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앞두고 전과해야 하나"…대학생도 모인 간호법 반대 집회
26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앞 여의대로 길가에 대형버스 30여대가 일렬로 늘어섰다. ‘간호법·의료인면허법 강행처리 규탄 보건복지의료연대 400만 총궐기대회’에 참석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 회원들을 태운 버스였다. 버스 전광판에는 강원도부터 울산, 충주, 구미 등 전국 각 지역의 지명이 적혀있었다. 정차한 버스에서 차례로 내린 이들은 ‘간호법·의료인면허법 강행처리 규탄한다’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간호법 반대’ 마스크를 쓴 채 궐기 현장에 속속 자리를 잡았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을 포함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앞에서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지난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주도해 간호법안과 의료인면허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하기로 결정한 뒤 사실상 처음으로 열린 대규모 집회였다. 이날 경찰 추산 1만 명, 주최 측 추산 5만 명이 참여했다.
현장에 참석한 의료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간호사의 권한 확대였다. 본회의에 직회부된 간호법안 제1조에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간호사 단체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타 직역 단체들은 이를 두고 현행 의료법에서 ‘의료기관’으로 한정한 간호사 업무 규정을 ‘지역사회’까지 확대하면 다른 직역의 업무 영역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전과해야 하나”
인천 인하대병원 안과검사실에서 4년째 근무 중인 임상병리사 오성연(29)씨는 “진단의 기초가 되는 검사 영역은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이들의 손에서 이뤄져야 한다. 간호법안이 통과돼 간호사들이 이 업무를 하게 된다면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빅5 병원에 속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23년째 임상병리사로 근무하고 있다는 권모(48)씨는 “혈당검사만 하더라도 정확한 검사와 분석, 세심한 기기 관리 등이 필요하다. 지금도 일부 간호사들은 임상병리사들의 고유 권한인 검사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데 간호법이 만들어지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 제한 부당”
간호조무사 단체에선 간호법안에 포함된 간호조무사에 대한 규정을 빼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법안에는 간호조무사의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현행 의료법에서처럼 간호학원과 간호특성화고등학교 졸업자로 제한했는데 이들 단체에선 새롭게 법안이 만들어지는 만큼 전문대 간호조무과 졸업자도 자격시험에 응할 수 있게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동환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기획실장은 “2013~2015년 간호인력 개편 논의 때도 간호조무사 전문대 양성 방안을 논의했으나 간협(대한간호협회)의 반대로 제외됐었다”고 비판했다.
“집행유예만 받아도 면허 취소는 부당”
이날 집회에서는 의료연대 소속 대표들이 삭발식을 하며 결의를 다졌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국회와 정치권은 간호사라는 특정 직역의 편향적인 입장만을 전면 수용해 보건의료계의 갈등 양상을 심화시켰다”며 “강력한 유감과 저항의 뜻을 표명하며, 간호법이 폐기될 때까지 총력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간호법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선출된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우리 뒤통수를 친 민주당에게 강력히 경고한다. 우리 연대는 악법 저지를 위해 모든 총력 투쟁을 불사할 것”이라며 파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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