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통한 민생지원?···부채 심각한데 “내년 총선 고려” 비판도
정부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했던 각종 금융지원 제도의 적용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고금리에 따른 상환 부담도 줄여주기로 하면서, 대출 부실화 및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금리·고물가로 고통받는 계층을 위한 지원책은 분명 필요하지만, 민간 부채 수준이 위험 수위인 상황에서 규제를 풀어 사실상 정부가 내년 총선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2023년 업무계획을 보면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는 각종 금융지원책이 담겼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이 70% 이상인 9억원 미만 주택 보유자는 대출 원금을 최대 3년간 유예할 수 있다. 기존에는 실직이나 폐업 등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한 차주만 가능했고 대상 주택도 6억원 미만이었다.
1주택자가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신규 대출을 받을 때 적용되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1년동안은 ‘현재’가 아닌 ‘기존 대출’ 시점을 적용받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사전 브리핑에서 “대출 만기가 되거나 대환 신청을 하는 경우 당초 대출을 받았을 때는 DSR 문제가 없었는데 금리가 올라 대환할 때 DSR 한도를 넘어가는 사례가 있어 원래 대출 시점으로 DSR를 적용한다는 것”이라며 “DSR의 정책 완화 기조로 보는 건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영끌’한 주택 매입자를 구제해주는 셈”이라면서 “대출 규모가 소득 대비 큰 차주는 시장금리가 내려가도 여전히 상환하기 어려울 것이고, 이같은 방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1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의 추가 확대 검토, ‘연봉 1억원 초과 1주택자 및 시가 9억원 초과 1주택자’의 전세대출 보증도 추진된다.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다주택자도 집값의 30%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 조치도 대폭 확대했는데, 특히 자영업자가 받은 일부 가계대출 역시 저금리 대환대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말 현재 1014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이 0.7%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와 경기 둔화를 연달아 겪으면서 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정부 지원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금융지원 조치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자영업 부실 위험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어서 대출 지원 등의 조치는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김 위원장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뿐만 아니라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해 지원 대상을 전체 자영업자로 넓혔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업자 대출이 대상이지만, 자영업자들이 가계대출을 이용해 사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구체적인 기준에 대해서는 중소벤처기업부나 자영업자와 소통하며 구체화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택담보대출 원금상환 유예 대상 확대나 자영업자 지원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민생대책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일부는 선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규제완화가 부채 문제를 자극할 수 있고, 금리 정책을 왜곡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연구조정실장)은 “이자는 금융시장의 핵심적인 가격 변수인데 정부가 이자(율) 변동으로 인한 경제주체의 달라지는 행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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