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노란봉투법, 산업현장 무법지대 된다"…대체 뭐길래
巨野 오늘 환노위서 처리 강행
"노조 불법 쟁의행위까지 면책"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야당이 밀어붙이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이하 노동조합법)'을 놓고 경제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법안은 노동조합이 사업장 점거 등 불법 쟁의행위로 발생시킨 손해에 대해 사측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재계는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불법을 용인하고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노란봉투법 처리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어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야권은 오늘(21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노란봉투법, 추진 경과 보니 = 지난해 산업 현장에서는 여러 건의 불법파업이 발생했다. 3월에는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파업을 벌이며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을 점거했다. 하이트진로가 입은 직접 피해액은 60억원, 간접 피해액은 200억원에 이른다. 하이트진로는 불법파업을 벌인 노조원 12명을 형사고발 했고, 27억7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근로자 노조(민주노총)는 지난해 6월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하청노조는 옥포조선소 내 주요 거점과 제1도크를 점거했다. 제1도크는 동시에 배 4척을 건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배 건조장이다. 제1도크 조업이 중단된 건 1973년 이후 5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하청노조는 51일 동안 불법파업을 했고 대우조선해양에 8000억원이 넘는 손해를 입혔다. 회사는 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노동계는 불법파업에 대해 사측이 제기한 이러한 민형사상 소추가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을 무력화시킨다며 노동조합법 2조와 3조 개정을 촉구했다. 이것이 노란봉투법이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8월 기자회견에서 "사용자들이 손해배상을 무기로 노동자들을 길들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민주당과 정의당이 노란봉투법을 중점 법안으로 정하고 10여건에 이르는 법안을 발의해 입법 추진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현재 국회 의석 분포로 볼 때 노란봉투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노란봉투법의 문제와 반대 입장은? = 우리나라 노동조합법에는 이미 합법적인 노동쟁의에 대한 손해에 대해선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명문화돼있다. 노란봉투법은 이에 더해 불법 노동쟁의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도 사측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한 점이 핵심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대우조선해양 사태처럼 하청 노조의 도크 점거 같은 불법파업이 일어나도 기업(원청)은 손해액에 대해 불법행위자들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노조의 통제를 벗어난 일탈 행위에서 비롯된 손해만 청구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6년간 불법파업으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손실 규모는 생산 차질 및 매출 손실을 포함해 7조1005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란봉투법으로 불법 쟁의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국민노동조합과 함께 개최한 '노동 양극화 해소를 위한 토론회'에서 "사측이 어떠한 피해를 입더라도 무조건 달게 받으라는 뜻"이라며 "기업의 생존 기반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시도"라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안 내용 뜯어보니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된 노란봉투법안은 10여건이다. 파업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근로자에게 불리한 부분을 개정하는 조항이 대다수다. 법안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노동조합법 제2조에서 정하는 근로자·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하청 근로자와 기업(원청)의 직접 교섭이 가능토록 하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강은미 정의당 의원안에는 프리랜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까지 근로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조항이 들어있다. 둘째는 제3조에서 규정한 합법 파업의 범위를 확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하고 손해배상액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에는 공통적으로 '폭력이나 파괴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라면, 노조의 활동으로 손해를 입어도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또 '사용자가 근로자의 폭력·파괴 행위의 원인을 제공한 경우(강민정 민주당 의원안)'와 '노조에 의해 계획된 경우(강병원 민주당 의원안)'에는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황용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사용자라는 이유만으로 손해에 대한 재판을 청구하지 못하게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평등권과 재판청구권 같은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다. 박인환 변호사는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들이 발의한 노란봉투법은 위헌적인 악법"이라며 "정치적 타산에 의한 입법권 남용으로 '입법 포퓰리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
2014년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불법파업으로 법원으로부터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한 시민이 노란색 봉투에 4만7000원을 넣은 지원 성금을 담아 보낸 것을 시작으로, 총 4만7000여명이 시민이 14억7000만원을 모금했다. 즉,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받은 근로자에게 대중들이 보내는 십시일반 도움의 손길'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하지만 사용자 측은 이 명칭에 '불법행위'라는 요소가 빠져있다고 보고 있다. 불법행위라는 본질은 감춘 채 착하고 의로운 법처럼 포장했다는 주장이다. 노란봉투법안은 19,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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