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풀릴 것" 매물 거두는 강남 집주인들…거래 반토막까지

곽재민 2023. 1. 1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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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일부 집주인들이 내놨던 매물을 거두고 있어요.”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 A씨의 얘기다. 그는 “이번 1·3부동산대책에서 강남3구는 제외됐지만 우리도 곧 풀릴 것이란 심리적 기대감이 반영된 것 같다”며 “강남권 일대도 올해 상반기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같은 추가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매물 회수 움직임이 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의 공인중개사 B씨는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거둬들이거나 매도호가를 높이면서 매매가 하락 폭이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견본주택을 구경하는 시민들. 뉴스1


"다음은 우리 차례"…매물 줄어드는 강남3구와 용산


정부가 1·3 대책을 통해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한 규제지역을 모두 해제하기로 한 이후 해당 지역은 물론 대상에서 제외된 지역 집주인들도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다음은 우리 차례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 25개 구의 아파트 매물은 한 달 전(지난해 12월 6일)보다 감소했다. 이 기간 강남에선 디에이치아너힐스의 매물이 50건에서 28건으로 44% 줄었으며, 아크로리버뷰는 35건에서 20건(42.9%), 래미안강남포레스트는 137건에서 79건(42.4%)으로 각각 감소했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여전히 금리가 높지만 규제 완화에 따른 변화를 적극적으로 지켜보는 수요자가 많아지면서 집을 보고 싶다는 문의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 단지로 꼽히는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 주공) 인근 중개업소엔 계약을 앞둔 당첨자의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둔촌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 발표 이후 분양권 매도가 가능한지, 12억원 초과도 대출이 가능한지와 같은 문의가 이어진다”며 “이 아파트 견본주택 인근엔 분양권 전매를 중개하려는 떴다방도 등장했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 효과는 지표로도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1월 첫째 주(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4.1로 전주(63.1) 대비 1.0p 반등했다. 지난해 5월 첫 주(91.1) 이후 35주 만에 처음이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 하락률은 0.67%로 9개월 만에 낙폭이 둔화했다.

지난달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외벽에 주택담보대출 금리 안내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뉴스1


부동산 시장 훈풍?…금리 등 불확실성 커 "시기상조"

이런 상황을 놓고 일각에선 전방위적 규제 완화로 서울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 것이란 해석도 조심스럽게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시기상조란 반응이 대세다. 높은 수준의 금리와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아직 매수자들이 쉽게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행이 오는 13일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은 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풀리지 않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지난해 기준금리가 두 배 이상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 이자가 크게 올라 매매나 전세 수요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규제 완화로 사정이 급하지 않은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고 있지만, 매수자는 추가 금리 인상과 같은 불안정한 요소가 있어 요지부동”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부동산 시장은 대외적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면서 “고금리와 글로벌 경제 위기란 대외 변수가 해결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일부 매수세가 있다 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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