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르 익스클루시브! 파리에서 만난 인간샤넬 박서준

정윤지 2023. 1. 2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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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그랑 누메로 드 샤넬> 의 화려한 막이 오르기 전! 샤넬 향수라는 거대한 유니버스 안에서 배우 박서준과 샤넬 하우스의 조향사 올리비에 뽈쥬를 만났다.
화려하게 빛나는 에펠탑을 배경으로 펼쳐진 칵테일파티 현장.

샤넬 향수의 모든 걸 오감으로 체험하며 럭셔리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는 대규모 전시 〈르 그랑 누메로 드 샤넬〉이 파리 그랑 팔레 에페메르에서 개최됐다. 가브리엘 샤넬이 행운의 별을 따라 전설의 아이콘이 됐듯, 전시는 각종 상징적 기호들이 은하수처럼 떠 있는 거대한 중앙 광장에서 시작된다.

No5의 역대 캠페인 필름을 감상하는 박서준.

이를 중심으로 다섯 개의 공간이 방사형으로 뻗어 있었는데, 그 경계에는 높이 약 4m에 달하는 거대한 보틀 모형이 서 있어 전시 관람자로 하여금 향수 보틀 너머의 또 다른 차원으로 빨려 들어가는 환상적인 느낌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No5 오 드 빠르펭과 No5 오 드 뚜왈렛, No5 오 프르미에르, No5 로(L’Eau) 등 No5 컬렉션의 미묘하게 다른 향과 각각의 향조를 표현한 음악이 잔잔하게 울려 퍼지던 No5 부스에서 만난 박서준.

각각의 섹션을 둘러보며 샤넬 향수가 지닌 탄탄한 아카이브와 이를 토대로 펼쳐지는 압도적인 서사, 시대정신을 발견하게 되는 여정. 마리옹 꼬띠아르와 키이라 나이틀리 등 샤넬 글로벌 앰배서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배우 박서준, 샤넬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리소스 디렉터 토마 뒤 프레 생 모르와 전 세계 인플루언서들이 자리를 빛낸 전시 오프닝 현장에 〈엘르〉 코리아가 익스클루시브로 함께했다.

전시의 시작이자 거부할 수 없는 중력처럼 구심점 역할을 한 〈르 그랑 누메로 드 샤넬〉 중앙 광장의 전경.
배우 박서준과 샤넬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리소스 디렉터 토마 뒤 프레 생 모르의 만남.
샤넬이 미국 댈러스에서 니먼 마커스 패션 어워드를 수상한 1957년을 기념하는 향. 샤넬만의 시그너처 화이트 머스크 향을 느낄 수 있는 1957 레 젝스클루시프 드 샤넬 오 드 빠르펭, 75ml 32만원, Chanel.
풍부한 아로마틱 우디 계열의 블루 드 샤넬 빠르펭, 100ml 22만원, Chanel.
장-폴 구드 감독이 디렉팅한 전설적인 캠페인 영상의 백스테이지를 모티프로 꾸민 샹스 향수 공간.
마드모아젤 샤넬의 역사적 순간을 향으로 담고 있는 레 젝스클루시프 드 샤넬 컬렉션.
No5 공간에 들어서면 처음 마주하게 되는 풍경. 화려한 영상이 펼쳐진 LED 돔 천장과 아치형 문들이 성스럽게 느껴질 정도.
한국을 대표하는 인간 샤넬, 박서준.
샤넬 글로벌 앰배서더 마리옹 꼬띠아르와 키이라 나이틀리도 자리를 빛냈다.
샤넬 글로벌 앰배서더 마리옹 꼬띠아르와 키이라 나이틀리도 자리를 빛냈다.
샤넬 향수 연구소에서 만난 샤넬 하우스의 조향사 올리비에 뽈쥬와 배우 박서준.

Q : 가브리엘 샤넬 향수가 출시된 2017년에 만나고 무려 5년 만입니다. 조향사에게 팬데믹이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큰 변곡점이었을 것 같은데, 안부부터 묻고 싶어요

A : 참으로 낯선 시간이었습니다. 두 달 가까이 샤넬 부티크는 물론, 사무실까지 문을 닫았으니 정말 이례적인 상황이었죠. 조향사이기 때문에 후각을 잃게 될까 무척 걱정하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극소수의 프랑스인 중 한 명이 됐네요.

블루 드 샤넬 오 드 빠르펭, 50ml 13만5천원.

Q : 저도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무사하답니다

A : 그럼 우리 악수나 비주(Bisou)를 해도 될까요(웃음)?

Q : 이번 전시는 당신의 아버지인 쟈끄 뽈쥬 시대의 향수부터 당신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마치 ‘뽈쥬’ 가문의 연대기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감회가 궁금합니다

A :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샤넬의 역사는 아버지나 저를 능가하는 것이니까요. 이번 전시는 샤넬과 제가 오랜 기간 기획하고 준비한 ‘서프라이즈’입니다. 제가 샤넬 하우스에서 높이 사는 부분은 향수 속에 샤넬 하우스의 전문성을 집약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No5가 대표적이죠. 그야말로 샤넬 향수의 출발점이자 기조가 된 향, 모든 샤넬 향수의 기본 스타일을 정립한 향의 원류니까요.

