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 우크라 땅이 녹는다…러 대공세 채비, 급소는 여기 [김민석의 Mr.밀리터리]

김민석 2023. 2. 2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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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우크라이나전 전황 분석과 우리의 대비
러, 우크라 동부와 북부 공략 노려
우, 남부·동부 러군 병참기지 차단
나토, 2025년 목표 군사력 재정비
유럽·대만·북핵 한꺼번 발생 우려

우크라이나전 전황 분석과 우리의 대비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러, 우크라 동부와 북부 공략 노려 우, 남부·동부 러군 병참기지 차단
나토, 2025년 목표 군사력 재정비
유럽·대만·북핵 동시에 위기 우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러시아의 불법 침공으로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만 1년이 됐다.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충격과 공포의 전략으로 우크라이나를 사흘 만에 전광석화처럼 점령해 항복을 받아내려 했다. 그러나 푸틴의 초기 전쟁 목표는 실패로 끝났다. 그는 러시아군의 전투력을 과신한 나머지 우크라이나를 과소평가하는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은 투견장에서 투견 두 마리가 서로 목덜미를 물고는 있지만, 힘이 빠져 지쳐있는 상태다. 그렇다고 서로 놓지도 못하는 입장이다. 휴전협정은 벌써 물 건너갔다. 전선은 교착되고 소모전이 지속하면서 전쟁은 장기화할 조짐이다. 이미 러시아군은 18만명, 우크라이나군은 10만명의 사상자를 냈다.

20만 병력 새로 모집한 러시아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힘을 축적하면서 새로운 공격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른바 춘계 공세다. 외신 보도와 전문기관 분석을 종합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전선과 북부 전선에서 대규모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병력 20만명을 새로 모집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세를 되받아쳐 돈바스는 물론 크름반도 등 빼앗긴 국토를 회복할 전략을 세우고 있다.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도 우크라이나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조만간 유럽에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전쟁을 보게 될 것이라고 한다. 국제적으로는 1980년 발생한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최대 규모가 예상된다.
춘계 공세 시기를 결정하는 요인은 날씨다. 3월 중순부터는 우크라이나에서 기온이 올라간다. 라스푸티차는 기온 상승으로 동토가 녹아 들판이 진창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전차와 장갑차는 도로 이외 지역으로 다닐 수가 없다. 우크라이나 최근 낮 기온은 영상 1~8도를 오르내린다. 대지 표면이 질펀해지고 있다고 한다. 라스푸티차에 접어들면 러시아군 전차와 장갑차가 도로로 이동하다 우크라이나 드론 폭탄과 미사일에 표적이 되기에 십상이다.

