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전세사기의 판 깔았다, 文정부 ‘로또아파트’ 나비효과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2023. 2. 2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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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봉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이창무 한양대 교수 인터뷰-하
전세 변동성 극대화, 역전세란 촉발 임대차3법
도시재생으로 서울 공급 위축, 신규아파트 가격폭등
빌라시장 정상화위해 주거상향이동 막는 제도 바꿔야
인구감소, 도시축소 시대 감안한 도심개발 필요
미분양 정부 매입은 도덕적 해이, 수요창출이 우선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분양가 규제를 강화하면서 ‘로또아파트’ 청약을 목적으로 서민들이 무주택 자격 유지를 위해 빌라에 전세를 살면서, 빌라 전세가격이 매매가에 육박하는 시장 왜곡이 발생했다”면서 “주택을 보유하더라도 주거의 상향 이동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임대차 3법이 전세의 치명적 약점인 변동성을 극대화시켰다”면서 “임대차3법을 폐지하지 않으면 전세가 폭등, 전세가 폭락, 역전세대란이 주기적으로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정부에서는 집값을 잡겠다고 28차례 대책을 발표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부동산 시장의 문제에 대한 왜곡된 인식 탓이다. 돌이켜 보면 문재인 정부 초기에 가격 상승을 주도한 것은 서울시 아파트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도시재생 정책으로 인해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서울시 공급 부족의 문제는 없고 투기적인 행태에 따른 시장 왜곡이라고 판단하고 과도한 규제 정책을 폈다. 다주택자와 강남 및 재건축 시장에 집중된 규제 강화는 풍선효과를 통해 수도권 전체의 상승세를 촉발시켰다. 당시 정부는 또 2020년 이후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저금리로 촉발된 집값 급등조차 다주택자의 투기 탓이라고 오판했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저런 정책에도 집값이 계속 치솟자 뒤늦게 저금리와 공급 부족 문제를 인정했지만 다주택자 규제 정책을 되돌리지 않았다. 보유세의 강화는 풍선효과를 통한 시장 왜곡 현상과 재산세 전가로 주거비 부담을 늘리고 주거소비 수준을 악화시켰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

-빌라사기극이 빈발하고 있다.

“빌라왕으로 대표되는 빌라 다세대 주택의 전세 사기극도 크게 보면 정부 개입으로 촉발된 시장 왜곡과 관련이 있다. 정부가 분양가 규제를 강화, 신규 아파트 당첨은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로또가 됐다. 무주택자들이 ‘로또아파트’ 청약을 받기 위해 빌라 등 다세대 주택에서 전세로 살며 청약을 기다렸다. 이 때문에 빌라 매매가는 정체되는 대신 빌라의 전세가격만 치솟았다. 전세가가 매매가에 육박하는 기현상이 벌어지면서 빌라 사기극의 판이 깔렸다. 분양가 규제가 없었다면 주택시장은 빌라, 중고, 신규 아파트 순으로 주거상향 이동의 매매시장이 형성됐을 것이다. 그랬다면 빌라의 매매가는 정체되고 전세가는 치솟는 현상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렴한 빌라를 갖고 있는 유주택자라고 청약자격에 불이익을 주는 ‘로또아파트’ 제도 하에서는 시장 왜곡이 해소될 수 없다. 주택 보유를 선택하더라도 주거의 상향 이동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 보완이 국민의 안전한 주거 소비를 위해 필요한 방향성이다.”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임대차 3법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임대료 규제는 해외에서도 상당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임대 주택 공급물량을 감소시키고 규제를 받지 않는 주택의 임대료를 폭등시키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는 것은 이미 입증됐다. 그래서 임대료 규제 대상을 축소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외국에서 입증된 임대료 규제의 문제점이 한국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임대시장의 경우, 외국은 월세인데, 한국은 전세이다. 전세의 치명적 약점이 변동성이다. 임대료 규제가 전세의 변동성을 극대화시켰다. 전세가의 미래 상승분을 먼저 반영하려는 임대인들의 욕구로 인해 규제대상에서 제외되는 신규계약은 추가적인 상승을 초래했다. 2020년의 임대차 3법 도입 전후로 한 전세가격의 급등현상이 나타난 이유이다. 전세시장에 2중, 3중 가격을 형성시키는 등 시장을 왜곡시켰다. 더 큰 문제는 하락기에는 지금처럼 전세가를 폭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 역전세대란을 유발, 세입자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을 만든다. 월세 시장인 외국보다 전세위주인 한국에서 임대료 통제가 치명적인 이유이다. 지금 폐지하지 않으면 전세가 폭등, 전세가 폭락, 역전세대란이 주기적으로 반복될 수 있다.”

