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어린이와 놀이공간] 귀해진 아이들…‘놀이터’에 공들이는 지자체

문정임 2023. 1. 19. 17: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아동 놀 권리 보장 나선 도시들
전주시 덕진공원 내 맘껏숲놀이터에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가득하다. 전주시는 2017년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 후 시내 곳곳의 기존 놀이 공간을 새롭게 정비하고 있다. 문정임 기자


2013년 서울 성북구는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로 국내 첫 인증을 받았다. 이후 2022년 말까지 83개 지자체가 아동친화도시 현판을 내걸었다. 이중 25개 지역은 상위단계의 아동친화도시로 인증됐다. 상위단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지방 행정체계의 변화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개선 성과를 내야 한다.

지난해 상위단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은 전주시는 2017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은 뒤 시 기획조정국에 아이놀이과를 개설하고, 시내 곳곳의 놀이공간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기존 놀이터나 공원에 대해 만족도 조사를 실시해 공간에 대한 의견을 듣고, 위치와 주변 여건에 따라 숲·물·책·예술 등 4가지 주제에 맞춰 특색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단장한 놀이터의 정보는 한 곳에 모았다. 놀이터 지도를 만들었다. 지도에는 ‘아이들이 맘껏 떠들고 놀 수 있는 놀이터 도시 전주’라는 부제를 달았다. 지도 뒷면에는 바닥분수를 즐길 수 있는 곳, 장난감을 빌려주는 곳, 인라인을 탈 수 있는 곳, 잔디가 있는 곳 등 공간을 특징별로 구분해 부모들이 그날 그날 활동 목적에 따라 놀이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전주시는 시청 앞 노송광장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 시설을 설치했다. 문정임 기자


시는 전주시청 앞 노송광장을 거대한 놀이공간으로 만들었다. 엄숙한 관공서 부지에 집라인과 통나무 터널, 그네, 흔들다리를 설치해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곳으로 내어주었다.

전주시의 대표적인 휴식공간 덕진공원에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커졌다. 시는 오래전 야외 수영장이 있던 공간에 2층 높이의 나무집과 안방처럼 넓은 그물네트, 벽체만 한 칠판을 설치했다. 곳곳에 평상과 벤치를 두어 함께 간 가족이 아이들을 재촉하지 않고 공원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실내에는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생태·놀이 특화 도서를 집중 비치했다. 이곳 실내외 놀이공간에선 지난해에만 60개가 넘는 놀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제 덕진공원 맘껏숲놀이터는 즐거운 놀이공간을 넘어 아이들의 놀 권리를 지역 사회에 전파하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주시는 상위단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계기로 2026년까지 아동이 체감할 수 있는 아동친화도시의 면모를 계속 갖춰나가고 있다.

2016년 순천시 제1호 기적의 놀이터가 개장했다. 사진은 같은 해 여름 놀이터에서 즐겁게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 국민일보 DB.


전남 순천시도 놀이터 확충을 연속사업으로 심도 있게 추진하는 대표적인 지자체다. 2016년 연향동 고층 아파트 단지에 제1호 기적의 놀이터를 개장한 이후 현재까지 7곳을 준공했다. 8호 놀이터가 오는 4월쯤 국가정원에 문을 연다.

순천시는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한 과정으로도 주목을 끌었다. 1호 놀이터 추진 과정에선 공무원이 아닌 민간 놀이 전문가를 팀장으로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1000명이 넘는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사용자인 어린이들로 감리단을 구성해 공간 설계는 물론 완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을 듣고 반영했다.

이 과정에서 시는 종전의 틀에 박힌 놀이터를 어떤 방향으로 바꿀 지 고심했다. 1호 기적의 놀이터 TF는 몇 가지 기준을 세웠다. ‘놀이기구를 최소화할 것’ ‘대신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놀이요소를 곳곳에 디자인으로서 숨겨놓을 것’ ‘위험요인은 제거하되 아이들이 위험을 극복할 수 있는 건강한 리스크는 남겨둘 것’. 7개의 놀이터는 모두 각각의 여건에 따라 특색있게 지어졌다. 순천시가 조성하는 놀이터들은 조합놀이대와 고무매트로 구성된 기존 놀이터에 대한 관념을 바꾸는 데에도 영향을 끼쳤다.

