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엉따' 사건... 당신 차라 해도 돈을 내라 [넥스트브릿지]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 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 <기자말>
[전호겸 기자]
▲ 자동차 시트 |
ⓒ pixabay |
차에 시동 걸고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무엇일까? 봄이 성큼 다가왔지만 꽃샘추위 때문에 열선 시트 버튼을 가장 먼저 누를 것이다. 앞으로는 열선 시트를 쓰려면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작년 7월 'BMW 엉따'(엉덩이 따뜻)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BMW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구독형 옵션 패키지는 열선 시트 등을 일정 금액을 내고 매월 또는 매년 단위로 구독할 수 있다고 안내하였다.
열선 시트는 1개월에 2만 4000원, 1년에 23만 원이다. 원래 차에 있는 열선 시트까지 매달 2만 4000원씩 내고 구독하라고 하니 엄청난 비난에 직면하게 되었다. 결국 BMW코리아가 한국에 적용할 계획은 없다고 하면서 없던 일이 되었다.
사실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 11월에 메르세데스 벤츠가 연간 1200달러(약 150만 원)를 내면 전기차 가속력이 향상되는 구독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 서비스를 구독하면 제로백(0→100㎞/h)이 기존 대비 0.8초에서 1초가량 빨라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본 구독 서비스는 연 단위 구독 상품으로 매년 1200달러를 내지 않으면 가입 1년 후 차단된다.
비단 페달뿐만 아니라 조향(操向) 역시 구독료를 지불해야만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벤츠는 유럽 국가에서 전기차 EQS의 옵션인 후륜 조향 기능을 구독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연간 약 70만 원 구독료를 내면 후륜 조향 기능을 선택해 뒷바퀴를 10도까지 꺾을 수 있다. 통상 뒷바퀴가 4.5도로 꺾이는 것과 비교할 때 10도가 되면 차선 변경과 주차할 때 더 유용하다고 한다.
자동차의 페달부터 조향 그리고 열선까지도 모두 다 구독해야 하는 세상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자동차 그 자체를 구독하는 서비스는 예전부터 있었다. BMW, 볼보, 토요타, 현대자동차 심지어 포르쉐까지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몇 년 전부터 하고 있다. 자동차 자체 즉 하드웨어의 구독 서비스는 오래된 구독 모델이다. 이제는 자동차 내 소프트웨어를 구독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데 유독 BMW와 벤츠의 구독 옵션을 둘러싼 소비자 여론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열선 시트, 가속력 장치 등 소프트웨어를 구독 형태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비자는 자동차의 추가 기능을 쓰고 싶을 때는 '옵션'이라는 이름으로 자동차를 구매할 때 추가 비용을 더 내고 구매했다. 제조사는 추가 비용을 낸 경우에만 내가 산 자동차에 해당 기능을 설치해줬다.
그런데 BMW, 벤츠 등의 접근 방법은 일반적인 자동차 회사와는 달랐다. 하드웨어를 이미 설치해 놓고, 소프트웨어 조정을 통해서 추가로 돈을 내는 구독자에게만 기능을 열어줬다. 소비자로선 이미 차에 설치한 기능인데 추가로 돈을 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챗GPT의 유일한 수익모델
구독은 영어로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이라고 부르는데 사전에 보면 구독 이외에도 기부금, 가입, (서비스) 사용 등의 뜻도 있다. 구독을 한문 그대로 해석하면 '사서 읽다'이다. 얼마 전까지는 신문, 우유 등의 구독 정도로 보통 쓰이고 이해되었다.
몇 년 전부터 구독이라는 단어에 경제를 합쳐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구독 경제란 일정 금액을 먼저 지불하고 정기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독해 사용하는 경제 모델을 말한다. '거창하게 경제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새로운 경제 메가 트렌드라고 말하는 걸까?', '우리가 오랫동안 해오던 신문, 잡지, 우유 구독하고 무엇이 다르지?'라고 생각하는 분도 많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모두 예전부터 구독 경제 시대의 구독자(소비자)였다. 어린 시절 아침마다 집으로 배달되는 우유, 신문, 잡지 등이 대표적인 구독 상품이다. 인기 유튜버의 동영상을 보다 보면 항상 빠지지 않는 멘트가 무엇일까? 바로 "재미있게 보셨다면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또는 "구독 부탁드려요~"다. 구독 경제라는 단어는 낯설지만, 다들 한 번쯤은 유튜브를 보고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1990년대부터 핸드폰을 사용하고 매달 정기적으로 통신사에 비용을 지불하는 구독 서비스를 지금까지 사용해 오고 있다. 구독 경제는 기존의 신문·우유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같은 미디어 콘텐츠, 소프트웨어, 게임, 의류, 식료품, 농·수산물, 음악, 자동차에서 주거까지 지속해서 넓어지더니 출·퇴근 비행기까지 확장되고 있다.