샤넬 향수의 전문성이 집약되고 있는 연구소 현장.

Q : No5 못지않게 레 젝스클루시프 드 샤넬 역시 샤넬 하우스의 아카이브를 하나하나 섬세하고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향사로서 어떻게 해석하는지요

A : 가브리엘 샤넬의 세계를 형성하는 모든 요소가 아이디어가 되어 저에게, 이전에는 제 아버지에게 특별한 후각적 정서를 불러일으킨 결과물이 바로 레 젝스클루시프 드 샤넬입니다. 가장 최근에 선보인 ‘르 리옹 드 샤넬’을 예로 들어볼까요? 리옹, 즉 사자는 그녀의 별자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주변에서 발견되던 요소 중 하나입니다. 샤넬 아파트 실내장식으로 사자가 중요한 모티프였던 것처럼요. 그뿐 아니라 샤넬은 미시아라는 친구와 함께 베니스에 갔는데, 베니스의 상징 또한 사자이지요. 이런 일련의 스토리를 통해 야생동물인 사자가 샤넬 하우스에서 하나의 문화적 요소로 간주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강렬하면서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동물적이지 않은 경계선적 향을 만들기 위해 랍다넘과 파촐리, 앰버와 레더, 바닐라, 베르가못, 레몬 등을 정교하게 재구성했습니다.

No5 로(L’Eau), 50ml 17만9천원.

Q : 5년 전 당신을 만났을 때 플로럴 노트를 자주 강조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플로럴 노트 외에 샤넬 향수를 가장 ‘샤넬답게’ 만들어주는 노트는

A : 오래전 아버지께서는 ‘샤넬에 두 가지 계열의 향이 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No5처럼 플로럴 노트가 대두되는 향수가 있는가 하면, 아버지의 표현을 빌려 ‘바로크풍 노트’가 대두되는 향수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앰버 향이 강한 제품을 일컫습니다. 앞서 언급한 ‘르 리옹 드 샤넬’은 후자에 속하겠군요. 하지만 샤넬 향수 컬렉션의 아름다움은 ‘원료에 갇히지 않는 데’ 있다고 믿습니다. 나아가 단일 원료의 미학을 변환시키려는 의지까지 갖고 있죠. No5의 주류를 이루는 알데하이드라는 합성 포뮬러처럼 말입니다. 단일 원료를 재구성하는 작업을 통해 더욱 복합적이고도 한층 더 추상적인 샤넬 향수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냅니다. 자연에서 얻은 원료를 복제하는 것이 아닌, 일종의 창작이자 스타일의 창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샤넬 향수의 전문성이 집약되고 있는 연구소 현장.

Q : 현재 한국 향수 시장은 엄청나게 성장 중입니다. 많은 K향수 브랜드가 론칭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샤넬 향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A : 오히려 제가 당신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웃음)?

르 리옹 드 샤넬 레 젝스클루시프 드 샤넬 오 드 빠르펭, 200ml 58만원.

Q : 향수 한 방울만 있으면 컴퓨터가 향을 이루는 모든 노트와 구성 비율을 분석해서 알려주는 시대잖아요. 우스갯소리로 향수 만들기가 쉽다고까지 얘기해요

A : 그런 말을 믿어서는 안 돼요. 향수를 만드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아무리 컴퓨터 프로그램이 원료를 분석해 준다지만, 막대한 투자와 노력을 통해 탄생하는 샤넬 원료는 쉽사리 알아내기 힘들 겁니다. 재스민도 다 같은 재스민이 아니고, 로즈도 다 같은 로즈가 아닙니다. 어떻게 배합하는지도 중요하죠. 매우 비밀스러운 포뮬러, 복제나 모방이 불가능한 포뮬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또한 샤넬은 향수 시장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향수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때 예외 없이 떠올리게 되는 대표 제품이 No5 아닌가요? 샤넬 향수가 갖는 저력은 최초의 패션 하우스 향수라는 데 있습니다. 매일 옷을 입는 것 같은 일상 속 제스처에서 샤넬 향수는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일부가 되고 있어요. 단순히 뿌리면 발향하는 제품이 아니라 문화적 담론의 주제가 될 만큼 큰 역할을 하고 있고, 또 해야 하는 것이 향수라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샤넬 향수 연구소에서 만난 샤넬 하우스의 조향사 올리비에 뽈쥬와 배우 박서준.

Q : No5 탄생 101주년이 되는 해에 이렇게 대대적 전시를 하게 됐습니다. 새로운 100년을 앞두고 엄청난 선포나 선언을 하는 것 같은데요, 샤넬의 ‘코’로서 이번 전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 새로운 1세기의 시작이라니 너무 부담스럽군요(웃음)! 먼 미래를 내다보는 대신 현재에 집중한다면 ‘낙관주의’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우리 모두 팬데믹으로 엄청난 경험을 내면 깊숙한 곳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팬데믹 종식을 내다보는 현시점에서 이번 〈르 그랑 누메로 드 샤넬〉 전시를 통해 삶에 대한, 또 삶을 위한 낙관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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