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도시숲 인증 받을 만하네... 포항에 무슨 일?
[한정환 기자]
동해남부선 폐철도 부지를 도심 숲으로 재탄생시켜, 국내외 관광객과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환동해권 중심도시 포항에 있는 철길숲이다.
▲ 녹음이 우거질 때 공중 촬영한 포항 철길숲 전경 |
ⓒ 사진제공 : 포항시 |
도심 숲 조성으로 미기후(지면에 접한 대기층의 기후) 조절과 미세먼지 차단 효과로 철길숲이 도심의 허파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철길숲은 요즘 유명세를 타고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3만 명, 주말 평균 5만 명 이상이 찾는다. 지난 23일 오후 이곳을 직접 찾아보았다.
꺼지지 않는 포항의 심장 '불의 정원'
▲ 기억의숲 조형암 벽천 위에 옛날 증기기관차가 하늘을 향해 달리는 모습 |
ⓒ 한정환 |
기억의숲 조형암 벽천 위에 옛날 증기기관차가 하늘을 향해 달리는 모습이 보인다. 깨끗하게 도색을 하여 햇빛에 반사된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조형암 벽천은 매년 6월부터 8월 말까지 가동 운영하며, 바위틈에서 흘러내리는 자연스러운 물줄기가 증기기관차와 어우러져 멋진 모습을 연출한다.
여기는 올 때마다 학창 시절 통학할 때 증기기관차를 타고 다닌 기억이 되살아나 옛 추억을 소환한다. 잘 다듬어진 주변 조경도 볼거리이다.
바로 옆에는 '불의 정원'이 보인다. 불의 정원은 2017년 3월 8일 오후 2시 53분경 포항시 남구 대잠동 철길숲 조성지에서 공사업체가 지하수 개발을 위해, 지하 200m까지 관정을 파던 중 땅속에서 나온 천연가스로 인해 굴착기에 불이 붙었다.
▲ 굴착기에 불이 붙은 후 6년째 활활 타오르고 있는 포항 '불의 정원' 모습 |
ⓒ 한정환 |
수년 동안 조사한 결과 가스 성분은 메탄으로 인한 천연가스층이고, 매장량은 포항시민이 30일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으로 경제성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포항시는 경제성은 없다고는 하나 우리나라 육지에서 천연가스가 분출되는 일이 유례가 없는 현상인 만큼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포항지역만의 특색있는 관광자원으로 승화시키기로 하고, 이를 '불의 정원'이라 이름 붙여 철길숲의 관광요소로 편입시켰다.
금방 꺼질 줄 알았던 불길은 6년째로 접어든 지금까지도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이곳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자 포항시는 불기둥을 사진에 잘 담을 수 있는 자리에 포토존도 마련했다.
포항시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불의 정원을 활용한 갖가지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있다. 불기둥 바로 옆에는 큰 냄비도 쇠줄에 매달려 있다. 이 냄비는 실제로 철길숲 준공식 때 삶은 달걀을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에 사용되었다. 지금도 포항시에서 주최하는 주요 행사 때는 계란을 삶아 시민들에게 나누어주고 있어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 포항 철길숲 효자동 맨발도로 출발지점 모습 |
ⓒ 한정환 |
녹색 도시숲으로 재탄생한 힐링공간
철길숲은 공원의 장점만 모아놓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다.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철길숲에는 보행자 및 자전거 도로가 있다. 효자동 당산목과 이어지는 곳에는 맨발 도로가 별도로 있어 자기 취향에 맞는 방법으로 체험과 운동을 즐길 수 있다. 철길숲 방문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자전거와 유모차는 포항시에서 동절기를 제외한 4월부터 11월까지 당산목 옆에서 무료 대여해 주고 있다.
▲ 굴곡형 놀이시설인 댄싱프로미너더에서 킥보드를 타며 즐기는 아이들 모습 |
ⓒ 한정환 |
유아 및 어린이를 위한 놀이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효자역을 지나면 굴곡형 놀이시설인 댄싱프로미너더에서 킥보드를 타며 스릴을 즐기는 아이들이 보인다. 아이들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이다. 하절기에만 운영하는 음악분수광장을 지나면 유아놀이숲도 있다. 부모님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유아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그밖에 포항 철길숲 오픈스튜디오, 색동옷을 입은 오크광장의 모습도 눈을 즐겁게 한다.
▲ 포항 철길숲에 알루미늄 파이프 기법으로 켜켜이 쌓아 만든 ’승자의 얼굴, 행복‘ 모습 |
ⓒ 한정환 |
▲ 포항 철길숲에 철판 200장을 쌓아 올려 만든 ’만남 2017‘ 조형물 모습 |
ⓒ 한정환 |
소통과 문화의 공간인 포항 철길숲에는 스마트도서관도 있다.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포항시립도서관 홈페이지에 가입 후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 실내는 물론 바로 옆에 있는 정자와 나무 그늘 아래에서 피톤치드 향내음을 맡으며 독서를 즐길 수 있다.
▲ 동해남부선 폐철도 부지에 무궁화호 열차 한량과 철로 일부를 그대로 둔 모습 |
ⓒ 한정환 |
▲ 기차가 다녔던 철로 옆에 있는 포항 철길숲 갤러리 모습 |
ⓒ 한정환 |
조선왕조실록과 지역의 역사지에 빠짐없이 등재되어 효자리라는 마을 명칭의 어원이 되었다는 '학생 전희 효자비'도 철길숲 당산목 옆에 세워져 있다. 기차가 다닌 철교 및 고가다리 아래에는 슈퍼미러, 운동기구, 대형 TV를 설치하고, 다리 옆에 분수 등을 만들어 시멘트색의 음침한 분위기를 해소해 주변을 더욱더 밝게 연출해 놓았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잇단 벤치마킹
▲ 포항 철길숲에 있는 기억의 숲 주변 공중 촬영한 모습 |
ⓒ 사진제공 : 포항시 |
러시아 극동 13개 주 주지사, 일본 조예쓰시 의정연구회를 비롯한 해외 기관과 국내 지자체 등의 발길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제 포항 철길숲은 국내를 뛰어넘어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도심 속 철길숲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영국 KBT가 시행하는 녹색깃발상과 UN 해비타트가 주관하는 아시아 도시경관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안았다.
올해는 철길숲 조성으로 인한 경사도 겹쳤다. 포항 시민들의 휴식과 문화, 체험공간으로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철길숲'이 지난 22일 대한민국 '모범도시숲'으로 인증되었다. 모범도시숲은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모범적으로 조성 관리되고 있는 도시숲을 국가에서 인증하는 제도로, 국내에서는 포항 철길숲과 평택 도시바람길숲이 유일하다.
포항 철길숲은 여기에 거치지 않고 북구 득량동 일원에 포항 철길숲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문화, 전시, 휴양 등을 만끽할 수 있는 시민광장을 만든다. 사업기간은 올해 12월 말까지이다. 이곳에 진입광장, 그라스 가든, 장미원, 단풍원, 잔디광장을 조성한다. 포항 철길숲의 변신은 아직도 계속 진행형이다.
* 찾아가는 길
- 주소 :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대잠동 171-5(불의 정원)
- 주차 : 주변 공터, 카페에 주차(대중교통 이용 편리)
- 입장료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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