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에 갇힌 서울이냐" 조롱…수십억 들인 'I·SEOUL·U' 최후

문희철 2023. 2.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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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노들섬에서 철거된 I·SEOUL·U 조형물이 트럭에 실리고 있다. 뉴스1

서울시가 도시 브랜드를 교체하면서 기존 슬로건 ‘아이서울유(I·SEOUL·U)’를 적용한 조형물 철거에 나섰다. 서울시는 오는 3월까지 관련 조형물을 모두 철거할 예정이다.

아이서울유는 2015년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도입했던 도시 브랜드 슬로건이다. 나(I)와 너(U) 사이에 서울(SEOUL)을 둬 시민 관계 중심에 서울이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단어와 단어 사이에 찍은 점(·)은 모든 것이 조화롭게 공존하며 어울린다는 뜻이다. 서울의 영문철자 중 오(O)를 한글 이응(ㅇ)으로 대체해 서울과 세계의 공존을 표현했다.


도시 브랜드 교체하는 서울시


아이서울유가 아이스서울우유의 줄임말인 것 같다고 풍자한 게시물. [사진 소셜미디어 캡쳐]
하지만 아이서울유는 ‘문법에 맞지 않는다’라거나 ‘의미가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가 시민 1000명과 서울방문 외국인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외국인 72%는 ‘서울 브랜드를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내국인 인지도도 70% 미만이었다.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는 아이서울유의 모호성을 풍자한 패러디가 넘쳐났다. ‘아이스 서울우유’라는 단어의 일부를 점(·)으로 가렸다거나, ‘가수 아이유 사이에 갇힌 서울’이라는 풍자성 이미지도 나왔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평소 강연 등 공석에서 아이서울유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아이서울유가 가수 아이유 씨에 갖힌 서울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 같다고 패러디한 게시물. [사진 소셜미디어 캡쳐]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새로운 브랜드 개발에 착수했다. ‘도시 고유의 특성과 정체성을 특정해서 담아내야 한다’는 원칙을 수립하고 시민 공모전, 선호도 조사 등을 실시했다. 전문 리서치 업체를 동원해 뉴욕·파리·런던 등 10여개 도시에서 외국인 표본조사도 했다.

서울시는 현재 새로운 도시 브랜드 후보를 ‘Seoul, my soul(서울, 마이소울·내 영혼을 채울 수 있는 도시 서울)’과 ‘Seoul for you(서울 포 유·당신을 위해 모든 것이 준비된 서울)’ 등 2가지로 압축했다. 온라인 선호도 조사에서 ‘Seoul, my soul’(37.3%)이 ‘Seoul for you’(34.9%)를 제치고 1위였지만, 득표율 차이(9641표·2.4%포인트)가 크지 않다고 보고 결선 투표를 진행 중이다. 지난 15일 시작한 결선투표는 다음 달 16일까지 서울시 사이트에서 진행한다.

결선투표가 끝나면 서울 도시 브랜드는 다시 한번 교체된다. 서울 최초 도시브랜드는 2002년 이명박 시장 때 선정한 ‘Hi Seoul(하이 서울)’이었다. 2006년 오세훈 시장은 하이 서울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서브 슬로건으로 ‘Soul of Asia’를 추가했다.
아이서울유의 모호한 의미를 풍자한 각종 패러디물. [사진 소셜미디어 캡쳐]


‘서울, 마이소울’ vs ‘서울 포 유’


서울 용산구 노들섬에 설치된 '아이서울유(I·SEOUL·U)' 조형물이 철거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에 따르면, 아이서울유는 문구를 개발하고 브랜드 선포식 행사를 진행하는데 6~7억원을 썼다. 또 아이서울유 조형물을 세우는 비용으로 10억9600만원이 별도로 투입됐다. 이 브랜드를 교체하기 위해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선호도 조사 등을 수행하기 위해서 3억원을 투입했다.

이와 별도로 기존 조형물 철거 비용은 약 4000만원이 든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서울유 조형물은 한강공원·서울광장·김포국제공항 등에 29개가 있다. 스테인리스강으로 제작한 조형물이 24개, 목재 조형물이 5개다. 서울시는 조형물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강준령 서울시 서울브랜드담당관은 “새로운 도시 브랜드가 결정되더라도 홍보 조형물은 몇 개만 설치할 계획”이라며 “산하기관과 대중교통, 도시 시설물 등을 활용해 새로운 브랜드가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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