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소풍 날이 동네 축제였는데…” 활력 사라진 섬마을

김용현 2023. 1. 11.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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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소멸 위험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전남 신안군을 비롯한 5곳을 꼽았다.

이들 지역은 새로 태어나는 사람도 적을뿐더러, 그마저도 허약한 경제적 기반 탓에 타지로의 인구 유출도 계속된다는 것이다.

1997년 문을 연 이곳은 2019년까지 뱃길로만 연결돼 있던 암태도와 자은도 두 지역에서 아이들을 받아온 유일한 어린이집이다.

아이들 목소리가 사라지고 있는 건 이들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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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미래다!]
전남 암태도 유일 어린이집도 위기
개원 당시 101명 정원, 현재 29명뿐
급식 식재료 배송 받기도 쉽지 않아
경남 합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합천=이한형 기자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소멸 위험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전남 신안군을 비롯한 5곳을 꼽았다. 이들 지역은 새로 태어나는 사람도 적을뿐더러, 그마저도 허약한 경제적 기반 탓에 타지로의 인구 유출도 계속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안 지역 섬인 암태도의 은암어린이집도 곧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해 있다.

1997년 문을 연 이곳은 2019년까지 뱃길로만 연결돼 있던 암태도와 자은도 두 지역에서 아이들을 받아온 유일한 어린이집이다. 은암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전형배(55) 원장은 10일 “처음 개원할 때만 해도 101명이 정원이었고 사람이 가득했는데, 지난해에는 등록한 원생이 34명뿐이었고 올해는 여기서 5명 줄어든 29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집을 더 이상 운영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 어린이집은 지역에서 단순 보육 시설 이상의 의미가 있는 곳이다. 섬마을 주민들을 한데 어울리도록 하는 창구기도 했다. 100여명의 아이들이 나란히 소풍을 가는 날이면, 마을 잔치가 벌어졌다고 한다. 전 원장은 “아이들도 많았지만, 가정마다 2~3명씩 가족이 함께 오니까 인근 해수욕장으로 소풍을 가면 300명 이상이 모였다”며 “학부모들은 십시일반으로 음식을 장만해 오고 주민들도 함께 축제처럼 즐겼다”고 회상했다. 이제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 가득한 마을 잔치는 없어졌다.

아이들이 줄자 당장 급식에 쓰일 식자재를 납품받는 것도 쉽지 않아졌다. 과거에는 대량 주문이 가능해 인근 농협을 통해 공급받았다. 섬이어서 배송이 쉽지 않았지만, 대량 주문이라 배달이 가능했다. 하지만 10년 전쯤부터는 목포의 민간업체가 이를 도맡고 있다. 납품 물량이 해마다 줄어들면서 배송 횟수도 줄어들었고, 지금은 1주일에 두 번만 배송이 된다. 유통기한 문제로 냉동식품 사용도 늘어난 상황이다. 어린이집뿐 아니라 학교도 마찬가지다. 신안의 학교와 어린이집에 급식재료를 납품하는 이윤창(50) 대표는 “팔금도에 있는 한 초등학교는 사람이 줄어 개별 배송을 하지 못하고, 인근 초등학교에 배송하면 학교끼리 식자재를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 목소리가 사라지고 있는 건 이들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2021년 특별시와 광역시를 제외한 지역의 출생아 수는 6만5750명으로, 2015년(12만9691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그해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출생아 수도 2015년(22만1991명)보다 38.5% 감소한 13만6500명을 기록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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