러, 4개 점령지 완전 통제가 최소 목표
라스푸티차 이전에 개시할 가능성이 있는 러시아 춘계 공세의 1차 목표는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지역에 대한 완전한 점령이다. 현재는 50%가량 통제하고 있다. 그다음은 우크라이나 전체를 점령하는 게 러시아의 최종 희망이라고 한다.
러시아는 이를 위해 새로 모병한 20만 명을 포함한 30만 명의 병력을 투입할 전망이다. 문제는 러시아 전투력이 수준 이하라는 점이다. 당장 병력의 절반은 훈련이 부족하고, 나머지는 아예 신병이다. 무기도 BMP-1 등 1960년대 생산된 장갑차까지 동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푸틴의 전략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러시아 춘계 공세의 주공(主攻)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의 안정적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바흐무트는 7개의 도로가 만나고 철도가 지나가는 병참 중심지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맹공에 바흐무트와 인근 솔레다에서 러시아군 사상자가 수천 명이나 발생하는 등 러시아가 밀리고 있다.
러시아군의 조공(助攻)은 벨라루스에서 발진하는 기동부대로, 키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북부지역 공략이 목표다. 러시아 기동부대는 현재 벨라루스에서 훈련 중이다. 그러나 북부 공략은 우크라이나 전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위장일 소지도 있다고 한다. 러시아는 지난해 개전 초기에도 수도 키이우를 공략하려다 실패했고, 지금도 러시아군에겐 난해한 작전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우크라이나와 나토(NATO)의 전략
나토는 라스푸티차가 끝나는 오는 5월까지 러시아군의 춘계 공세로부터 전략적인 위기를 완화하는 게 1차 목표다. 우선 러시아의 공중공습을 막기 위해 대공 방어력을 집중적으로 보강하고 있다. 대공 미사일인 미국 패트리엇(Pac-3)과 노르웨이 NASAM(유효사거리 30㎞), 독일의 대공포 게파드(5.5㎞) 등이 우크라이나에 제공되고 있다.
이에 앞서 올해 1월까지 NATO 회원국을 포함한 72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량의 전투 장비와 각종 물자를 제공했거나 제공 중이다. 위키피디아가 집계한 주요 전투 장비를 보면 전차 600대, 장갑차 800대, 155㎜ 곡사포와 탄약 120만발, 대전차 미사일 3800기와 로켓포탄 4만9000발, 휴대용 대공미사일 2560발 등이다. 드론도 공중공격용 4660대와 정찰용 340대 이상에 이른다.
특히 미국이 최근 제공한 무기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HIMARS(고속기동다연장포) 30문과 최신형 155㎜ 유도 포탄 엑스칼리버 약 4000발, 81㎜ 및 120㎜ 박격포, MK-19 고속유탄발사기 등이다. HIMARS와 엑스칼리버는 미국과 나토 등이 제공하는 표적 정보를 활용해 러시아군에게 정밀타격을 가할 수 있다. 근접 전투에 사용되는 박격포와 고속유탄발사기는 조만간 벌어질 치열한 근접전을 예고한다. 새로운 양상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20일 키이우를 깜짝 방문했고, 24일엔 폴란드에서 "러 승리로 끝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남부 전선 탈환 노리는 우크라이나
드니프로(드네프르) 강에서 메리토폴 사이는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의 린치핀(급소)이다. 자포리자주 메리토폴은 남부 교통 중심지이자 크름반도의 관문이다. 열차, 육로 수송, 병참의 허브다. 크름반도에 주둔한 러시아군에 보내지는 많은 군수물자가 메리토폴을 경유한다. 우크라이나군이 메리토폴을 탈환하면 러시아군의 남부 전선 병참선은 무너진다.
남부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또 다른 목표는 헤르손 점령을 통한 북운하 차단이다. 북운하는 드니프로 강 남쪽에 위치한 노바카호바카에서 시작되는데 크름반도 상수원의 85%를 공급한다. 우크라이나가 이 상수원을 차단하면 크름반도의 목줄을 조이게 되고 러시아군은 결정적인 타격을 입는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군 전략은 미국이 제공한 경비정으로 드니프로 강을 건너 노바카호바카 강기슭에 교두보를 확보한 뒤, HIMARS 등으로 러시아군을 정밀타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 지역 전체를 방어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뚫릴 수밖에 없는 불리한 형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U의 장기전 준비
올해 춘계 전투가 러시아에 불리하게 기울어도 전쟁이 쉽게 종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 푸틴의 자존심이 걸린 만큼 러시아의 방대한 예비전력을 더 동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이번 전쟁에서 웬만한 희생이 있어도 푸틴 정권이 당장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래서 전쟁이 오래 끌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나토는 향후 확전에 대비해 군사력을 4단계로 정비하고 있다. ▶1단계는 EU가 유럽평화기구(EPF)를 설립해 마련한 기금 56억 유로를 우크라이나군에 지원하는 것이다. ▶2단계는 나토가 긴급대응전력을 현재 4만 명에서 올해 30만 명으로 확대하는 계획이다. 확전 시 긴급대응전력 10만명은 10일 이내, 나머지 20만명은 30일 만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3단계는 러시아 접경 나토 회원국 4곳에 배치된 대대급 다국적전투단을 2025년까지 여단급으로 증강하면서 8개국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4단계는 EU 방위기금(EDF) 79억 유로를 방위력 개선에 투자하는 것이다.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탈냉전 이후 파편화한 방위산업을 획기적으로 활성화할 계획이다.

한국에 과제 안겨준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나토의 전략적 태세 변화에 우리도 세심하게 대비해야 한다. 먼저 유럽이 더 큰 전쟁에 대비하는 시기가 2025년이라는 점이다. 북한도 그때쯤 ICBM과 전술핵을 완성할 것으로 보인다. 북핵 위협이 최고조에 이를 수 있다. 중국이 대만 공략을 위해 제1 도련선을 차단하는 시기도 2025년경이다. 남중국해가 분쟁 수역으로 변할 수 있다. 유럽·남중국해(대만)·한반도에서 위기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보내지 않기로 한 우리 정부 정책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전쟁 중인 국가에 중립적이던 독일과 노르웨이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기로 정책을 바꿨다. 그런 차원에서 러시아에 대한 저농축 우라늄과 가스 등 자원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K-방산에 대한 정부의 획기적인 지원책 마련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K-방산이 반짝인기를 끌고 있지만, EU가 방산을 활성화하면 K-방산의 경쟁력은 유럽에 뒤처질 게 불을 보듯 하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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