다. 지난 20년 동안 역대급으로 입주물량 부족. 서울의 경우 2024년 하반기에서 2025년 상반기 바닥을 찍고 상승으로 돌아서는 상황이 벌어질 것"
실제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2019년 4만가구 이후 줄곧 줄었고, 올해는 절반 정도인 2만여가구, 2025년은 고작 2천가구에 그칠 전망입니다.
참고로 아파트가격 사이클상 집값 침체가 5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보는 분석도 있습니다.
<앵커> 권 기자, 수고했습니다. '권영훈의 집중탐구'는 여기까집니다.
권영훈 선임기자 yhkwo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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