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향수’로 성악 대중화 앞장선 ‘국민 테너’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
이렇게 시작하는 가곡 ‘향수’를 1989년 가수 이동원(2021년 작고)과 함께 불러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테너 박인수 (전 서울대 교수·사진)씨가 지난달 28일(한국시간 3월 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85세.
정지용의 시에 김희갑이 곡을 붙인 ‘향수’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국민가요였다. 하지만 국내 성악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고인은 ‘딴따라와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로 국립오페라단 단원에서 제명돼야 했다. 이에 대해 고인은 “노래는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즐거움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낮고 질퍽한 곳이라도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그곳이 나의 무대”라는 평소 소신을 밝혔다고 한다.
고인은 1938년 서울에서 3남 2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고교 2학년 때 교회 목사의 권유로 성악을 시작했다. 늦게 시작했기에 1960년에야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 입학했다. 62년 성악가로 데뷔한 그는 1970년 5월 미국 유학을 떠나 마리아 칼라스의 마스터클래스 오디션에 합격해 장학금을 받으며 줄리아드 음악원에 다녔다. 83년 서울대 성악과 교수로 임용된 고인은 2003년 퇴임할 때까지 300회 넘게 오페라 무대에 올랐고 2000회 이상의 독창회를 열었다. 2011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으로 부인 안희복 한세대 음대 명예교수, 플루티스트인 아들 박상준 씨가 있다. 장례 예배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에서 3일 오후 6시에 열린다.
류태형 객원기자·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ryu.tae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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