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훈의 P.N.O “그 많던 피아노는 어디 갔을까”

장지영 2023. 1. 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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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연예술 창작산실의 신설된 음악 부문에 선정
피아노에 대한 사회학적, 역사적 고찰에서 출발
김재훈은 피아노들을 분해하고 재조립해 새로운 악기 PNO를 만들었다. ⓒChadPark

요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올라오는 피아노 가격을 보면 너무 싸서 놀랄 정도다. 악기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업라이트 피아노의 상당수가 10~20만 원대의 가격에 올라와 있다. 심지어 무료로 줄 테니 배송비를 내고 가져가라는 글도 눈에 띈다.

70년대 후반부터 90년대까지 자동차와 함께 중산층의 상징이었던 피아노가 왜 이렇게 찬밥 신세가 됐을까. 단순히 말해 요즘 아이들이 예전만큼 피아노를 배우지 않기 때문이다. 동네 골목이나 아파트 상가에 하나씩은 자리 잡고 있던 동네 피아노 학원이 요즘 잘 안 보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예전엔 아이들이 배우는 악기로 피아노가 독보적이었지만 요즘엔 다양한 악기를 배우는 등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 그 배경이다. 또 아파트가 보편적인 주거형태가 되면서 소리가 큰 피아노가 층간소음 문제로 점점 기피 대상이 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한국에서 중고 피아노의 상당수는 조율을 거친 뒤 중국으로 판매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중국에서 과거의 한국처럼 피아노 교육 열풍이 뜨겁기 때문이다.

공연예술창작산실 음악 부문에 선정돼 오는 14~15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김재훈의 P.N.O’는 바로 피아노에 대한 사회학적 시선과 고찰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그동안 작곡가 겸 음악감독으로 활동해온 김재훈과 함께 작곡가 남상봉, 음악평론가 신예슬, 작가 배소현, 안무가 전보람, 배우 나경민 등 젊은 예술가들이 협업했다.

김재훈이 피아노들을 분해하고 재조립해 만든 새로운 악기 PNO를 연주하고 있다. ⓒChadPark

이번 작품에서 악기 제작을 비롯해 작곡, 편곡, 출연, 연출로 나선 김재훈은 4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나처럼 음악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80~9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대부분 피아노에 대한 추억이 있을 듯하다. 언젠가부터 피아노가 우리의 일상에서 떠나가는 것을 보면서 그 이유를 살펴보는 한편 피아노와 자신의 관계를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것이 이번 작품의 취지”라면서 “악기가 사회와 호흡하며 변화해오는 만큼 ‘오늘의 피아노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의 핵심은 김재훈이 동료들과 함께 2대의 피아노를 해체하고 재구축해서 만든 새로운 악기 PNO다. 피아노 본체를 비롯해 다리와 페달, 현, 파이프 등을 재구성한 만큼 연주법도 달라지기 때문에 기존의 피아노와 완전히 다른 소리를 낸다. PNO는 김재훈이 명명한 이름으로 ‘Prepared New Objects’(새롭게 준비된 사물들)에서 가져왔으며, 피아노의 영어 발음으로 읽힌다는 점에서 중의적이다.

김재훈을 비롯해 퍼포머들이 새롭게 제작한 악기 PNO를 연주하고 있다. ⓒ유경오

김재훈은 “PNO를 통해 관객에게 피아노의 역사와 함께 물성을 보여주고 싶다. 피아노 안에는 현, 건반, 파이프 등이 있어서 복합적인 성격을 가진다. 그리고 이들 피아노를 해체하고 재구축하는 과정이 마치 건축의 일부로 파이프오르간이 들어가는 것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면서 “PNO를 통해 연주하는 곡은 소나타의 특징인 제시부-전개부-재현부의 형식을 가진다. 그리고 이 곡 안에 피아노의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들이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김재훈은 서울대 작곡과 재학 중이던 2006년 프로젝트 앙상블 티미르호를 결성한 뒤 본인의 자작곡으로 구성한 앨범들을 발표하는가 하면 인디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멤버로서 활동하는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폭넓은 작곡과 연주를 선보여 왔다. 또한, 프로듀서 겸 편곡자로서 인디씬의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협업한 그는 2019년 첫 솔로 피아노 연주곡집 ‘어컴퍼니먼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다양한 무대 작업을 해온 그는 2016년부터 공연창작집단 뛰다에서 작곡가 겸 음악감독으로 활동했다. 특히 한국연극비평가협회가 2019 올해의 연극으로 선정한 남산예술센터x공연창작집단 뛰다의 ‘휴먼 푸가’(배요섭 연출)에선 음악감독 겸 퍼포머로 출연한 바 있다. 이번에 자신의 이름까지 내건 ‘김재훈의 P.N.O’에서 처음 연출가로도 도전한다.

김재훈은 “배요섭 연출가의 어깨너머로 무대 연출을 공부했지만 이번에 실제로 해보니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면서도 “이번 작품은 다원예술로서의 퍼포먼스로 볼 수 있지만 이번에 창작산실의 신설된 음악 부문에 포함된 것은 퍼포먼스로서의 음악 공연에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이다. 이런 공연을 통해 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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