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해낸 '계단걷기', 2023년에도 할 겁니다

이유미 2023. 1. 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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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이 일년이 되는 그날까지... 꾸준함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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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 기자]

 카톡으로 매일 운동을 인증하던 나날들. 그들은 내게 큰 힘이 되었다.
ⓒ 이유미
어느덧 계단걷기를 한 지도 1년이 됐다. 2022년 1월 1일 새해를 맞이해 시작한 계단걷기, 작심삼일의 한 고비를 넘기고 그 삼일이 1년의 시간이 되기까지 나는 도합 4000계단 정도를 부단히도 걸어왔다.

작년 말쯤, 우연히 티비에서 한 모델이 계단걷기의 좋은 점을 말하는 장면이 내 시선을 잡아 끌었다. 출산한 지 6개월 차, 임신 전보다 5kg가 불어난 내 몸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아이가 어려 새해에 많이들 시작한다는 헬스장이나 요가원에 등록하는 것은 언감생심이었으니 계단걷기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운동이었다.

첫 날은 5층까지만... 우리집은 18층

새해 첫날,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문 밖을 나섰다. 1층 계단에서 첫발을 내딛고 호기롭게 한 계단씩 올라갔다. 5층쯤 올라갔을까,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피를 토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얼어있던 몸이 갑자기 시작한 운동으로 인해 경고신호를 보낸 것이다. 두 아이의 엄마인 나는 혹여나 다음날 앓아누울까 첫날은 그렇게 5층만 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그 다음부터는 평일이라 도저히 짬이 나지 않았으나 작심삼일로 끝내기는 싫었다. 골똘히 묘안을 생각해낸 결과가 첫째 등원 후 6개월쯤 된 둘째를 아기띠에 매고 계단을 오르는 것이었다. 난관이 예상되었지만 단 한 층을 걷더라도 시도하고 싶었다. 

품에 안은 둘째가 있으니 최대한 호흡을 고르고 난간을 잡으며 천천히 한 계단씩 올라갔다. 10층쯤 걸으니 호흡이 딸리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이었다. 아이도 엄마의 가쁜 숨이 느껴지는지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날은 10층에서 마무리했다.

다음 날부터 매일 한 층씩 늘려 10일차에 비로소 18층인 우리집까지 오직 계단으로만 올라가는 쾌거를 이루었다. 복도에서 18이라는 숫자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마치 마라톤의 결승선을 통과한 것처럼 감격이 물밀듯이 솟구쳐 올랐다. 

늘 그렇듯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때때로 찾아오는 법. 1층 현관 자동문으로 들어가면 그 움직임을 인식해 불이 환히 켜지며 두 팔을 활짝 연 채 넉넉한 그 품 안으로 들어오라는 엘리베이터의 유혹. 당장이라도 그 품 안에 달려들고 싶었다. 이끌리듯이 그 앞에 선 내 마음속은 오만가지 핑계를 대며 조용한 소동이 일어나곤 했다.

그러다 엘리베이터의 달콤한 유혹에 홀랑 넘어가 일주일 간은 계단걷기를 잠정 중단했다. 이상하게도 계단걷기를 안하고 집에 들어오니 집안일도, 아이돌보기도 더욱 하기 싫어졌다. 계단걷기 후 힘차게 요동치는 심장박동 에너지가 다른 것들도 쉽게 해내게 하는 활력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무기력해진 내게 다시 그 에너지를 장전시킬 자극이 필요했다. 그 해 2월쯤, 둘째아이의 출산으로 알게된 엄마들의 채팅방 모임에서 돌준비 얘기가 나왔고, 누군가가 그날을 목표로 운동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방식은 매일 자신이 한 운동사진을 찍어 인증하는 것, 그리고 둘씩 짝을 지어 서로에게 그날 운동을 독려하는 것. 일주일 후 계획대로 잘 이루어졌는지 반성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나는 사진을 찍으면 날짜와 시간이 뜨는 타임스탬프라는 앱을 이용해 매일 계단걷기를 인증했다. 생각보다 함께하는 것의 효과는 대단했다. 매일 채팅방에 올라오는 다른 이들의 운동사진으로 좋은 자극을 받고, 그 사진을 보고 돌연 무거운 몸을 일으켜 헐레벌떡 현관문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계단을 걷는 내 사진을 보며 채팅방 구성원들은 응원과 격려를 해주었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그것은 큰 동력이 되어 나를 일으켰다.

계단 산책의 장점과 단점

그로부터 4개월쯤이 흘러 돌잔치 당일, 나는 무려 3키로가 빠져나간 홀가분한 몸으로 돌잔치 드레스를 입게 되었다. 물론 계단걷기만으로 빠진 것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계단걷기로 활력을 얻어, 집안일도 아이돌보기도 힘을 얻어 해나갔고, 건강한 식단 위주로 세끼를 먹었다.