심지어 몇 년 전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공위성을 구독료만 내면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구독 서비스를 발표하였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다 구독 경제에 편입되고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이미 구독 서비스를 즐기는 구독 경제의 구독자가 되었다.
미국의 시장조사·컨설팅 회사인 가트너(Gartner)가 올해에는 전체 서비스의 75%가 구독화될 것이라고 발표했을 정도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대부분 서비스가 구독 경제에 편입되고 있다. 심지어 챗GPT도 2월에 유료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앞으로 광고 등이 수익화에 활용될 수도 있지만 현재 챗GPT의 수익 모델은 구독 서비스가 유일하다.
2021년에 테슬라는 자율주행 구독 상품인 FSD(Full Self Driving)을 출시했다. 구매 가격은 1만 5000달러(약 2000만 원), 월 구독료는 199달러(약 26만 원)다. 한 번에 2000만 원을 받고 판매하는 게 더 이익일 텐데 테슬라는 굳이 26만 원에 불과한 구독 상품을 판매하는 것일까?
모건 스탠리의 분석을 통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모건 스탠리의 보고서에 의하면 "해당 서비스는 2025년까지 테슬라 매출에서 6%를 차지할 것이지만, 해당 구독 서비스의 총수익은 테슬라 전체 수익의 25%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출 대비 4배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미래 자동차(모빌리티)의 큰 특징은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더 이상 직접 운전할 필요가 없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자동차는 달리는 학교, 학원, 사무실, 영화관, 게임방, 도서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달리는 스마트 팩토리(지능형 공장)도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자를 시킨다면 주문 접수와 동시에 자율주행차에서 만들면서 배달하면 된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자동차 제조 회사가 지원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모빌리티(자동차) 회사가 구독 서비스로 얻는 이익은 훨씬 더 커질 것이 자명하다.
▲ 자동차 |
ⓒ pixabay |
구독 서비스로 버는 돈이 더 많은 세상
2022년 4월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자동차 내부로 침투하는 구독경제>는 신차 소비자의 구독 서비스 채택률(평균)이 30%라는 가정 아래 서비스 부문의 영업 이익은 11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글로벌 12개 업체(상위 11개 완성차 제조사+테슬라)의 2019∼2021년 연평균 영업이익인 1090억 달러를 뛰어넘는 수치다.
이번 전망치는 서비스 부문 영업이익률을 10%로 가정하여 계산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공식적으로 '2021년 포브스 글로벌 2000 리스트' 분석에 의하면 IT소프트웨어와 서비스의 해외 평균 영업이익률은 17.5%라고 한다. 한국자동차 연구원의 영업이익률 10%는 매우 보수적으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숫자는 구독 서비스 기반의 다른 BM(펀드의 운용성과를 비교하는 기준) 또는 데이터 가치에 대해서는 반영하지 않은 숫자라고 한다.
향후 자동차 판매보다 자동차 관련 구독 서비스 이익이 2~3배 정도 더 많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자동차에 컴퓨팅 기능이 확대되면서 '원격 업데이트'가 수월해졌다. 부가 기능에 월 구독료를 적용하기가 매우 편리해졌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은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멀미를 예방하기 위해 직접 운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운전할 수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애플은 자율주행차에서 멀미를 해결해주는 가상현실(VR) 시스템을 5년 전에 특허 출원하였다. 이 기술은 VR 헤드셋, 컨트롤러, 프로젝터를 조합해 가상현실 환경에서 승객에게 시각적 신호를 제공해 멀미를 완화한다. 이 VR 헤드셋 등을 통해 커머스랑 연계돼 쇼핑몰 광고, 차가 지나가는 지역의 식당, 여행지 선전 등 다양하게 활용될 여지가 무궁무진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애플카 전용 멀미 예방 구독 서비스가 출시될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다양한 모빌리티 구독 서비스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분야로 발전할 것이다. 자동차 자체가 달리는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는 의견들이 있다. 네이버, 구글, 카카오처럼 디지털 플랫폼 역할을 자동차 제조회사가 할 수도 있다. 자동차는 달리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구독 경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해 기회를 놓친 기업들이 꽤 많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구독 경제에 대한 준비가 늦은 감이 있다.