‘빌라왕’ 김모씨 등으로부터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작년 말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소통과 피해구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도시재생을 재개발의 극단적 반대 개념으로 해석한 문 정부

-문재인 정부에서 도시재생 정책을 강조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시작부터 잘못된 선택이었다. 도시재생을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의 극단적인 반대 개념으로 한정시켰다. 한국이 벤치마킹한 일본의 경우, 도시재생이 대규모 재개발 재건축을 포함해서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종합적인 재정비 계획이었다. 반면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서울시는 재건축, 재개발을 최소화해서 낡은 시가지를 수선해서 사용하는 것으로 도시재생의 개념을 축소시켰다.

결과적으로 가장 수요가 많은 서울 주택시장에서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신규 아파트 공급이 장기간 심각하게 위축됐다. 박원순 시장 시기 정비구역의 무리한 해제로 26만호 아파트 공급 가능성이 사라졌다. 신규 아파트 공급부족이 신규 아파트 가격 독주현상의 원인을 제공했다. 도시재생 지역의 수선 유지 등에 엄청난 공공의 자금이 투입됐지만, 주민들의 불만이 누적돼 결국 다시 재개발 욕구가 강해지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했다. 도시재생정책은 천문학적 자금이 들어갔다. 시만단체 지원하고, 낡은 건물 보수하고, 벽화 그리는 사업에 퍼부었다. 파생된 부작용인 400개에 가까운 정비구역의 해제는 무분별한 빌라의 공급 확대를 가져와 현재 논란이 되는 전세사기의 씨앗이 되었다.”

- 주택정책의 목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주택가격의 통제가 주택 정책의 목표가 됐다. 가격 통제의 수단으로 세제, 주택공급 제도를 바꿨다. 단기적인 가격변동에 대응한 정책은 가격 통제는 고사하고 시장 왜곡을 극대화시켰다. 세제인상은 결과적으로 임차인에게 전가된다. 집값을 잡겠다는 세제 강화는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다. 현실적으로 다주택자들이 주택시장의 40%를 책임진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민간임대 시장의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다.

시장에서 가격 상승이 발생하면 해당 시장에 공급을 늘리라는 의미이다. 그 신호에 규제로 대응하면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왜곡시키고 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킬 뿐이다. 많은 부분을 시장 기제에 맡겨 둔다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주거복지에 집중되어야 한다. 다만 국내에서는 토지이용에 대한 규제가 강하고 택지의 공급을 공공이 독점하고 있어 주택공급확대를 위한 역할이 다른 나라에 비해 중요하다. 가격 조정이라는 목표에 휘둘리기보다는 합리적인 수준의 주택공급 확대를 통해 국민들의 주거소비의 양과 질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 주택은 공공재인가?

“주택 논쟁은 이념 논쟁으로 흘러갈 수 있는 측면이 강하다. 대표적인 게 주택의 공공재 논란이다. 주택을 공공재로 보면 공급과 관련된 정부의 통제를 합리화하는 패러다임이 만들어진다. 주택이 공공재라면 다주택자들을 투기꾼으로 비난하는 패러다임이 만들어진다. 모든 주택이 공공재는 아니다. 주거복지 차원에서 소외계층에게 공급되는 주택은 공공재이다. 민간시장의 주택은 상품이다. 민간 상품까지 공공재로 보는 순간 여러 왜곡이 발생한다.

-현 정부는 지난 정부와 달리 공급확대를 통한 집값 안정을 약속했다.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안정되고 주거의 소비 수준은 올라간다. 지난 정부에서 억제됐던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 사업은 적정수준에서 용적률을 제공하고, 안전진단을 풀어주고, 재건축 부담금을 완화하면 장기적인 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지금부터 향후 10~20년 후 본격화될 인구감소, 도시 축소기에 대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신도시 등을 통한 외곽개발은 통근시간을 늘린다. 인구감소, 도시축소의 시대로 접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도심개발이 바람직하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의 경우, 개발 압력이 높은 곳부터 차근차근 진행하면 된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정치적 목적 탓에 자치구별로 뉴타운을 나눠 먹기식으로 설정했다. 개발 압력이 떨어지는 곳에 지정된 뉴타운은 시장 침체기에 갈등의 씨앗이 됐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한다.”

-정부의 ‘1·3대책’ 발표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이 규제 지역에서 해제됐다.

“거래를 제약하는 요인들을 적극적으로 풀어야 한다. 강남3구와 용산구도 풀어야 규제완화 효과가 있다. 가장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 주택거래나 주거이동의 연쇄 고리가 길게 연결되는 지역의 규제 완화는 크든 작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소득 제한과 같은 비합리적인 수요 규제는 털어내야 하지만 DSR(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통한 대출 건전성 관리의 기본적인 골격은 유지해야 한다.”

-건설업계가 미분양 아파트를 정부가 구입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일단 민간에서 미분양을 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찾아야 한다. 공급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촉발해서는 안 된다. 건설업계에 대한 어느 정도의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과거의 경험도 정말 심각해졌을 때 분양가의 50% 수준으로 매입했다. 단기적인 자본차익보다는 안정적인 임대수입을 추구하는 장기 민간임대사업자의 투자 유치 필요하다. 다주택자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수요를 일부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민간펀드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민간 펀드를 통한 미분양 해소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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