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성격은 장점, 경조증은 병… 경계는 어디?

신은진 기자 2023. 1. 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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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진단 쉽지 않아… 전문의 도움 받아야 조증 악화 막아
경조증은 시간이 지나며 우울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성격·행동 변화로 스스로 또는 주변이 힘들다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박상철 화백
밝고 명랑한, 의욕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은 어디에서나 인기가 좋다. 주변까지 행복하게 만든다고 해서 '해피 바이러스'라고까지 한다. '조금 과하지 않나' 싶어도 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분이 들떠 있고, 활기가 넘치는데다 활동성도 높은 경조증(증세가 약한 조증)은 질병으로 분류된다. 들떠 있는 기분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경조증과 긍정적인 성격은 매우 비슷해 보이지만, 경조증만 병으로 취급된다. 심지어 경조증은 치료가 적극적으로 권장된다. 매우 비슷해 보이는 긍정적인 성격과 경조증의 차이는 무엇일까?

◇변하지 않는 '성격'-변화 폭 큰 '경조증'
'경조증 성격(Hypomania personality)'이라 불리는 긍정적이고 의욕적인 성격과 질병으로 분류하는 '경조증(Hypomania)'의 가장 큰 차이는 변화의 유무이다. 성격은 상황에 따라 감정의 진폭이 생길 수는 있어도 기본적으로 변하지도 않고 마음대로 변화시킬 수도 없다. 반면, 경조증은 언제든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어 변화무쌍하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수준이라 할 수 있는 정도로 큰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가 경조증 성격에서 나타나는 감정 진폭인지, 경조증인지는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이는 일반인이 할 수 없는 일이다. 전문가에게도 경조증 성격인지 경조증인지를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다. 경조증 진단은 몇 개의 질문에 예 또는 아니오로 대답하는 것만 보고 판단할 수 없다. 온라인에 경조증의 특징으로 ▲실제상황과 맞지 않게 활기가 넘치고 ▲자기 존중감이 고양되며 ▲활동성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자신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못 하고 ▲새로운 자극과 경험을 추구한다 등이 나와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성격인지 병인지 구분하는 게 불가능하다.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원명 교수는 "어떠한 특징이 나타났다고 해서 이것은 경조증, 저것은 경조증 성격이라고 명료하게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경조증의 특징 때문이다. 경조증은 가벼운 조증 상태가 몇 년간 지속하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다. 계속 우울하다가 갑자기 경조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언제 우울증 또는 경조증이 나타날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때로는 우울증 없이 경조증만 있는 경우도 있다. 경조증 성격도 개인차가 있어 항상 가볍게 들떠 있는 사람이 있고, 감정의 진폭이 큰 편인 사람도 있다.

박 교수는 "기침, 가래, 발열 증상이 똑같이 나타나도 어떤 이는 감기, 또다른 이는 폐렴으로 최종 진단된다"라며, "경조증 성격과 경조증은 전문가의 진료와 추가 검사를 통해서만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도 주변도 힘들다면 '병'… 의심될 땐 병원으로
경조증 성격과 경조증을 정확하게 구분하긴 어렵지만, 진료가 필요한 상태를 알기는 쉽다. 감정이나 행동의 변화가 심해 자신과 주변 사람이 어떤 형태로든 어려움을 겪는다면, 병원에 가서 전문의와 상담하고 치료해야 한다.

박원명 교수는 "혼자만 살아가는 세상이라면 경조증이든 양극성 장애(조울병)가 있든 상관없지만,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선 상대방 또는 자신이 힘들 때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경조증은 나중에 우울증이 나타났을 때 일반적인 우울증(단극성 우울증) 환자보다 더욱 심한 우울을 느껴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라며, "어떤 형태로든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면 병원에 가서 성격문제인지 경조증인지 정확한 진단을 받고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울증상은 없지만 잠이 약간 줄어들고, 기분이 조금 들뜬 상태가 1주일 이상 지속한다거나 짜증이 많아지는 경우, 아무 이유 없이 2~3일 이상 들뜬 기분이 계속될 때, 지나칠 정도로 과대한 생각을 한다면 경조증을 의심하고 잘 살펴야 한다. 이 상태를 유지하며, 큰 문제를 일으키지만 않는다면 평소보다 조금 기분이 좋고 활발한 정도로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경조증인 경우,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며 우울증이 나타나며 조울병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기에 기분과 행동 변화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 박원명 교수는 "경조증은 치료하지 않으면 추후 우울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라며, "경조증과 우울증이 모두 발생하지 않도록 치료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조증과 우울증이 모두 나타나면 양극성 장애로 진단하게 되는데, 양극성 장애는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다. 양극성 장애의 치료 목표는 우울증도 조증도 아닌 중간인 정상을 유지하는 일로, 기분조절제와 비전형 항정신약물, 항우울제를 사용해 치료하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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