서울시는 민간과 손을 잡고 노후된 놀이터 환경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생활권 주변에 조성된 서울시내 어린이공원은 모두 1147곳. 이 중 50곳에 대해 개선사업을 추진 중이다. 권역별 거점공원에는 5000㎡ 이상의 넓은 부지를 확보해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이와 장애아가 함께 놀 수 있는 대규모 놀이공간을 조성한다. 지난해 4월 강동구 광나루한강공원에 6000㎡ 규모의 제1호 거점형 어린이놀이터를 개장했다. 올해는 서남권 보라매공원에 1만5000㎡ 크기의 거점형 놀이터가 문을 연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유니버설디자인과 베리어프리 개념을 도입하고, 특색있는 놀이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시는 이 같은 거점형 놀이터를 2025년까지 모두 5곳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시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놀 수 있는 실내놀이터를 서울시내 공원에 총 55곳 마련한다. 자연환경 보존, 도심 내 오픈스페이스 확보 등 공원 본연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공공성과 이용성이 높은 실내놀이터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공원형 실내놀이터 가이드라인 기본안을 수립했다.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은 계속 확산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는 아동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아동보호행동강령을 제정했다. 경기 성남시는 아동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나이에 맞는 놀이와 여가 활동을 지원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하고, 이를 근거로 공동주택 단지 내 정형화된 놀이터를 리모델링하고 있다. 부산과 세종, 군산, 수원, 영주, 제천, 오산, 천안, 완주 등 크고 작은 지자체들도 아이들을 위한 도시 만들기에 분주한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서울시 성북구가 전국 최초 아동친화도시 상위단계 인증을 기념하는 현판식을 열고 있다. 성북구 제공


이처럼 국내 여러 도시들이 놀이공간에 공을 들이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아이들의 바깥 놀이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진 현실에 대한 자각이자 시민의 행복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시정의 일환이다.

수명 연장과 기후 위기, 코로나19 사태 속에 개인의 휴식과 여가, 건강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도시에 살지만 자연을 느끼고 싶어한다. 더불어 내 아이가 층간소음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놀기를 희망한다.

놀이터 주변에 어른들이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을 충분히 배치하거나, 산책길이나 연못 등 소소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함께 설치하는 최근의 놀이공간 조성 경향은 이러한 시민들의 욕구를 반영한다.

여기에 저출산이란 국가적 소멸 위기감이 더해지면서 지자체들은 귀해진 아이들의 놀 권리에 더 적극적인 행보를 취하게 된 것이다.

앞서 조충훈 순천시장은 제1호 기적의놀이터 개장을 기념해 개최한 놀이터국제심포지엄 환영사에서 순천시의 기적의 놀이터 사업 추진 이유가 주민 행복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예전에는 공장을 많이 유치하는 사람이 유능한 시장이었지만, 이제는 ‘주민 행복’이 행정의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면서 “아이들이 없는 놀이터에 아이들의 웃음을 만들어내는 일이 시장의 중요한 임무”라고 말했다.

지자체 중 가장 먼저 아동친화도시를 추진한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도 2018년 성북구가 공동 주최한 놀이정책 국제포럼에서 “도시 전체가 놀이터라는 비전 아래 놀이공간 확대, 놀이 활동가 육성, 놀이 예산 확충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아이들의 놀 권리를 지역 최고 의제로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서울시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유영봉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장은 최근 어린이놀이터 개선사업의 추진 일정을 설명하면서 “놀이, 휴식, 여가 프로그램 등 다양한 시민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해 어린이는 물론 엄마 아빠 모두가 행복한 공원 환경을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