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여행만리]울진대게 살 올랐다

조용준 여행전문 2023. 2. 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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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후포항 공판장은 삶의 현장
23~26일 3년만에 대게축제 열어
해안도로 따라 봄맞이 드라이브

울진 여행의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먹을거리입니다. 바다가 내어놓는 탱글탱글한 해산물이 한창 맛을 내는 때입니다.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 상차림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먼 길을 달린 보람은 차고 넘칩니다. 이맘때 울진의 먹거리는 단연 대게와 붉은대게(홍게)입니다. 3년 만에 대게 축제도 펼쳐진다고 합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해안 드라이브와 110년이 넘은 등대, 스카이레일, 추억의 벽화거리, 울창한 금강송 삼림욕까지 울진의 즐길거리도 무궁무진합니다.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운 울진으로 여정을 떠나봅니다.

후포 공판장에서 경매가 끝나고 대게를 정리하는 상인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대게 하면 영덕 두 글자가 친숙하지만, 대게의 원조마을은 울진이다. 기록에 따르면 그렇다. 16세기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자해(紫蟹)라고 표기된 대게가 평해군과 울진현의 특산품으로 나와 있다.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1539~1609)도 이곳으로 귀양 왔다가 대게가 많다고 해서 해포(蟹浦)라는 이름을 지어줬다고 한다.

대게는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몸통에서 뻗어 나온 8개의 다리 마디가 마른 대나무를 닮아 대게라고 불린다. 울진대게는 통통하게 살이 올라 먹음직스러운 것은 물론,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과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내는게 특징이다.

대게는 이맘때 살이 꽉 차 담백하고 쫄깃하고 맛나다
아침이면 후포 공판장이 시끌시끌하다. 대게 경매풍경은 울진여행에서 한번쯤은 볼만하다.

울진 후포항을 찾는다면 공판장에서 이뤄지는 대게 경매를 구경하는것도 큰 즐거움중 하나다. 공판장은 싱싱한 수산물로 활력이 넘친다. 보통 포구의 위판은 꼭두새벽에 진행돼 가보기가 쉽잖다. 후포항에서는 오전 4시 30분 위판이 시작되지만 대게 경매는 이보다 늦은 오전 8시에 있고, 오전 9시 30분에도 붉은 대게 경매가 있다. 멀리서 게를 사러 오는 상인들을 위한 배려다.

항구로 돌아온 어선들이 대게와 홍게를 쏟아낸다. 긴 장화에 고무장갑으로 무장 한 어부들은 호흡 척척 대게를 어판장 바닥에 깔며 경매를 기다린다. 동해안에서도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대게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이곳 후포항이다. 국내 최대 대게 주산지인 후포는 해마다 2~3월이면 대게를 맛보려는 이들로 부산하다. 매몰찬 추위에 맛과 살을 키우는 대게는 통통하게 살이 올라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경매가 끝나면 후포항은 대게시장으로 변신한다. 싱싱한 대게를 큰 고무통에 풀어놓고 행인의 발길을 붙잡는 상인의 손길에서도 삶의 활력이 느껴진다. 흥정하는 어부와 관광객뒤로 다른 한쪽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아낙의 손놀림도 점점 바빠진다. 이쯤 어판장 인근 식당가도 떠들썩해진다.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대게 찜통이 한껏 눈과 혀를 자극한다.

후포 공판장에서 홍게를 팔고 있는 상인

홍게의 인기도 대게 못지 않다.. 울진에서는 홍게를 붉은 대게라 부른다. 홍게는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겨울에 맛이 좀 더 낫다. 문제는 어떻게 잘 고르냐다. 홍게라면 고개를 내젓는 이들이 있는데, 십중팔구 살이 마르고 물이 많은 물게에 속은 경험 때문이다. 사실 좋은 홍게를 고르는 건 전문가들도 쉽지 않다.