지난해 세계 자동차 판매 1위인 일본 토요타 자동차가 첫 양산 전기자동차 bZ4X를 작년 5월에 일본에서 출시했다. 그런데 개인 판매는 하지 않고 매월 약 86만 원을 지불하는 구독 서비스만 제공한다. 토요타는 자사 월정액 구독형 서비스 킨토(KINTO)를 통해서만 전기차 bZ4X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이제 자동차를 사고 싶어도 살 수 없고 오직 구독만 가능한 시대가 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업체가 작년 초 차량 구매 계획이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전체의 25%만 구독제를 원한다고 답했다. 대다수인 75%는 구독 서비스를 선호하지 않았다. 그래도 자동차 기업으로서는 내연기관보다 월등히 차량 수명이 긴 전기차로 바뀌는 게 대세인 만큼 구독 서비스를 통해 얻을 이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자동차의 모든 것을 다 구독해야 하는 당황스러운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다. 이렇다 보니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열선, 가속 등 차량의 특정 기능을 구독형 서비스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가운데 미국에서 차량 하드웨어 기능 관련 구독 서비스를 금지하는 법안이 작년에 발의됐다.
강제 구독 시대에 대비해야
2017년 애플이 멀미 예방 특허를 낼 때 현대자동차는 "자율주행차 개발 전담 '지능형안전기술센터'를 신설"했다. 이제라도 정부와 기업이 각성하고 구독 경제 시대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동시에 적극적인 실행을 해야 한다.
만약에 모든 메이저 자동차 회사들이 자동차를 구독으로만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면 소비자로서는 강제로 구독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필자는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여러 채널로 말해왔다.
하지만 경제에 관심이 많다고 외치는 정부와 국회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앞서 말했듯이 작년에 미국에서 차량 하드웨어 기능 관련 구독 서비스 금지 법안이 발의됐다. 우리나라 정부와 국회는 해가 바뀐 2023년에 국민을 위해서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상당히 궁금하다. 강제 구독의 시대에는 비단 자동차뿐만 아니라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강제 구독 대상에 해당한다는 것이 문제다.
예를 들어 오늘 당장 삼성과 애플이 구독으로만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면 우리는 꼼짝 없이 스마트폰을 구독해야 한다. 아침 알람 기능 사용 시 한 달에 5천 원, 일정 관리 사용 시 한 달에 5천 원, 고화질 카메라 사용 시 한 달에 2만 원의 구독료를 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도 자동차의 열선, 페달, 조향조차 구독화되고 있으며, 토요타 전기차의 경우 일본 내에서 개인은 구매 자체가 불가능하고 오로지 구독으로만 사용이 가능하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말도 안 되는 상상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일지도 모르겠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박탈된 미래가 오고 있다. 어쩌면 앞으로 경제 불황, 양극화, 강제 구독 등으로 우리는 그 무엇도 소유할 수 없는 강제 소유의 종말 시대에 살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구독 경제 시대에 걸맞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동시에 강제 구독으로부터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양수겸장의 정책과 입법이 절실하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이에게 미래는 그저 앞으로 지나갈 불행한 과거에 불과하다.
* 필자소개 :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인 전호겸 연구교수는 대한민국의 혁신 경제를 이야기하는 경제 칼럼니스트로 소유와 명함에 갇힌 삶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구독할 수 있도록, 'No.1' 아니라 'Only 1'의 꿈과 가치를 응원한다. 대표 칼럼으로는 중앙일보, 매일경제 등에서 연재되는 〈전호겸의 구독경제로 보는 세상〉, 〈전호겸의 스타트업과 세상〉, 〈전호겸의 혁신경제로 보는 세상〉 등이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