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그토록 기다렸던 손맛…'화천 산천어 축제'
개막 첫날 약 12만 9000명 방문‥차량 정체·주차 불편
폭 100여m 거대한 얼음 낚시터‥화천군, 안전 총력
눈썰매장·얼음 조각·선등 거리·체험장 관광객 행렬
[아시아경제 라영철 기자] 계묘년 새해 첫 주말 동장군의 기세가 누그러지고 다소 포근한 날씨가 찾아왔다.
강원도 화천 산천어 축제 현장은 오후로 접어들면서 흐리던 하늘도 조금씩 맑아졌다.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수준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중단됐다가 3년 만에 다시 열린 축제 현장 분위기는 오래 기다렸던 만큼 한층 달아올랐다.
거대한 얼음 낚시터에 앉거나 엎드려 얼음 구멍에 얼굴을 들이밀고 산천어 낚는 사람들이 꽁꽁 언 화천천을 가득 메웠다.
저마다의 자세로 낚싯대를 드리우고 연신 팔을 움직여가며 산천어 낚시에 푹 빠졌다.
경기 남양주에서 온 정채은 씨는 "너무 재밌고 겨울이 재밌는 계절인 것 같다. 남편과 갑자기 오게 됐다"고 했다.
음악에 맞춰 낚싯대를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는 게 산천어 잡는 것보다 더 흥겨운 이도 있다.
아이 앞에서 아빠는 갈고 닦은 낚시 실력을 한껏 뽐내려 했지만, 산천어가 좀처럼 잡히지 않아 체면을 구긴다.
잠시 후 다른 쪽에서 산천어를 낚아 올리며 환호성을 지른다. 그 광경을 보고 질세라 미끼를 갈아 끼워 다시 낚싯대를 드리운다.
여러 마리를 낚은 베테랑 강태공은 산천어를 낚지 못한 관광객에게 산천어를 나눠준다. 3마리 이상은 가져갈 수 없다.
춘천에서 온 전진우 씨는 "화천이 고향이어서 1회 때부터 매년 온다. 오늘 잡은 산천어는 지인들에게 일부 나눠주고, 나머지는 구이와 회로 먹을 생각"이라고 했다.
부산에서 온 남궁현경 씨는 "축제에는 두 번째 왔다. 3년 만이다. 예전에는 직접 얼음 구멍을 뚫었는데 지금은 뚫어줘서 더 좋다. 이번 축제는 편의시설과 구이터가 더 잘 갖춰 보인다"고 전했다.
산천어 낚시 외에 가족과 함께 얼음판 위에서 썰매타고, 아이스 봅슬레이, 하늘 가르기, 눈썰매로 스피드도 즐길 수 있다.
축제장 빙벽 조각과 선등 거리에서는 기념 촬영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곳곳에 여전히 빙판 위험이 높아 미끄럼 사고도 주의해야 한다.
화천읍 내 재난 대피 시설에 마련한 실내 얼음조각 광장에도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형형색색의 빛을 품은 얼음 조각들이 살아 숨 쉰다. 중국 하얼빈 빙등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세계 최대의 실내빙등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예술 공간이다.
인천에서 온 서광원 씨는 "이 정도 클 줄은 몰랐다. 얼음 조각상이 많고 다양하다. 아기랑 보는 것도 좋고, 아기가 많이 좋아하니까 오길 잘했다"며 만족했다.
경기 고양에서 온 김보영 씨는 "7년 전에 산천어 축제에 와서 즐겁게 즐긴 기억이 있다. 코로나 때문에 못 오다가 올해 다시 연다고 해서 아이 셋, 남편과 함께 왔다. 주차공간이 부족해서 불편했다"고 했다.
얼음조각 광장 바로 옆에는 산천어 커피 박물관이 있다. 전 세계 커피 역사와 문화가 담긴 곳이다.
커피 한 잔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커피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다.
커피 유물 수집가인 제임스 리 관장이 30여년간 세계 곳곳을 다니며 정성스레 모은 커피 유물들을 볼 수 있다.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호사도 누렸다.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평소 마시던 커피 맛과는 분명히 달랐다.
축제장 음식점과 인근 상가들은 관광객들로 북적여 특수를 누리는 모습이다.
상인들은 "기다리던 축제가 3년 만에 열려 걱정도 많이 했는데, 막상 이렇게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니 놀랐다"며 반겼다.
주문코너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이 점차 길어졌다. 구이터에서 3000원을 지불하고 산천어구이 한 마리를 주문했다.
5분도 지나지 않아 노릇노릇하게 익힌 산천어구이가 나왔다. 숯불 위에 올려놓고 먹는 산천어 맛은 고소하며 담백했다.
얼음낚시 체험료를 지불하면 일부를 농특산물교환권(5000원)으로 돌려준다. 또 축제 기간 대량 유통되는 화천사랑상품권은 지역경제를 살린다.
개막전 공연은 얼음 낚시터 위 출렁다리에서 즐겼다. 오후 6시 30분쯤 밤하늘을 수놓으며 축제 개막을 알리는 불꽃놀이는 장관을 이뤘다.
화천군에 따르면, 산천어 축제 개막 첫날인 7일 오후 6시까지 약 12만 9000명이 축제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본격적인 겨울 축제가 시작되면서 이날 하루 화천 산천어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은 한겨울 정취를 즐겼다.
한편, 화천군은 축제 기간 매일 새벽 재난 안전구조대가 잠수해 얼음의 두께 등 결빙 상태를 점검해 안전에 전력을 기울인다.
축제장 곳곳을 연결한 출입 통로에는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주요 거점에 교통 통제인력을 투입했지만, 주차 불편은 여전했다.
화천에서 숙박하면 산천어 밤낚시와 평일 얼음낚시는 무료다. 숙소 안내는 축제장 종합안내소에서 받을 수 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화천 산천어 축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겨울 축제지만 세계 겨울 4대 축제 중에 하나"라며, "종합적으로 보시고 즐기셔야 진정한 겨울 축제의 맛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안전한 축제, 관광객이 만족할 수 있는 축제에 중점을 두고 각종 사건 사고에 대비해 축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천 산천어 축제는 이달 29일까지 이어진다.
강원=라영철 기자 ktvko258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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