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주주총회➁] 곳곳서 표대결...거수기 시대 끝났다
오너일가 분쟁 대신 행동주의펀드·주주 중심 진화
주요기업 줄줄이 공격 목표물...대응방안 마련 고심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적인 막을 올린다. 지난 2020년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리스크가 해소된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주총은 시작 전부터 지배구조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과 주주 권리 행사를 위한 주주 제안 확대 등의 이슈가 부상하면서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운 열기를 예고한 상태다. 올해 주총에서 나타날 이슈들과 주목할 점을 4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올해 정기 주총에서는 경영진과 주주들 사이 치열한 표 대결이 펼쳐지는 장면이 자주 연출될 전망이다. 경영권 분쟁에 방아쇠를 당긴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개인투자자들도 권리 보호에 대한 관심이 커진 모습이다.
과거 일사천리로 안건이 처리됐던 ‘거수기 주총 시대’ 가 막을 내리면서 주요 안건이 있는 회사들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와 JB금융지주, KT&G, 태광산업, BYC, 고려아연, OCI 등이 이달 정기 주총에서 첨예한 표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에스엠의 최대주주 지위에 올라선 하이브와 현 경영진이 오는 31일 열리는 주총에서의 표대결을 위해 소액주주 의결권 수거에 돌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이브는 최근 에스엠 주주들을 상대로 의결권을 위임해 달라고 공개 요청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소액주주 비율이 70%인 만큼 소액주주 설득에 성공하는 쪽이 표 대결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아 의결권 확보전에 불이 붙은 상황이다. 하이브가 주당 12만원에 소액주주 지분 25%를 인수하려는 공개매수 계획은 주가 급등으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현재 하이브와 카카오가 참전한 에스엠의 경영권 분쟁은 행동주의 사모펀드(PEF)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발단이 됐다. 이는 올해 주총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여러 주요 기업들로 확산되고 있다.
JB금융도 이달 주총에서 2대 주주인 얼라인과 표 대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얼라인 측은 이사회 결의를 통한 배당 및 사외이사 선임안을 요구했지만 JB금융 이사회가 사실상 이를 일축하면서 격돌이 예고됐다.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KT&G 역시 3월 주총이 주목된다. FCP와 안다자산운용은 KT&G에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의 분리 상장과 주주 환원 확대, 사외이사 추천을 요구해왔지만 KT&G가 거부하자 안건 상정을 요구하는 경영권 분쟁 소송을 제기했다.
태광산업과 BYC는 트러스톤자산운용과의 한판 대결이 예상된다. 태광산업과 BYC 지분을 각각 5.8%, 9.0% 보유하고 있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배당 확대와 감사위원 선임, 액면분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주총을 앞둔 고려아연의 경영권 다툼도 시장의 관심사다. 고려아연을 두고 70년 넘게 동업을 유지해온 영풍그룹 총수인 장형진 고문 일가와 그룹 내 고려아연 계열을 이끌고 있는 최윤범 회장 일가가 이사회 선임을 놓고 맞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업 지배력을 놓고 지분 경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양측 모두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주주 표심 잡기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보다는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 및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한 대결 구도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작년 정기주총 시즌에서 주주제안으로 주목 받은 종목에는 에스엠과 사조오양 외에 금호석유, 한진칼, 한샘, KB금융, 대신증권 등이 있다. 이 중 금호석유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의 경우 모두 국내외 행동주의펀드 또는 소액주주가 안건을 제안했다.
류호정 서스틴인베스트 연구원은 “지난해와 올해 정기 주총 시즌의 주주제안에서 관찰되는 특징은 총수일가 내분에 따른 경영권 분쟁 성격의 주주제안보다 소액주주와 펀드, 일반주주가 제기하는 주주제안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인적분할 추진을 둘러싼 기업과 소액주주 간 힘겨루기도 본격화 됐다.
OCI는 이달 개최되는 주총에서 인적분할 안건을 표결에 부친다. 의결될 경우 OCI는 지주회사 OCI홀딩스와 사업회사 OCI로 쪼개진다. 대한제강도 지주회사 디에이치오와 사업회사 대한제강으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진행하기 위해 주총을 개최한다.
그러나 앞서 현대백화점의 인적분할이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OCI 등의 인적분할 안건 통과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인적분할이 최대주주의 지배권 강화를 목적으로 악용된다는 인식이 높아져 개인 투자자들의 반감이 심해진 상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주주환원 정책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지만 획기적인 대응 방안을 내놓지 않는 이상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이사 선임 등 경영의 핵심적인 부분까지 개입하면서 실력 행사에 나서는 중”이라며 “이러한 전략이 시장과 개인투자자들을 자극해 지배구조 이슈가 있거나 주가가 하락한 상장사들이 줄줄이 공격 목표물이 돼 기업들의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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