밤에도 남편이 퇴근하고 오면 아이들을 맡기고 하루도 빠짐없이 계단을 걸으러 나갔다. 그렇게 꾸준히 행하는 동안 몸에 군더더기처럼 붙었던 살과 더불어 근심걱정도 함께 떨어져 나갔고, 18층에 다다를 때마다 성취감도 겹겹이 쌓여 자존감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육아맘인 내가 계단운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계단운동만이 가진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산책과 달리 시간과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다. 날이 밝거나 어둡거나 비가 쏟아지거나 눈이 와도 불편함 없이 운동을 할 수 있다. 집에 있던 편한 차림으로 운동화만 신은 채 불쑥 나가서 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다른 운동에 비해 투입시간 대비 최대 효율을 낸다. 산책이 30분에 80칼로리정도를 태운다면 계단걷기는 221칼로리를 태운다고 하니 늘 시간이 없는 내겐 안성맞춤이었다.

그리고 따로 짬을 내지 않아도 계단이 있는 곳이면 손쉬운 운동장소가 된다. 병원이나 식당, 마트 등 비상구 계단만 출입 가능하면 즉각적으로 운동이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계단운동을 시작한 이후 계단만 보이면 걷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다만 계단이 산책과 비교해서 아쉬운 점이라면 탁트인 풍경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각 층계마다 뚫린 창문이라는 캔버스를 통해 바라보는 풍경도 나름 재미가 있다. 같은 풍경이라도 아침과 저녁이라는 배경이 더해져 만들어지는 분위기 차이를 느껴보는 것과, 층을 올라갈수록 처음엔 잘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점점 넓게 보이고 꼭대기층에선 훤히 조망할 수 있는 짜릿함이 있다. 

어찌 보면 인생과도 닮은 것 같다. 어릴 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나이를 먹고 경험이 쌓여갈수록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하고 점차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 비슷하달까.

나 잠깐 계단 좀 걷고 올게! 

계단을 걸으며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그 무거운 마음을 발에 실어 계단을 꾹꾹 밟으며 털어낼 수 있었다는 것. 두 아이의 육아로 지쳐 번아웃이 올 때면 나는 남편에게 "계단 걷기하고 올게"라는 말로 잠시 나만의 시간을 가지곤 했다. 

공용공간이지만 그 순간만은 오롯이 내것이 되는 회색빛 그 공간에서, 계단을 하나씩 오르며 나를 그토록 힘들게 하는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고, 내 감정을 들여다본다. 그렇게 내딛는 층계마다 복잡한 감정들을 덜어내고 비로소 18층에 이르면 마음 속 무거운 돌덩이가 쑥 내려간 기분이 든다. 그렇게 묵묵히 내 눈물과 근심을 온몸으로 받아준 계단에 기대어 하루하루를 버티어왔다.

어느덧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게 되면서 전과 달리 가벼운 몸으로 아침 계단을 오르게 되었다. 그러면서 18층 걷기에서 25층으로 7계단을 늘렸다. 컨디션이 좋은 날엔 25층씩 두 번 오르기도 했다. 꾸준히 해온 결과 두 아이를 데리고 넓은 공원을 한 시간 넘게 걷고도 다음 날 가뿐하게 일어날 수 있는 체력을 가지게 되었다.

다가올 새해, 나는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계단걷기를 시작하려 한다. 올해의 목표는 100층까지도 걸어보는 것. 물론 컨디션에 맞게 조절할 생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시작해서 꾸준히 빠짐없이 하는 것. 한 층을 걷더라도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생활 속 습관으로 정착하는 것에 중점을 둘 것이다.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아온다. 모두들 새해를 맞이해 각자만의 목표를 세우고 있을 것이다. 작심삼일로 끝날지라도 거기서 주저앉지 말았으면 한다. 자신만의 속도와 강도로 수정하여 꾸준함을 잃지 말고 생활 속 습관으로 만들어 그해 마지막날엔 그것을 이룬 성취감으로 뿌듯하게 한해를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부터 다시 1일차. 지금보다 한결 성장해있을 12월 31일의 내 모습을 떠올리며, 지난해 나의 눈물동반자이자 삶의 활력이 되어준 새해 첫 계단을 향해 발을 내딛어본다.

[계단걷기의 바른자세]

- 허리는 반듯이 세우고 발은 11자로
- 발을 디딜 때는 발바닥의 절반 정도만 올리기
- 체중은 발앞꿈치에서 뒤꿈치로 실어주며 발뒤꿈치로 민다는 느낌과 함께 엉덩이근육의 힘으로 올라가기
- 양팔은 가볍게 앞뒤로 흔든다
- 약간 숨이 차고 땀이 날 정도로 계단을 오르며 처음 입문자는 5층정도로 시작하면서 점점 강도를 올린다
- 계단을 내려갈 때는 가급적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발끝을 먼저 디디며 무릎에 가는 충격을 흡수시키며 천천히 내려온다

[주의할 점]

- 관절이 약하거나 무릎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무리하게 하지 않아야 한다
- 늦은 시간에 계단을 이용하는 경우 소음에 주의한다
- 아기띠를 하고 걸을 경우 안전에 유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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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작가의 브런치 글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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