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만화방③] “명맥만 유지됐으면…부정적 인식 해결이 과제”

박정선 2023. 2. 2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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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방은 추억의 공간인 동시에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였다.

대전에서 만화방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최근 만화방의 문제들을 지적하는 글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학생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단골이었던 학생의 말에 따르면 학교, 부모님의 단속이 심해져서 찾지 못하는 것이었다"면서 "당장 한두 명의 손님이 사라지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와 달리 만화방들이 카페 형식으로 운영하면서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다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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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신간 발행 부수 매년 꾸준히 하락세

만화방은 추억의 공간인 동시에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였다. 과거에나 지금이나 경찰, 학교, 학부모 차원에서 오락실과 함께 비행 청소년의 온상으로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최근엔 만화방 밀실에서 청소년들이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는 글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만화방이 모텔이냐’는 조롱까지 받아야하는 신세다.


ⓒ뉴시스

이달 초 한 맘카페 회원 A씨가 “아이와 함께 간 만화방 밀실에서 남녀 학생들이 성행위를 하는 정황을 감지했다”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됐다. 또 자신을 룸카페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소개한 또 다른 네티즌 B씨 역시 “손님의 95%는 학생 손님이고 100명 중 99명은 방에서 성관계를 한다”며 “커플로 온 학생들 신음소리를 들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냥 성관계하러 오는 곳”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미성년자들이 성관계 장소로 이용한다는 폭로가 잇따르자 서울시는 룸카페를 비롯해 만화방, 멀티방, 파티룸 등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선 상황이다. 물론 불법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곳들에 대한 단속은 마땅하지만, 이 같은 인식 탓에 다른 만화방들까지 덩달아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점은 안타깝다.


대전에서 만화방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최근 만화방의 문제들을 지적하는 글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학생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단골이었던 학생의 말에 따르면 학교, 부모님의 단속이 심해져서 찾지 못하는 것이었다”면서 “당장 한두 명의 손님이 사라지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와 달리 만화방들이 카페 형식으로 운영하면서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다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만화방의 미래를 밝게 내다보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손님들은 더 다양한, 그리고 새로운 만화를 원하지만 출판량이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만화책 신간 발행 부수는 2018년 785만부에서 2019년 669만부, 2020년에는 567만부로 꾸준히 줄었다. 2021년에는 598만부로 소폭 상승했지만 만화책의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뉴시스

8년째 만화방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처음 만화방을 시작했을 당시, 같은 시기에 개업을 한 만화방들이 많았는데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프렌차이즈, 대형 만화방만 남고 대부분 폐업하고 있는 추세”라며 “저 역시 매일 ‘그만둬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몇 남지 않은 단골손님들이 눈에 밟혀서 마음을 고쳐먹곤 한다”고 말했다.


웹툰 산업 규모가 커지는 동안 종이 만화책을 다루는 만화방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는 것이 B씨의 설명이다. 실제 국내 웹툰 산업 매출 규모(한국콘텐츠진흥원 ‘웹툰산업체 실태조사’)는 지난해 1조5660억원으로 전년 대비 48.6% 증가했다. 웹툰 산업 실태조사가 시작된 2017년 매출(3799억원) 대비 네 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만화방 운영자 A씨는 “만화책 출판량 자체가 줄면서 신간을 들여오는 비용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손님들도 볼 게 있어야 만화방을 꾸준히 찾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측은 “만화방 등 만화책 전문점은 마니아들에 의해 움직인다. 심지어는 그마저도 수요가 줄어들고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 더욱 심각해진 상황이라 신간 출간도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만화방이 명맥만이라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서 “결국 손님의 감소로 출간이 지연되고, 출간이 지연되면 손님이 감소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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