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불투명 시트지 부착 ‘또 도마위’…이번엔 안전에 빨간불

임유정 2023. 2. 14. 16:2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매장 유리 시트지로 가리니 범죄에 취약
지난해 7월 담배광고 외부노출 단속
청소년 흡연율 감소 효과도 의문
편의점주 “근무자 안전 위협, 제도 개선 요구”
편의점 유리창에 반투명시트지가 부착돼 있다.ⓒ임유정 기자

최근 편의점 점주와 아르바이트생을 상대로 한 각종 범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매장 외부에 부착된 불투명 시트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편의점 근무자들은 안전을 호소하고 있지만 긴급 출동 버튼 외에 별다른 예방책이 없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2021년 7월 편의점 카운터 뒤에 설치된 담배 광고 외부 노출을 금지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전국의 6만여개 편의점의 유리창 전체에 불투명 시트지를 부착하게 했다.


무분별한 담배 광고 노출이 청소년의 흡연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따라 담배 광고물이 담배 판매소에서 1~2m 떨어진 바깥에서 육안으로 확인될 경우 법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이를 위반할 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복지부의 담배 광고 규제에도 실제 청소년 흡연율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이 지난달 공개한 ‘제17차 청소년건강행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최근 한 달에 1일 이상 일반 담배를 흡연했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4.5%로, 전년(4.4%)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었다.


청소년이 담배를 얼마나 쉽게 접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지표인 ‘구매 용이성’ 비율은 오히려 대폭 상승했다. 구매 용이성 비율은 담배 광고 규제가 시작된 지난해 74.8%를 기록했는데, 규제 이전인 2020년(67%)보다 오히려 7.8%P가 상승했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편의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담배 광고 규제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오히려 편의점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아 범죄에 더 취약해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편의점 내 사건·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알바생이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청했다가 폭행을 당하는가 하면, ‘촉법소년’이라고 주장하는 중학생이 난동을 부리는 일도 있었다. 물건 구매후 비닐봉투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를 몰고 편의점으로 돌진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편의점을 둘러싼 사건·사고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2018년 1만3548건, 2019년 1만4355건, 2020년 1만4697건, 2021년엔 1만5489건으로 증가 추세다. 2021년 기준으로 가장 많은 범죄 유형은 절도(6143건)였지만, 상해·폭행 등 폭력범죄도 2071건이나 됐다.


하지만 편의점 근무자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매장 내 폐쇄회로TV(CCTV)와 계산기에 있는 긴급 신고 버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편의점 업계 취재결과,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모두 Pos(계산기) 아래 긴급 출동 버튼 외에는 예방책이 전무했다.


점포 근무자의 안전을 위해 방범 시스템에 대해 점포 근무자에게 지속적으로 안내 및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지만 근무자를 교육해서는 범죄를 예방하기 어렵다.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에서는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다.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A씨(30대)는 “편의점은 야간에 알바생 1인이 근무하는데다 누구나 제약 없이 들어올 수 있어 범죄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라며 “CCTV가 설치돼 있고, 파출소 등으로 연결되는 112비상벨도 있지만 범죄 자체를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유리창에 반투명시트지가 부착돼 있다.ⓒ임유정 기자

◇ 편의점업계, 자구책 마련 어려워…“시트지 제거가 합리적”

편의점 본사는 날이면 날마다 생기는 사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사실상 비상벨 외에 다른 자구책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다. 다양한 어려움이 뒤따라서다. 시트지 제거를 통해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게 합리적인 방안이라는게 이들의 논리다.


익명을 요구한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비상벨 만으로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고 다른 자구책을 세우기도 쉽지 않으니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금전피해가 있을 경우 전액 보상할 수 있는 보험을 본부 부담으로 전점포 가입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편의점은 24시간 밝혀있는 곳으로 안팎에서 자유롭게 내외부를 볼 수 있어야 하는데 불투명시트지가 흡연율을 낮춘다는 의도로 전점에 부착돼 있기 때문에 실상 근무자의 안전을 보호하는데 어려움이 생긴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편의점주 단체는 불투명 시트지 부착이 범죄를 유발하고 있다며 시트지 제거를 촉구하고 있다.


홍성길 한국편의점주협의회 정책국장은 “건축물 범죄 예방설계 지침에서 편의점 설계 기준은 건물 정면이 가로막힘이 없어야 하고 시야가 확보되도록 배치해야 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보면 불투명 시트지는 범죄를 유발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편의점 점주들은 불투명 시트지를 부착한 이후 강도 등 강력범죄에 대한 자구책으로 카운터 내부에 목검·3단봉·가스총 등을 비치해두고 있다"며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범죄에 대비할 정도로 심각한 불안감에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편의점 점주 단체는 이전에도 이 같은 위험을 지속 알려왔다.


또 다른 편의점 단체인 한국편의점네트워크는 지난해 9월 ‘시트지 강제 부착 제도를 재고하라’는 취지의 성명서를내기도했다. 또 12월에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과 만나 간담회를 진행한 바 있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향후 편의점의 영업 영역이 계속 확대되는 점을 고려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편의점이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던 옛날과 달리 여성·아동 지킴이집으로 피난처 역할은 물론 최근에는 심장충격기를 비치해 응급 의료 대비처 등 하나의 ‘안전 플랫폼’으로서 이름을 톡톡히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최근 편의점은 단순 소매점으로서의 역할을 떠나 하나의 안전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병행하고 있는데, 현재 매장 내 시트지를 부착해 시야를 막고 의도치 않은 광고까지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향후 근무자 업무 환경을 위해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일 할 수 있도록 하는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