후포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망향정을 지나 죽변항으로 간다. 울진에서 가장 근사한 해안 드라이브 코스다. 푸른 바다를 끼고 달리는 드라이브가 일품이다. 이웃 삼척이나 영덕의 해안도로는 높고 낮은 언덕을 오르내리지만, 이 구간의 해안도로는 길과 해수면의 높이 차이 없이 바다와 딱 붙어서 이어진다. 이 길에는 시선을 가리는 높은 담이나 철제 울타리도 없다.

후포항에서 망향정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
등기산 스카이워크

망향정을 지나 죽변으로 들어가면 울진여행을 대표하는 죽변해안 스카이레일이 있다. 스카이레일이란 공중에다 설치한 레일을 따라 자동으로 운행하는 작은 모노레일 형태의 탈것. 죽변 등대 아래에서 후정해수욕장까지 4.8㎞ 해안에 기둥을 박고 5m 높이에 레일을 설치해 운행하고 있다.

성난 바다와 거친 갯바위 사이를 저렇게 가까이 딱 붙어서 볼 수 있는 자리가 또 있을까. 스카이레일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가 드라마 폭풍 속으로의 세트장인 어부의 집이다. 여기서 바다를 끼고 달리는 스카이레일을 본다면, 도무지 타지 않을 도리가 없겠다.

이용요금은 4인승인 차량을 대당 책정하는데 탑승객 숫자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다. 1, 2인이 탑승하면 대당 2만1000원, 3명이 타면 2만8000원, 4명이 타면 3만5000원을 받는다.

죽변 스카이레일

후정해수욕장 북쪽 해변을 끼고 1045억 원을 들여 지은 국립해양과학관이 있다. 이곳은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놀이와 결합했다. 미지의 바다 도전하는 인류 전시실에서 태블릿으로 공중에 매달린 잠수함 트리에스테호를 비추면 증강현실(AR) 영상이 등장해 색다른 체험을 제공한다. 해양과학 영상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는 3면영상관도 있다.

과학관의 화룡점정은 바다 위를 걷는 듯한 바다마중길393과 바닷속이 생생하게 보이는 해중(海中)전망대다. 육지에서 400m쯤 떨어진 바다 위에 들어선 해중전망대는 8층 높이의 거대한 구조물인데 바다 아래 수심 6m의 바닷속을 볼 수 있다. 수시로 청소를 하고 있다는데도 유리창이 뿌옇게 흐려 시야가 좋지 않지만, 너울거리는 바닷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은 수족관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여행메모

△가는길=울진으로 가는길은 멀다. 보통 4시간 30분이상 걸리는 길이라 여유롭게 가는걸 권한다. 영동고속도로 강릉에서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해 7번 국도를 타면 후포읍까지 갈 수 있다. 또 수도권에서 가면 상주-영덕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방법이 후포항까지 가장 빠르게 가는길이다.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풍기IC를 나와 36번 국도를 타고 영주와 봉화를 거치면 울진 서면이 나온다. 여기서 불영계곡을 지나면 후포항이다.

울진 대게축제가 열리는 왕돌초광장

△축제=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울진 후포항 왕돌초 광장 일원에서는 2023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가 펼쳐진다.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축제는 북적이는 관광객과 다양한 행사가 선보이면서 모처럼 만에 관광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관광객 참여 체험놀이마당 및 선상일출 요트승선체험, 등기산 대게길 걷기, 궁중의상 체험, 게장 비빔밥, 대게원조마을 대게국수 등 다양한 체험이 마련된다. 축제의 또 하나의 주인공인 붉은대게는 가공식품으로도 많이 판매되는데, 후포항 인근에는 붉은대게 가공공장이 많다. 붉은대게를 재료로 만든 다양한 가공식품에 대한 무료시식도 진행된다.

△먹거리=죽변과 후포항 일대에 맛집이 많다. 대게축제장인 후포항에 있는 왕돌회수산은 가마솥에서 쪄내는 대게와 홍게로 유명하다. 특히 주인장의 넉넉한 인심과 정직함이 여행객이 믿고 찾는 비결이다. 이외에도 조개찜, 구이가 인기품목이다. 망양정 아래에 있는 망양정횟집은 해물칼국수, 죽변항에는 곰치국을 맛나게 내는 집들이 여럿있다.

울진=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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