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 앞둔 ‘뉴홈’, 저소득 청년엔 ‘그림의 떡’
목돈 6000만원 외 40년 대출해도 이자만 1억여원
[주간경향] 2022년은 부동산시장에 변화가 시작된 한 해였다.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잔치’를 벌이던 주식, 코인 등 자산시장이 주저앉으면서 폭등하던 부동산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매매거래량이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고, 주간 가격 하락폭은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부동산 경기 과열 끝에 ‘전세사기’ 피해가 늘었고, 이로 인해 월세 비중이 전세를 추월하는 기현상도 나타나는 등 전환기를 맞은 매매·임대시장의 혼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계묘년(癸卯年) 새해에도 무주택 서민들의 첫 번째 소망은 ‘내 집 마련’이다.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한 공공분양주택이 ‘뉴홈’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본격적인 공급을 시작하는 해이기도 하다. 뉴홈의 첫 번째 사전청약은 설 연휴 이후인 2월 초부터 예정돼 있다.
이번 사전청약에는 만 19~39세 청년층을 위한 ‘청년 특별공급(특공)’이 도입된다. 5억원까지 40년 만기 장기 저리 대출도 지원돼 2030세대의 청약당첨 기회가 넓어질 전망이다.
올해 ‘뉴홈’ 7만6000가구 분양 예정
정부 계획을 보면 2027년까지 뉴홈으로 공급되는 공공분양주택은 총 50만가구 규모다. 이중 약 70%에 해당하는 34만가구를 청년층(미혼·신혼부부 등)에게 주겠다는 게 정부의 뜻이다. 뉴홈 공공분양주택은 분양가 수준이나 청약 자격 등 유형별로 ‘나눔형’(25만가구), ‘선택형’(10만가구), ‘일반형’(15만가구) 등으로 나눠 공급할 예정이다.
올해 분양 물량은 약 7만6000가구 규모다. 2월 6일부터 시작하는 첫 사전청약에서는 1926가구가 입주자를 모집한다. 1926가구 중 고양창릉(877가구), 양정역세권(549가구), 서울 고덕강일 3단지(500가구) 등은 ‘나눔형’ 물량이다. 남양주진접2(372가구)는 ‘일반형’으로 공급한다.
나눔형 물량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두 가지다. ‘청년 특공’이 처음 시행된다는 것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없이 최대 5억원(LTV 80% 한도)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공공분양주택은 신혼부부, 생애최초, 다자녀, 노부모부양 등의 조건으로만 특공이 가능했다. 상대적으로 청년층이 소외된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부터는 나눔형 물량의 15%를 청년 특공으로 공급한다. 이를 적용하면 고양창릉 물량 877가구 중 약 131가구가 청년 특공 몫이다.
고양창릉 42㎡, 대출 시 6000만원에 내집마련
청년 특공을 신청하려면 만 19~39세 미혼으로 과거 주택소유이력이 없어야 하고, 청약저축에 6개월 이상 가입·납부 실적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월소득이 449만원 이하, 총자산이 2억6000만원 이하, 부모 총자산이 9억7500만원 이하이면 특공 신청이 가능하다. 같은 청년 특공이라도 직장인이 더 유리하다. 청년 특공 물량의 30%를 근로기간(소득세 납부)이 5년 이상인 청년에게 우선 공급한다. 상대적으로 소득·자산이 적을수록, 근로기간이 더 길수록 청년 특공 당첨 가능성이 높아진다.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 요건 등은 기존과 유사하다.
나눔형은 전용 장기대출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최대 5억원까지 1.9~3.0%의 이율로 40년간 분할상환하는 조건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최대 80%까지 인정하고, DSR 적용은 아예 면제하는 ‘파격 혜택’도 제공한다. 정부 관계자는 “시세 6억원가량의 주택을 기준으로 하면 나눔형으로 장기 저리 대출을 받아 구매할 경우 시중은행에 비해 이자비용을 최대 3억7000만원가량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전청약의 경우 목돈으로 6000만원을 마련할 수 있다면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 예컨대 고양창릉 46㎡는 분양가를 2억9792만원으로 책정했다. LTV 80%를 적용하면 2억3833만원까지는 대출금이 나온다. 5959만원만 부담하면 집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사전청약 물량 중 분양가가 가장 높은 고양창릉 84㎡(5억5000여만원)의 경우도 대출한도 범위인 4억4000여만원까지는 대출받을 수 있기 때문에 1억1000만원가량의 목돈이 있다면 집 장만을 고려해봄 직하다.
국토교통부가 신년 업무보고를 통해 부동산 규제를 대거 해제하면서 공공분양주택의 전매제한기간(의무거주기간)은 6개월~3년으로 줄었다. 다만 나눔형 주택의 경우 다시 ‘이익공유형’과 ‘토지임대부형’으로 나뉜다. 이익공유형은 5년간의 전매제한 조건이 붙는다. 사전청약 물량 중 고양창릉·양정역세권이 이익공유형 주택이다. 이익공유형은 5년 거주 후 매매할 때 반드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매각해야 한다. 이때 매각가에서 분양가 대비 수익의 70%(혹은 손실의 70%)가 매도인 몫이다.
고덕강일3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분양하는 토지임대부형 주택이라 건물만 분양받게 된다. 이 때문에 매월 토지임대료를 SH에 내야 한다. SH가 예상하는 월 토지임대료는 40만원이다. 남양주진접2는 ‘일반형’ 주택이라 이익공유 등의 조건이 없다. 소득 등 자격이 된다면 기존 ‘디딤돌’이나 ‘보금자리론’ 등과 같은 대출 상품 이용이 가능하다. 보금자리론을 보강해 4%대 고정금리로 최장 50년까지 대출이 가능한 ‘특례 보금자리론’이 오는 1월 30일부터 도입된다. 따라서 이를 이용해 대출받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부동산 업계는 사전청약의 전반적인 ‘흥행 성적’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고덕강일3의 경우 유일한 서울 물량이다. 향후 9호선 개통 등 호재가 있어 타 지역과 비교해 청약이 대거 몰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서울 지역 신혼희망타운의 경쟁률은 ‘50~60 대 1’를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내리막길이라 정부가 계획한 50만가구의 제때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며 “이번 청약에 호응이 높아야 향후 뉴홈 정책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약 ‘쏠림’ 우려, 저소득층에겐 큰 부담
저소득층은 사전청약 기회가 제한된다는 건 뉴홈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앞서 사례로 든 고양창릉 46㎡를 청약하려고 해도 일단 6000만원이라는 큰돈이 있어야 한다. 이른바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에 사는 가난한 청년들에게 뉴홈은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설사 6000만원을 마련해 2억3833만원을 가장 낮은 1.9% 이율로 40년 장기대출한다 해도 감당해야 할 이자비용만 총 1억여원에 이른다. 원리금까지 더하면 매월 70만원가량을 40년간 내야 하므로 저소득층에겐 적잖은 부담이다. 도중에 집을 LH에 매각할 수 있지만, 해당 시점에 오히려 집값이 떨어질 경우 팔아봐야 손해만 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임대보단 분양”을 외치며 공공임대 예산은 대폭 줄이고, 공공분양 확대를 위한 대출 예산은 크게 늘린 윤석열 정부의 공공주택 정책기조와도 맞물려 있어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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